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골프장에서 로컬 룰이 왜 필요한 지를 생각해봐야 로컬 룰이라고 말하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골프는 30만평에 가까운 넓은 코스에서 경기를 갖는 종목이다. 다른 종목보다 월등히 큰 경기장에서 열린다. 경기장이 넓다 보니 코스에는 다양한 시설물들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나무· 숲· 잡초와 같은 자연 장애물, 카트 도로· 지주목· 스프링클러 헤드· 화단 등과 같은 인공 장애물 등이 산재해 있다. 이런 많은 시설물에 대한 규정을 만들어야 정상적으로 경기를 가질 수 있다. 대개 일반 규칙에서 시설물과 관련한 조항들이 많이 두고 있다. 대부분의 규칙들은 일반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하지만 골프장마다 자연적· 인공적인 조건이 다를 수 있다. 각기 조건이 다른 골프장에 대해 규칙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데 무리가 따를 수 밖에 없다. 로컬 룰이 필요한 이유이다. 로컬 룰은 서로 다른 환경을 갖춘 골프장들이 적용할 수 있는 특별한 규칙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골프장에서 점수를 기록하기 위해 제공하는 스코어카드 뒷면에는 로컬 룰을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골퍼들은 반드시 라운드에 들어가기 전 로컬 룰 확인이 필요하다.
로컬 룰에는 장애물에서의 드롭 방법, 아웃오브 바운드 지역 표시, 화단 등에 대한 규칙 등이 설명돼 있다. 또 로컬 룰 끝에는 로컬 룰에 포함되지 않은 사항은 골프협회 규칙을 적용한다고 돼 있다.
로컬 룰 적용의 예를 들어 보겠다. 최근 비기너를 동반한 라운드를 가졌다. 비기너의 티샷이 자주 화단으로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비기너는 로컬 룰을 잘 모르는 지 화단 부근 바로 앞에 떨어진 볼을 그대로 치려고 했다. 스코어카드 뒷면 로컬 룰에는 ‘코스내 초, 다년생 화단은 무벌타로 1클럽 이내로 드롭할 수 있다’는 것이 명시돼 있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었다. 이를 설명해주자 비기너는 그 때서야 로컬 룰이 별도로 있다는 사실을 알고 정상적으로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
국내 골프장들은 대개 5~6가지의 로컬 룰을 명시해놓고 있다. 하지만 특별한 로컬 룰을 운용하고 있는 골프장들도 있다. 경기도 내의 한 골프장은 페어웨이 한 가운데로 전선이 지나가는 홀이 있는데 이곳의 로컬 룰은 ‘전선에 볼이 맞으면 벌타 없이 원 위치에서 다시 치거나 맞고 떨어진 볼을 그냥 치는 것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 골프장에서 드라이버 샷이 전선에 맞아 불이 번쩍하는 것을 여러 번 목격했다. 전선에 볼이 맞으면 다시 치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 골프장들이 로컬 룰을 운영하는 이유는 로컬 룰에 의해 골퍼들의 불이익을 배제하기 위한 때문이다. 골퍼들이 장애물을 만나 당황해 플레이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기위한 것이다. 우리나라 골프장에서 스코어 카드 로컬 롤에 명시되지 않고 일반 규칙에도 없이 관행적으로 운영되는 로컬 룰도 있다. 투 그린에 대한 로컬 룰이다. 외국과 달리 대부분 홀 당 2개의 그린이 있는 우리나라 골프장에서 사용하지 않는 그린에 볼이 올라갔을 경우 관행으로 그린 밖에서 드롭해서 볼을 친다. 사실 로컬 룰로 2개의 그린에서의 처리 방법이 명시돼 있지 않으면 골퍼들이 사용하지 않는 그린 위에서 플레이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캐디들이 로컬 룰이라며 드롭을 강력히 유도한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신체 접촉을 꺼리는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위해 골프장 마다 다양한 로컬 룰을 운용하고 있다. 로컬 룰에 의해 깃대와 홀 주위 플레이, 벙커 고무래 사용 등에서 신체 접촉을 피하도록 하고 있다. 대한골프협회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로컬 룰은 일시적 가이드라는 입장이다.
* 90회차 ' 왜 'TPC'라고 말할까' 를 보고 애독자가 "양평 TPC에 대한 언급이 없지?"라는 댓글을 올렸습니다. 애독자의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 한국프로골프협회, 대한골프협회 관계자 들에게 양평 TPC가 한국 프로골퍼선수들과 관련이 있는 가를 확인해 봤습니다. 모두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일반 골프장이라는 답을 들었습니다. 양평 TPC측은 'TPC'는 용어 그대로 'Tourament Player Course' 이니셜이며 국내에서 처음 이 개념을 도입해 설계 및 시공단계에서부터 토너먼트 코스로서 기능에 맞게 조성했다고 합니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