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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 용어 산책 85] 왜 골프 대회 연장전은 대부분 ‘18번홀’에서 할까

이수민이 19일 충남 태안 솔라고CC에서 막을 내린 KPGA오픈 최종라운드에서 2차 연장 끝에 우승을 차지한 뒤 환호하고 있다. [KPGA 제공]
이수민이 19일 충남 태안 솔라고CC에서 막을 내린 KPGA오픈 최종라운드에서 2차 연장 끝에 우승을 차지한 뒤 환호하고 있다. [KPGA 제공]
평소에 익숙하다보면 아무런 생각없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일이 많다. 골프 규칙과 용어에도 그런 것이 꽤 있다 . 언뜻 보면 그렇게 어려워 보이지도 않는다. 대부분 용어가 영어로 됐지만 해석 자체가 힘든 말은 별로 없다. 그동안 많은 용어의 어원과 유래, 속 뜻 등을 알아봤다. 경기 규칙도 용어와 얼추 비슷하다. 골프라는 종목이 합리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판단하면 대체로 이해가 가능하다. 왜 골프 대회 연장전은 주로 18번홀에서 벌어지는 지도 유추해보면 잘 알 수 있겠지만 그냥 당연하게 생각하게 되면서 자칫하면 그 이유를 놓칠 수 있다고 본다.

지난 19일 충남 태안 솔라고컨트리클럽에서 벌어진 KPGA오픈에서는 이수민(27), 김민규(19), 김한별(24) 등 3명이 연장 승부를 펼쳤다. 올해 신설된 이 대회는 버디 2점, 이글 5점을 주고 파는 0점, 보기는 -1점, 더블보기 이상은 -3점을 부여해 합계 점수가 많은 선수가 높은 순위에 오르는 '변형 스테이블포드' 방식으로 열렸다.(이 코너 82회차 ‘변형 스테이블포드(Modified Stableford)’ 방식은 어떻게 나왔을까‘ 참조) 최종 합계 50점으로 동점을 이룬 3명은 18번홀(파4)에서 우승을 가리기 위해 연장전을 치렀다. 18번 홀에서 열린 첫 번째 연장전에서 우드 티샷을 벙커에 빠뜨린 이수민은 벙커샷을 그린에 잘 올린 뒤 세 선수 중 가장 먼 4m가량의 버디 퍼트를 먼저 집어넣어 기세를 올렸다. 김한별이 약 1.5m 버디 퍼트를 놓치며 먼저 탈락했다. 같은 홀에서 이어진 두 번째 연장전에서 이수민은 3m 버디 퍼트를 떨어뜨리며 두 배 정도 긴 버디 퍼트를 넣지 못한 김민규를 따돌렸다.

현장에는 직접 가보지 못하고 TV로 연장전을 지켜 보면서 서드 데스 방식의 연장전은 왜 18번홀에서 주로 할까를 생각해봤다. 이는 최종 홀 그린 지역으로 많이 몰려든 관중들이 경기를 보느라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을 방지하기 위한 배려 때문이다. 한 선수가 18번홀에서 이길 때까지 계속해서 연장전을 갖는다. 시간절약을 위해 18번홀 연장전을 할 때는 정규 대회에서는 금지된 전동카트를 타고 이동하도록 하는게 일반적이다. 4라운드 72홀 경기를 갖고도 동타를 기록한 선수들이 한 홀에서 승부로 가린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18번홀 플레이오프가 자리잡은 이유이기도 하다. 골프장 지형에 따라 극히 예외적인 경우는 있을 수 있지만 대체적으로 국내외 대회 연장전은 18번홀에서 벌어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미국 마스터스 대회의 경우 10번홀에서 연장전을 한 경우도 있기는 하다.

사실 오래 전 미국 프로골프대회에서는 연장전은 정식 18홀이나 36홀 경기를 통해 승부를 가렸다. 1931년도 US오픈의 경우 빌리 버크와 조지 본 엘린이 4라운드 경기 끝에 292타로 타이가 되면서 36홀을 도는 플레이오프를 벌이기도 했다. US오픈을 비롯해 4대 메이저 대회는 경기가 지루하다는 판단아래 효과적인 TV 중계를 위해 연장전 승부를 점차 서든 데스 방식으로 많이 바꾸었다. 서든데스 방식이 이상적인 것은 아니지만 관중 편의와 TV 중계 확대로 인해 시대적인 변화를 따랐다.

최근 US오픈은 남자 대회나 여자 대회 모두 최종 4라운드를 치러 동일한 타수를 이룬 선수들이 정규 대회가 끝난 뒤 월요일 18홀 플레이오프를 갖는다. 타이거 우즈는 2008년 US오픈에서 마지막날 로코 미디어트와 극적으로 동타를 이룬 뒤 다음 날 연장 18홀과 서든데스로 우승을 차지했다. 박세리도 1998년 US오픈에서 유명한 ‘맨발 투혼’을 발휘하며 연장 18홀 끝에 태국의 슈슈리폰을 꺾고 감격적인 우승을 차지하며 IMF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에게 희망과 자신감을 안겨주기도 했다. 브리티시 오픈이나 USPGA챔피언십은 각각 4홀, 3홀 플레이오프를 4라운드 끝난 뒤 곧바로 벌인다. 마스터스 대회는 연장전을 서든 데스 플레이방식으로 한판 승부로 갖는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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