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위가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한 것을 무빙 데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사실 무빙 데이라는 말은 공식 골프 용어는 아니다. 무빙 데이는 원래 ‘이삿 날’이라는 의미로 골프에서는 TV 등 언론 등에서 3라운드 때 성적에 따라 리더보드(Leaderboard, 성적 표시판)에 선수 이름이 자주 바뀌는 것을 말한다. 이동한다는 ‘무빙’에 날을 뜻하는 ‘데이’가 합성된 무빙 데이는 보통 4라운드로 열리는 프로골프대회에서 3라운드 토요일에 선수들의 순위 변동이 많아 만들어졌다고 한다.
PGA와 LPGA 투어는 대개 4라운드 72홀로 진행된다. 목요일에 시작해 일요일에 끝난다. 1,2라운드는 예선전으로 2라운드 성적을 토대로 3라운드에 진출하는 선수들을 추린다. 초반 1,2 라운드에서 부진한 선수들은 컷오프를 당해 집으로 가지만 컷오프를 통과한 선수들은 3라운드에서 본격적으로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우승을 향한 시동을 건다. 당연히 선수들의 불꽃튀는 경쟁이 벌어질 수 밖에 없다. 3라운드인 무빙 데이가 중요한 날인 이유이다.
치고 나가는 선수들이 있으면 밀려나는 선수들도 생긴다. 리더보드 순위표가 빠르게 바뀌게 된다. 물론 3라운드를 잘 쳤다가 최종 4라운드에서 밀려나는 경우도 있다.
9일 끝난 우리나라 프로대회로 가장 권위있는 PGA 선수권대회에서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대리운전을 하며 프로대회 우승의 꿈을 키웠던 프로 8년차 박정민이 3라운드에서 6언더파 204타로 단독 선두에 올라 생애 첫 우승에 한 걸음 다가서는 듯했다. 하지만 최종 4라운드에서 박정ㅅ민은 생애 처음으로 챔피언조에 속한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더블보기 1개와 보기 6개를 범하고, 버디 2개만을 보태 6오버파 76타를 쳐 합계 이븐파 280타로 공동 14위로 밀려났다. 남자골프사상 새로운 진기록도 나왔다. 월요 예선을 꼴찌로 통과한 2부 투어 김성현이 4라운드에서 3언더파 67타를 기록, 합계 5언더파 275타로 생애 처음으로 ‘깜짝 우승’의 주인공이 됐다.
예전 미국 언론에선 무빙 데이에서 남자 선수들의 성적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메이저대회인 US오픈의 수년간 성적을 분석, 보도한 적이 있었다. 상위 10명의 성적이 대회에서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알아본 것이다. 평균 변화율은 3라운드 41%, 4라운드 35%로 나타났다. 분석된 라운드를 기준으로 보면 무빙 데이 때 상당한 변화가 벌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부 골프 전문가들은 무빙 데이의 성적 변동 이유를 코스 설정과 관련이 깊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4라운드 대회 동안 코스 조건이 조금씩 다르다. 예선전인 1,2 라운드는 실력에 따라 선수들을 추려야 하기 때문에 코스 난이도를 높이는 경우가 많다. 대체적으로 우승후보로 분류되는 강자들은 1,2라운드에서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컷 오프를 무난히 통과한다. 본선인 3, 4라운드는 상황이 다르다. 본격적인 우승 경쟁이 벌어지기 때문에 강자들은 전력 투구를 할 수 밖에 없다. 보통 3라운드 코스 설정은 4라운드보다 비교적 쉽게 해 선수들이 스코어를 올리기에 유리하게 한다. 간혹 날씨에 따라 3라운드에서 순위 변동이 심한 경우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보면 코스 설정이 성적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코스 설정을 쉽게 하면 할수록 무빙 데이 때 순위 변동이 더 심하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프로 골프대회에는 최고의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출전한다. 프로골퍼들은 숨막히는 긴장과 부감감 속에 라운드를 치른다. 4라운드 내내 무난하게 경기를 하는 이도 있지만 무리를 하거나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는 이들도 많다. 1,2라운드를 돌아 3라운드는 숨을 고를 시기이지만 오히려 승부의 세계에서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체력, 정신적인 문제에다가 코스 설정까지 변화를 줘 무빙 데이에는 선수들의 성적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골프팬들은 무빙 데이 때 들락날락하는 골프 고수들의 모습을 보면서 삶의 교훈을 얻기도 한다. 삶에서 영원한 강자도 영원한 약자도 없다는 사실이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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