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아이에스동서 부산오픈 마지막 서든 데스 2번째 18홀 그린에서 숨막히는 퍼팅 대결이 벌어졌다. 비가 퍼붓는 가운데 승부의 추는 박현경(20)에게 많이 기울었다. 홀 1m도 채 되지 않은 짧은 퍼팅을 남겨놓았다. 동갑내기 라이벌 임희정은 12m 퍼팅을 해야 했다. 버디 퍼팅 순서는 먼 임희정이 먼저 했다. 볼은 굴러가나 홀 옆에 멈추섰다. 박현경은 여유를 잡고 가볍게 버디 퍼팅에 성공했다. 지난 5월 KLPGA 챔피언십 첫 우승이후 통산 2번째 우승이었다. 우승상금은 2억원.
총상금 10억원의 아이에스동서 부산오픈은 13일 부산 기장군 스톤게이트 컨트리클럽에서 3라운드를 가질 예정이었으나 비가 많이 내리는 바람에 취소돼 2라운드 36홀 결과로 순위가 확정됐다. 2라운드까지 13언더파 131타로 공동 선두였던 박현경과 임희정이 16, 17, 18번 홀에서 3개 홀 플레이오프를 벌여 우승자를 정했다.
나란히 2000년생 동갑인 둘의 맞대결로 관심을 끈 이날 연장전에서 16, 17, 18번 홀은 모두 파로 비겼고, 결국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승부가 날 때까지 계속 연장전을 이어가게 됐다.
18번 홀 서든데스 첫 홀까지 버디로 승부를 내지 못한 둘은 18번 홀 서든데스 두 번째 홀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박현경이 약 135m 거리를 남기고 시도한 두 번째 샷을 홀 약 1m도 안 되는 곳에 공을 보낸 반면 임희정은 115m 거리에서 시도한 두 번째 샷이 홀에서 12m 거리에 떨어져 승부의 윤곽이 드러났다.
임희정의 긴 버디 퍼트는 오른쪽으로 휘었고, 박현경이 버디 퍼트를 넣으며 약 1시간 30분이 걸린 연장 승부를 마무리했다.
박현경은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칠 수 없었다. 희정이가 퍼팅을 워낙 잘 해 조마조마했다"며 "희정이의 퍼팅이 성공하지 못한 것을 보고 이제야 됐다며 조렸던 가슴을 폈다"고 우승소감을 밝혔다. 이어 "어려운 상황에서도 프로골퍼 출신이 아버지가 캐디를 맡아 여러 의견을 주시며 도와줘 큰 힘이 됐다"며 "어려운 여건 속에도 대회를 개최해주신 여러 분께 다시 한번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프로 2년 차인 박현경은 올해 첫 대회로 열린 5월 KLPGA 챔피언십에 이어 시즌 2승을 가장 먼저 달성했다. 우승 상금 2억원을 받은 박현경은 시즌 상금 4억5천75만원으로 상금 선두가 됐다.
박현경은 5월 KLPGA 챔피언십에서도 3라운드까지 임희정에게 3타 차 공동 2위였으나 마지막 날 챔피언 조에서 임희정과 동반 플레이를 하면서 프로 첫 우승을 역전승으로 장식한 바 있다. 지난해 3승을 따낸 임희정은 올해 첫 우승 기회를 다음으로 넘겨야 했다. 임희정은 2위 상금으로 1억1천5백만원을 받았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