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슬램이라는 말은 이미 표준 국어사전에도 오른 외래어이다. 사전에는 ‘골프, 테니스에서 한 선수가 한 해에 4대 타이틀 경기에서 모두 우승하는 일 또는 야구에서 만루 홈런을 치는 일’로 설명한다. 그랜드 슬램은 ‘큰, 웅대한’이라는 뜻의 ‘Grand’와 ‘쾅 때린다’는 의미의 명사 ‘Slam’가 어울어진 조어이다. 농구에서 ‘슬램 덩크(Slam Dunk)가 쓰인 이유이기도 하다. 그랜드 슬램은 크게 친다는 뜻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주요 대회에서 모두 우승을 했다는 것을 강조하는 의미로 적합한 조어라고 여겨진다.
그랜드 슬램의 어원은 원래 카드놀이인 브리지게임에서 패 13장 전부를 따는 ‘압승’을 뜻하는 용어에서 나왔다. 이 말을 골프에서 처음 사용한 이는 바비 존스로 알려져 있다. 1930년 바비 존스는 US오픈, 브리티시 오픈, US아마추어, 디 아마추어 등 4개 주요 대회를 모두 그 해에 우승을 차지하면서 “처음으로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용되게 됐다고 한다.
남자골프 4대 메이저대회는 마스터즈, US오픈, 브리티시오픈, 미국PGA선수권대회이다. 골프에서는 아직 한 해에 4대 메이저대회를 모두 석권한 그랜드슬래머는 없지만 여러 해에 걸쳐 4대 메이저대회를 모두 석권한 커리어그랜드슬램은 여럿 있다. 프로골프 최초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사람은 진 사라센(1935년)이다. 이후 4대 메이저대회를 제패한 프로골퍼는 벤 호건(1953년),게리 플레이어(1965년), 잭 니클라우스(1966년), 타이거 우즈(2000년)까지 5명에 불과하다. 아놀드 파머, 톰 왓슨, 조던 스피스는 PGA선수권에서만 우승을 하지 못했으며, 필 미컬슨, 샘 스니드는 US오픈에서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로리 맥킬로이, 리 트레비노 등은 마스터스에서 그린 자킷을 입지 못했다.
여자골프 4대 메이저대회는 ANA 인스퍼레이션, LPGA선수권, US여자오픈, 브리티시 여자오픈이고, 루시 석스(1959년), 미키 라이트(1966년), 팻 브래들리(1986년), 줄리 잉스터가(1984년), 캐리 웹(2001년)이 4대 메이저대회를 모두 석권했다. 1998년 US오픈에서 한국선수로는 최초로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박세리는 ANA 인스퍼레이션만 우승을 차지하지 못해 커리어 그랜드슬래머가 되지 못했다.
그랜드 슬램은 최고의 대회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한 이들에게만 특별히 붙여진 용어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올해 메이저 대회가 취소되거나 대회 일정이 뒤바뀌는 등 어수선한 상황에서 그랜드 슬램은 더욱 요원한 얘기가 됐다. 최고의 경기, 최고의 골퍼가 탄생하기를 기대하는 골프팬들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골프대회가 정상화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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