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5일 에버8 위너스의 LCK 서머 마지막 경기였던 MVP와의 대결에서 김근성은 잭스로 맹활약하면서 2대0 승리를 이끌었다. 그 뒤로 2018년 스프링 승강전에서 에버8 위너스가 탈락하면서 김근성은 터키로 소속을 옮겼고 로열 밴디트 소속으로 활동하며 포스트 시즌에도 진출했지만 우승까지 달성하지는 못했다. 그해 여름 한국으로 복귀한 김근성은 위너스 소속으로 챌린저스에서 활동했다.
2019년 진에어 그린윙스의 유니폼을 입은 김근성은 LCK에서 뛸 기회를 얻었지만 팀이 최악의 성적을 거두면서 선수 인생에서 가장 좋지 않은 시기를 보냈다. 진에어는 스프링에서 1승17패, 서머 18전 전패라는 역대 LCK 참가팀 사상 가장 좋지 않은 성적을 냈고 챌린저스로 강등됐다. 김근성은 스프링에서 24세트에 출전해 1승23패를 기록했고 서머에서는 35세트에 나섰지만 3승32패를 당하면서 팀 성적과 궤를 같이했다.
2020년 김근성은 kt 롤스터로 팀을 옮기면서 LCK 활동을 이어갔다. 코칭 스태프부터 선수들까지 모두 물갈이한 kt는 한화생명e스포츠에서 뛰던 정글러 '보노' 김기범과 진에어 출신 '말랑' 김근성을 영입하면서 플래툰 시스템을 갖췄다. 스프링에서 5번 출전 기회를 얻은 김근성은 한 세트도 이기지 못했고 서머 내내 김기범에게 밀리면서 1라운드가 끝날 때까지 얼굴을 내밀지 못했다.
kt 입단 이후 김근성이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는 연습이었다. 팀 훈련이 아닌 솔로 랭크였다. 강동훈 감독은 김근성의 잠재력을 인정하면서도 기량이 올라오지 않았다고 판단했고 솔로 랭크를 통해 개인기를 올려야만 가능성이 있다며 연습을 강조했다.
김근성은 강 감독의 말을 반은 믿고 반은 믿지 않았다. '솔로 랭크 순위를 끌어 올린다고 하더라도 과연 감독님이 나를 경기에서 쓸까?'라는 의문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다른 팀과 연습할 때에도 기용되지 않고 있었기에 솔로 랭크 성적이 좋다고 해서 팀 게임 감각을 찾을 수 있을지 본인조차 의문을 갖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근성은 묵묵히 솔로 랭크 순위를 끌어 올렸다. 연습이 지겨울 수도 있었지만 함께할 동료가 있었기에 지치지 않았다. 스프링 시즌 소속팀이 없는 무적(無籍) 상태였다가 서머를 앞두고 팀에 합류한 '스맵' 송경호가 파트너가 되어주면서 김근성은 힘을 얻었다. 최근에 솔로 랭크 순위가 가파르게 상승한 김근성은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기회를 기다리고 있던 김근성은 T1과의 2세트에서 부름을 받았다. 1세트에 출전했던 선수들이 허무하게 패하자 강동훈 감독은 상체 포지션을 모두 교체했고 김근성은 서머 시즌 처음으로 공식전에 나섰다. 비록 패배했지만 송경호, 김근성, 손우현의 상체는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줬다.
7일 한화생명e스포츠와의 대결에서는 아예 선발로 기용됐다. 대부분 교체 출전이었기에 감각을 찾기 어려웠지만 선발 출전은 느낌이 달랐다. 그레이브즈를 택한 김근성은 점멸 대신 점화를 들고 정글 캠프를 도는 특이한 전략을 들고 나오면서 주목을 받았다.
1세트는 대패였다. 초반부터 한화생명에게 킬을 내주면서 완패했다. 교체될 줄 알았지만 kt 코칭 스태프는 한 번 더 기회를 줬다. 또 다시 점화 그레이브즈를 시도한 김근성은 믿음에 부응했고 송경호의 루시안과 함께 상체를 지배하면서 세트 스코어를 1대1로 만들었다. 3세트에서도 한화생명의 견제를 받지 않은 김근성은 점화 그레이브즈로 전장을 누볐고 팀 승리를 만들어냈다. 2017년 8월 5일 이후 정확하게 3년 그리고 이틀이 지난 2020년 8월 7일 팀의 승리에 기여했다.
강동훈 감독은 과거 킹존 드래곤X 시절 '커즈' 문우찬을 키워낼 때 비슷한 주문을 한 적이 있다. 피지컬에 있어 둘째 가라면 서러웠던 문우찬은 챔피언 폭이 넓지 않다는 단점을 갖고 있었지만 솔로 랭크를 통해 다양한 챔피언을 익히면서 팀 우승에 기여하는 선수로 성장했다.
강 감독이 김근성에게 솔로 랭크를 통한 개인 훈련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기범이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메타에 뒤처질 수도 있기에 언제는 몸을 만들고 있으라는 주문이다. 강 감독의 지시를 반신반의했던 김근성이지만 출전할 준비가 되어 있었기에 다가온 기회를 잡았고 팀이 포스트 시즌 진출의 희망을 이어가는 교두보를 만들었다.
김근성이 보여준 3년만의 승리는 프로게이머의 꿈을 키우고 있는 신인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리 준비하고 몸을 만들어 놓으면 주어진 기회를 십분 활용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는 단순하지만 당연한 교훈이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