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제주도 나인브짓지 컨트리클럽에서 벌어진 미국 LPGA 2004 CJ 나인브릿지 클래식를 운영위원장으로 직접 대회를 주관한 적이 있었다. 3라운드로 열린 이 대회에서 박지은이 프로암부터 생애 홀인원을 잡으며 기세를 올리더니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이 대회에는 미국 LPGA 상금 랭킹 50위 이내, KLPGA 상금랭킹 14위이내, 그리고 주최사인 CJ와 언론 매체 스포츠투데이에서 초청선수 3명과 2명씩을 포함 총 69명이 출전했다. 대회는 컷오프 없이 펼쳐졌다. 당시 세계랭킹 1위 아니카 소렌스탐은 억대의 초청금을 주었으며 맨 꼴찌한 선수에게도 상금을 줬다. 일반 토너먼트와 오픈 대회와는 참가방법과 운영 방식 등이 분명 차이가 났다.
16년이 지난 현재는 클래식 타이틀이 훨씬 많아졌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상반기 대회가 많이 취소된 LPGA와 PGA서도 클래식 이름이 들어간 대회가 하반기에 이어질 전망이다. LPGA 마라톤 클래식(8월6-9일), 캠비아 .포틀랜드 클래식(9월17-20일), 기아 클래식(9월24-27일), 숍라이트 클래식(10월2-4일), 토토 재팬 클래식(11월6-8일) 등 클래식 대회 명칭을 쓰는 대회가 예정돼 있다. KLPGA선 8월말 예정됐던 한화클래식이 취소됐고, 10월말 SK 네트웍스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10월29-11월1일)은 현재까진 개최하기로 예정돼 있다.
PGA는 지난 해 11월 THE RSM 클래식(11월21-24일)를 개최했고, 코로나 19 사태로 대회가 중단되기 직전인 지난 3월 한국의 임성재가 생애 첫 PGA 우승을 한 혼다클래식(2월27일-3월1일)이 열렸다. 이후 뉴올리언즈 취리히 클래식(4월23-26일)이 취소됐으며 로켓 모기지 클래식(7월2-5일)이 개최됐다.
LPGA와 PGA 등에서 클래식이라는 대회 이름을 사용하는 이유는 전통성 있는 대회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일 것이다. 클래식이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매력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클래식 이름이 붙는 대회는 대개 전통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이름만 그럴듯하게 사용했지만 신설 대회나 연륜이 짧은 대회가 적지 않았다. 골프에서 클래식 이름이 들어간 각종 대회는 선수 참가 규모와 컷오프 등 운영 방법은 대회마다 많이 다르다. 초청대회인 ‘인비테이셔널(Invitational)’과 ‘챌린지(Challenge)’, ‘마스터즈(Masters)’ 등은 선수 참가규모와 운영 방법 등에서 클래식 대회와 대개 크게 다르지 않다.
클래식은 ‘고전’이라는 뜻이다. 국어사전을 보면 “옛날에 만들어진 것으로 높이 평가받는 예술 작품”등이라고 설명한다. 고전은 그리스 로마 문학작품 등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원래 클래식 어원은 로마 시대에 상류층을 지칭하던 ‘클라시쿠스(Classicus)’라고 한다. 세금을 많이 내는 부류의 사람들을 의미하는 클라시쿠스는 제1 계급을 뜻했다. 이 말이 시대가 흘러가며 계급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됐다는 것이다.
클래식에는 또 최고의, 제일의 뜻이 있다. 그 부분에서 가장 뛰어난 첫 번째 의미로 사용되기도 했다. 최고를 가리는 스포츠경기에서는 클래식이라는 말을 사용한 것은 시대적 수순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근대 스포츠로 가장 먼저 시작한 경마에서는 ‘브리티시 클래식 레이스’가 있었으며 미국 대학농구에선 ‘찰스턴 클래식’ , MLB 올스타 게임은 ‘미드섬머 클래식’, 세계야구대회는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 NHL은 ‘윈터 클래식’ , 사이클은 ‘더 클래식 사이클 레이스’ 등 주요 스포츠에도 클래식 이름이 붙은 대회가 많다. 스페인어권 국가에서는 영어 클래식에 해당하는 ‘클라시코(Clasico)’는 두 팀간의 전통적인 라이벌팀 경기를 말할 때 사용하는데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 매치인 ‘엘(El) 클라시코’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