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부터 올 남자골프 첫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이 열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TPC 하딩파크는 코스 전장이 메이저 대회 기준으로는 비교적 짧은 7,234야드이다. 파4 길이가 최소 460야드짜리가 7개이며, 7번홀과 11번홀은 드라이버로 원 온이 가능하다. 파3홀 중 가장 긴 것은 8번홀로 251야드나 된다. 파5 2개홀은 560야드 넘는 곳도 있다.
영어 원어로 200야드를 넘는 파3홀은 ‘롱(Long) 파3’이라고 말한다. 450야드를 넘는 파4홀은 , 550야드를 넘는 파5홀은 각각 ‘롱 파4’, ‘롱 파5’라고 부른다. 하지만 파3, 파4, 파5홀 명칭이 한국과 일본으로 오면 쇼트(Short), 미들(Middle), 롱홀(Long Hole)로 바뀌어 사용된다. 파3, 파4, 파5홀이라고 해야 맞지만 일본식 영어인 쇼트, 미들, 롱홀을 오랜동안 쓰고 있는 것이다. 언제부터 이러한 일본식 영어가 국내에서 사용된 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아마도 일본의 강압적 지배를 당하던 때부터가 아닐까 추정해본다. 쇼트, 미들, 롱홀은 일본 개화기 시대에 골프가 일본에 들어오면서 일본인들이 쉽게 이해하기 위한 용어로 바꿔 사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초보자들은 쇼트, 미들, 롱홀이라는 말을 들으면 홀별 구조를 쉽게 이해할 수 있기는 하다. 파3홀은 거리가 짧다는 쇼트홀, 파4홀은 거리가 중간쯤인 미들홀, 파5홀은 거리가 긴 롱홀로 분류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골프 구력이 쌓여가면 이 말이 잘못된 용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파3홀에서도 짧거나 긴 홀이 있고, 파4, 파5홀도 거리 길이가 서로 달라 일률적으로 쇼트, 미들, 롱홀이라는 말을 쓰게 되면 홀별 구조를 아는 데 혼선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200야드가 안되는 짧은 파3홀를 예로 들어본다. 종전대로 말하면 ‘짧은 쇼트홀’이라고 부를 수 있다. 짧다는 의미가 두 번 중복되는 셈이다. 200야드를 넘으면 ‘긴 쇼트홀’이라고 말해야 한다. 서로 반대되는 말을 대치해서 쓰는 모순적인 단어가 된다. 파5홀은 경우도 상황은 비슷하다. 짧은 파5홀은 ‘짧은 롱홀’, 긴 파5홀은 ‘긴 롱홀’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말들은 모두 어법적으로 잘 맞지 않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영어를 쓰는 외국인과 골프 라운드를 할 기회가 있으면 이러한 용어들이 잘못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눈치빠른 외국인들은 쇼트홀, 롱홀 등은 파3, 파5홀이라는 의미로 알 수도 있지만 미들홀이라는 말을 듣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모습을 봤다고 서울 외국인 학교에서 근무하는 친구에게 들은 적이 있다.
일본에서 건너온 골프문화로 인해 일본식 영어가 습관으로 굳어져 있다. 이제는 고쳐 나갈 법도 하지만 좀처럼 바뀌지 않는 것은 어색함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빠따’를 ‘퍼터(Putter)’, ‘오너’를 ‘아너(Honor)’라고 원어대로 발음하면 원어민처럼 혀굴린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골프는 영국에서 처음 만들어져 미국에서 대중화된 스포츠라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원어대로 사용하는게 맞다. 쇼트, 미들, 롱홀이라는 말은 사용하기는 편리할지 모른다. 하지만 의미론적으로 잘 통하기 어려운 말을 쓰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