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타들 틈바구니 속에서 일본계 미국인 콜린 모리카와는 이들 보다 다소 짧지만 정확한 거리로 지난 해 프로로 데뷔한 이후 첫 메이저 대회 정상에 올랐다. 모리카와가 결정적인 우승의 발판을 만든 것은 294야드의 16번 파4홀이다. 그는 이 홀에서 ’꿈의 샷‘을 날렸다. 모리카와가 티박스에 오르자 캐디 야코박스는 어떤 클럽으로 칠 지를 물었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드라이버로 치겠다. 내 드라이버는 완벽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드라이버샷으로 날린 볼은 정확하게 핀 2m에 붙였다. 모리카와는 가볍게 이글 퍼팅을 성공시키며 동타를 이뤘던 폴 케이시와의 균형을 깨뜨렸다. 모리카와로서는 이 한 방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그는 평소 자신의 드라이버샷 거리를 정확하게 알고 거기에 맞춰 샷을 했다고 한다. PGA가 발표한 선수들의 개인 기록을 보면 그는 올 시즌 평균 296.3 야드, 공동 110위 드라이버 샷 거리를 보여주었다. 자신의 거리에 맞게 드라이버 샷을 구사했던 것이다.
골프에서 기본적으로 자신의 샷 거리를 잘 알고 있어야 홀을 제대로 공략하고 스코어도 유리하게 관리할 수 있다. 프로골퍼들과는 달리 대부분의 아마추어 골퍼들은 캐리 거리와 비거리의 차이를 구분하지 않고 막연하게 거리가 얼마쯤 된다고 생각한다. 잘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린에 올리는데 실패하고 해저드 등에 빠지면 고개를 까우뚱하며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는 경우를 필드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자신의 샷 캐리와 비거리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캐리’는 볼이 클럽에서 떠나 비행을 하다가 처음에 떨어진 지면까지의 거리를 말한다. 캐리 거리는 볼이 날아가는 각도와 헤드 스피드와 무게감에 따라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골퍼들은 오르막과 내리막 코스에 따라 캐리를 조절할 수 있다. 남자 아마추어골퍼도 클럽 스피드를 잘 이용하면 LPGA 투어 선수들만큼 드라이버샷을 날릴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마추어들은 캐리 거리를 최적화하고 클럽 속도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을 LPGA 선수들만큼 잘 모르기 때문에 평균 거리는 짧을 수 밖에 없다. ‘비거리’는 볼이 떨어지고 난 뒤 정지된 지점까지의 거리를 말한다. 보통 캐리보다는 10-20야드 더 멀리간다. 일부에서는 혼동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캐리 비거리', '토탈 드라이빙 비거리' 등으로 구분해서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캐리와 비거리로 나누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신의 캐리와 비거리를 잘 아는 아마추어 골퍼들은 홀 공략을 잘 할 수 있다. 에를 들어보면 아일랜드 파3홀에서 핀 까지의 거리는 150m, 해저드까지의 거리는 130m라고 가정해보자. 평소 캐리와 비거리를 제대로 구분하지 않고 130m 거리를 날린다고 생각하는 아마추어골퍼는 샷을 잘 하더라도 십중팔구 물에 빠지기 십상이다. 비거리 보다 짧은 캐리 거리를 정확하게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로골퍼들이라면 상황은 다르다. 드라이버, 아이언 클럽 모두 정확한 캐리와 비거리를 알고 필요한 순간보다 끊어치면서 홀을 공략한다. 요즘 PGA 장타자들은 330야드 이상 날리는 선수들이 즐비하다. 1990년대 중반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등장할 때만 해도 드라이버샷으로 300야드 이상을 날리는 선수들은 ‘몬스터(Monster, 괴물)’로 부를 정도였으나 지금은 300야드를 못 날리는 선수들은 ‘짤순이’로 분류하기도 한다. 하지만 골프는 거리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콜린 모리카와는 올 PGA챔피언십 우승을 통해 보여주었다. 골프란 묘한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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