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는 ‘어기다’, ‘어긋나다’, ‘거스리다’라는 뜻을 갖는다. 스포츠에서 브레이크는 움직이거나 돌진하는 것, 갑자기 방향을 바꾸는 의미로 많이 쓰인다. 야구에서 던진 공이 갑자기 아래로 떨어지거나 좌우로 휘어지는 것을 브레이크라고 말한다. 농구에서 ‘패스트 브레이크(Fast Break)’는 갑자기 돌진하는 행동인 속공의 의미로 쓰인다. 테니스에서는 상대편의 서비스 게임을 이기는 것을 말한다. 골프에서는 그린의 경사를 의미한다. 그린의 경사는 퍼팅 시 홀까지 공이 굴러가는 동안 궤적 중 휘어지는 것을 말한다.
‘한라산 브레이크’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그린의 경사이다. ‘한라산 브레이크’는 한라산 만의 현상으로 평지가 오르막처럼 보이거나 내리막인데 평지로 보이는 등 착시 현상을 일으킨다. 그린 주변에 한라산 방향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있지만 까다로운 건 어쩔 수 없다. 짧은 거리에서도 퍼트가 야속하게 핀을 비켜간다. 핀에 턱없이 못미치거나, 한참 지나갈 때도 있다. 제대로 친 퍼팅이 이렇게 빗나가면 선수들은 크게 황당해 한다.
프로골퍼들이 제주도에서 열리는 골프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려면 ‘한라산 브레이크’에 잘 적응해야 한다. 지난 해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대회에 초청 선수로 출전해 깜짝 우승을 차지한 유해란이 지난 달 30일부터 벌어진 올해 대회에서도 초반부터 선두를 질주할 수 있었던 것은 그린에서 강한 일면을 보였기 때문이다. 유해란은 일단 그린에 올라기가만 하면 '한라산 브레이크'를 먼저 읽어내고 퍼팅을 실수없이 잘 처리한다.
미국 프로골프(PGA)에서 활동하고 있는 제주 출신 강성훈은 제주도에서 많은 훈련을 쌓으며 그린 적응도를 크게 높일 수 있었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린의 경사도를 철저히 읽어내며 집중력을 키울 수 있었다는 것이다. 매번 장소를 옮겨다니는 PGA 투어에서 그린 착시현상으로 고전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KPGA 코리안투어와 일본 JGTO에서 여러 번 우승을 차지한 박상현은 제주도의 한라산이나 일본의 후지산처럼 골프장 주위에 높은 산이 있을 때는 착시현상을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그는 “높은 산 주변에는 내리막 경사가 오르막, 내리막 경사가 오르막으로 보이는 착시 현상이 존재한다”며 “골프장으로 가는 길에 높은 산이 있으면 그쪽이 높다는 걸 감안하고 퍼트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마추어 골퍼들이 프로골퍼처럼 ‘한라산 브레이크’를 제대로 읽는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고 크게 부담을 가질 일은 아니다. 제주도 출신의 캐디 말을 잘 들으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캐디가 가리키는 방향대로 똑바로 치기만 하면 뭍에서 치는 것처럼 그린에서 플레이를 할 수 있다. 그래서 ‘한라산 브레이크’를 넘어서기 위해선 캐디와 상의하는 일이 필요하다.
골프 장비가 발달한 요즘은 그린 경사도를 읽는 애플리케이션도 등장했다. 스마트폰에 내장된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그린 경사도를 표시해준다. ‘내리막,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경사’라는 메시지가 화면에 뜨는 식이다. 이러한 앱을 이용하면 그린을 잘 읽어 스코어를 줄일 수도 있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동반자들과 얘깃거리를 만들고 친목을 도모하며 즐거운 라운드를 할 수 있다. 제주도에서 골프를 하는 아마추어 골퍼라면 최신 앱 사용도 한 번 고려할만 하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