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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 용어 산책 102] 왜 ‘트로피(Trophy)’라 말할까

7일부터 경주 블루원 디아너스컨트리클럽에서 열리는 오렌지라이프 챔피언스트로피 박인비 인비테이셔널은 대회명에 '트로피'라는 단어를 넣었다. 사진은 해외파 주장 신지애(왼쪽)와 국내파 주장 김지현지 우승 트로피를 놓고 선전을 다짐하는 모습. [연합뉴스]
7일부터 경주 블루원 디아너스컨트리클럽에서 열리는 오렌지라이프 챔피언스트로피 박인비 인비테이셔널은 대회명에 '트로피'라는 단어를 넣었다. 사진은 해외파 주장 신지애(왼쪽)와 국내파 주장 김지현지 우승 트로피를 놓고 선전을 다짐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3월 코로나 바이러스의 대유행으로 중단됐던 프로골프대회가 8월 들어 미국과 한국에서 남녀 모두 동시다발로 벌어지며 정상화되는 모양새다. 올 처음으로 남자골프대회 메이저 대회가 열리는 등 한 주에 굵직 굵직한 대회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올 첫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과 오랫동안 한국 선수들이 강세를 보인 마라톤 LPGA클래식이 열리고 있다. 한국에서는 KPGA선수권대회와 오렌지라이프 챔피언스트로피 박인비 인비테이셔널이 벌어지고 있다. 앞으로 한동안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움츠렸던 세계 주요 골프대회가 활짝 활개를 펼 것으로 보인다.

각 골프 대회의 공통점은 우승자들에게 큰 상금과 함께 ‘트로피(Trophy)’를 수여한다는 것이다. PGA챔피언십은 우승자에게 ‘워너메이커 트로피’를 시상한다. PGA챔피언십은 백화점 사업으로 거부가 된 로드맨 워너메이커가 지난 1916년 제1회 대회를 위해 2500달러와 트로피를 기증하면서 그의 이름을 딴 트로피를 매년 우승자에게 시상하고 있다. 기증받은 원형 트로피는 PGA 본부에 영구 전시하고 모형 트로피를 우승자에게 수여한다. 박인비의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축하하기 위해 제정된 오렌지라이트 챔피언스트로피 대회는 대회 명에 ‘트로피’라는 말을 넣었다.

골프 뿐 아니라 축구 등 여러 종목에서도 우승하는 개인이나 팀에게 트로피를 시상한다. 축구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규모가 큰 월드컵의 경우 1974년 대회부터 월드컵 트로피를 우승팀에게 수여한다. 그 이전까지는 ‘줄리메 컵’이라는 트로피를 수여했는데 브라질이 1970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3번째 우승을 차지한 뒤 이 트로피를 영구히 차지함에 따라 월드컵 트로피를 다시 제작, 시상하고 있다.

트로피라는 말은 원래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의 전승 기념물, 즉 전리품을 뜻했다. 전리품이라는 것은 전쟁에서 이긴 댓가로 확보한 물건을 말한다. 적군의 머리, 무기 등이 전리품에 포함됐다. 스포츠라는 명목하에 아프리카에서 자행되고 있는 야생동물을 사냥하는 행위를 ‘트로피 헌팅(Hunting)’이라고 부른다. 돈을 내고 사냥을 통해 동물 머리 등을 기념물로 얻기 때문이다.

원래 트로피라는 단어는 그리스어로 무기, 인간 포로와 신체 부위를 가리키는 말인 ‘Tropaion’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영어 백과사전을 보면 영어 트로피는 1550년 프랑스어 ‘trophée’에서 기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대 영어인 앵글로색슨어는 프랑스어의 영향을 강하게 받으며 중세 영어로 변화한 것이 많은데 트로피도 그 중의 한 단어라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전리품은 전장터에서 확보해 나무나 큰 말뚝에 걸었다고 한다. 고대시대 전리품에는 전투 이야기가 새겨져 여러 신들에게 바쳐지기도 했다. 전리품을 파괴하는 것은 신성모독으로 여겨졌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에서 올림픽 경기의 승자들은 처음에 월계관을 제외하고는 어떤 트로피도 받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운동경기의 트로피는 경기종류에 따라 그 모양이 여러 가지였다. 올리브 나뭇잎을 새기거나 장식하는 것은 고대 그리스 신화 영웅 헤라크레스가 전승 축하식을 거행한 올림피아 들판에 올리브가 무성해 이를 전승 기념표에 장식했다는 전설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제1회 아테네올림픽대회의 폐회식에는 각 경기의 우승자에게 올림피아에서 꺾어 온 올리브 가지와 은으로 만든 상패를 수여했으나, 그 후 트로피에 올리브 또는 월계수를 새겨 넣게 되었다는 것이다. 올림픽 우승자들은 삼각대 꽃병, 청동 방패, 은잔 등 다양한 트로피를 받았다고 한다. 고대 로마에서는 보통 트로피 대신 우승자에게 돈을 주었다고 한다.

1600년대 말까지는 미국에선 스포츠 경기의 우승자들에게 별도의 우승품을 주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초창기 경마 우승자 등에서 처음으로 트로피를 수여하면서 다른 종목으로 확산됐다. 오늘날 트로피는 프로대회는 물론 아마추어 친선 대회에서도 수여할 정도로 일반화됐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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