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선을 위한 아마골퍼들끼리야 규정을 일일이 따지지 않지만 프로골퍼라면 사정은 다르다. 스트로크플레이 방식 대회에서 14개를 초과한 클럽을 사용하면 위반한 홀마다 2벌타, 한 라운드 최대 4벌타가 부과된다. 매치플레이에서는 위반이 일어난 각 홀당 한 홀씩 한 라운드 최대 두 홀을 차감한다.
오래 전 국내에서 열린 KPGA 대회에서 톱 프로 강욱순은 클럽이 14개 보다 더 많이 휴대한 것으로 드러나 총 4벌타를 받은 적이 있었다. 강욱순은 라운드 중 4개홀이 지나 5번째 홀에서 플레이 하는 중에 클럽 백 안쪽에 있던 웨지 하나를 발견하고 위원회에 알렸는데 4번타를 먹었다. 프로암대회에서 동반했던 아마추어가 상품으로 받은 웨지를 주겠다고 하는 것을 본인은 안받겠다고 했는데 누군가 받아서 백 안에 넣었던 것으로 밝혀졌던 것이다. 한국인 최초로 미국골프협회(USGA)에서 ‘밥 존스’상을 받은 박세리도 지난 2003년 한·일 대항전에서 클럽을 16개 넣고 출발했다가 이 사실을 발견한 4번홀에서 자진 신고해 총 4벌타를 받았다.
골프 규칙에 따르면 "14개 이하의 클럽으로 제한하며, 일반적으로 손상되거나 잃어버린 클럽을 교체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되어 있다.그럼 클럽은 왜 14개로만 제한했을까라는 궁금증이 들 것이다. 이유는 골프클럽 제조 기술과 관련이 있다.
원래는 골프클럽에 제한이 없었다. 1929년 ‘스틸 샤프트(Steel Shaft)’가 개발되면서 골프클럽에 대한 제한 규정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 이전까지는 상대적으로 약한 나무 재질의 ‘히코리 샤프트(Hickory-Shaft)’를 사용할 때는 제한이 없었다. 한동안 히코리와 스틸 클럽을 모두 백에 넣고 다녀 클럽 수가 급증하게 되었다.
1934년, 1935년 미국과 영국의 아마추어 우승자의 백에는 30개의 클럽이 있었다. 일부는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 클럽 세트를 가지고 갔고, 1935년 US오픈에서 참가자의 백에 들어 있는 클럽의 평균 수는 18개였다. 운이 좋은 골퍼나 더 많은 클럽을 구입할 수 있는 돈을 많이 가진 골퍼들에게는 클럽을 더 많이 갖는게 실제 경기에서 유리하게 작용하기도 했다.
1936년 USGA와 영국왕립골프협회(R&A)는 14개 클럽 제한룰을 채택했다. 14개 클럽이 결정된 이유는 골프클럽 표준화와 관련돼 있었다고 한다. 골프장비 회사들이 우드 세트 4개, 아이언 세트 9개, 퍼터 등 총 14개를 만들어 파는 경우가 많아 이를 근거로 삼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원도 아주 확실한 것은 아니라고도 한다. 골프 역사가들은 스코틀랜드에서 1920년대 1번부터 9번까지 번호가 매겨진 아이언세트를 선보인 후 주요 골프클럽 제조업체들이 9개의 아이언세트를 일반화했다고 전하고 있다.
사실 프로골퍼들의 경우 친선 라운드에서 웨지 하나만 갖고 드라이버, 아이언, 퍼터 등을 대용해 사용하며 70대의 스코어를 기록하는 경우도 있다. 아마골퍼들은 클럽이 많다고 스코어가 잘 나오는 것은 아니다. 너무 많은 클럽을 들고 다니는 것은 보기에도 좋지 않다. 사용하지 않는 클럽은 집에 놔두거나 차 트렁크에 보관해 두고 골프백을 가볍게 해야 욕심도 없어지고 마음도 가벼워지지 않을 까 싶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