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초 미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 종목인 미식축구 결승 ‘슈퍼 볼’이 치러지는 주말과 대회 일정이 겹치는 경우가 많았던 피닉스 오픈이지만 토요일 하루 경기만 해도 164,900명이라는 갤러리를 기록한 적도 있었다. 대회 기간 중 50만명이 넘었던 적도 있었다. 이 대회에 기록적인 인파가 모이는 이유는 애리조나주 특유의 화창한 날씨와 TPC 코스만이 갖고 있는 좋은 관람시설 때문이었다. TPC 코스는 대개 대규모 갤러리를 수용할 수있도록 만들어진 게 특징이다. 따라서 TPC 코스에서 열리는 피닉스오픈을 비롯한 PGA 주요 대회에는 다른 대회보다 이름난 골퍼들이 많이 출전한다.
PGA 대회 용어 중에서 ‘TPC’라는 단어를 자주 들을 수 있다. 올해 한국남자골프에서 ‘10대 돌풍’을 일으킨 김주형(18)이 처음 출전하는 올 메이저 대회인 PGA 챔피언십은 다음 달 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TPC 하딩 파크에서 열린다. TPC 골프장에서는 메이저 대회를 포함해 많은 PGA 대회가 열리기 때문에 빈번하게 ‘TPC’라는 말을 듣게 된다.
TPC는 ‘Tournament Players Club’의 약자이다. 미 PGA 투어 선수들 골프장이라는 의미이다. TPC 코스는 원칙적으로 PGA 투어가 소유하지만 특별히 허가한 곳도 있다. TPC 코스는 30개 정도가 있다. 대부분 미국에 있지만, 외국에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TPC 코스는 애리조나 TPC 스코츠데일,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TPC 하딩파크. 플로리다주 폰테 베드라 TPC 소그래스 등이다.
‘제5의 메이저 대회’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열리는 TPC 소그래스는 가장 먼저 TPC 지정을 받은 골프장이다. 특히 스타디움 코스는 연못을 둘러싸고 관중석이 만들어져 대회가 열릴 때마다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다. 이름도 스타디움 코스라고 지은 것은 관중들을 염두에 두고 건설했기 때문이다.
PGA투어는 1980년 TPC 소그래스가 문을 열면서 골프장 건설과 소유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당시 투어위원이었던 딘 비먼은 유명한 코스 설계가 피트 다이와 함께 특별한 선수나 스타일을 선호하지 않는 코스 디자인을 기획, 이 코스를 만들도록 했다. 이 코스 17번홀(파3)은 호수로 둘러싸인 ‘아일랜드 그린’으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난이도가 높은 곳으로 유명하다. 특히 소그랜드 디자인의 혁신 중 하나는 그린 주변에 관중들이 편안하게 경기를 볼 수 있는 경사면, 언덕을 활용한 스타디움 좌석을 만들었다.
PGA는 투어 최고 수준의 대회와 이벤트 시설을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 ‘The TPC Network‘라는 회사를 세워 운영하고 있다. TPC 코스는 PGA 대회가 없을 때는 일반인에게 개방한다. 일반인들은 그린피가 일반 퍼블릭 골프장에 비해 비싸지만 세계 최고의 PGA 투어 선수들의 기대 수준에 맞춰 건설한 TPC 코스에서 골프의 매력을 흠뻑 느껴볼 수 있다.
한국프로골프(KPGA)는 예전 김승학 프로가 일동 레이크 골프클럽과 익산 웅포컨트리클럽을 KPGA TPC 코스로 지정, 운영할 계획이었으나 자금난 등으로 무산된 바가 있었다. KPGA는 그동안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최경주와 PGA챔피언십에서 첫 메이저 타이틀 챔피언에 오른 양용은 등 세계적인 골퍼들을 배출했지만 아직까지 TPC 코스도 하나가 없는 열악한 상황이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