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퍼들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달성하기 힘든 ‘버키 리스트’를 꿈꾼다. 18홀 코스에서 나이에 맞거나 그 이하의 스코어를 기록했으면 하는 바램들을 한 번 쯤 가져볼 것이다. ‘에이지 슈터(Age Shooter)’이다. 직역하면 나이를 쏜다는 의미인데 나이보다 같거나 적게 타수를 기록하는 것을 말한다. 인생 후반에 이루어지는 이 위업의 아름다움은 골프의 완성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아마나 할 수 없기에 꼭 한 번은 해보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이 기회는 결코 쉽게 오지 않는다.
나이 80대 이상은 80대 이하, 70대 이상은 70대 이하, 60대 이상은 60대 이하, 50대 이상은 50대 이하의 스코어를 각각 기록하면 에이저 슈터의 영예를 안게 된다. 현실적으로 나이 40대 이하에서 40대 이하의 점수를 낸다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에이지 슈터는 50대 이상은 되야 산술적으로 가능하다. 하지만 50대 이상에서 에이지 슈터를 기록한 경우는 골프 역사에서 딱 한 번 나왔다. 미국 골프역사사전에 따르면 1944년 미국 PGA챔피언십 우승자 밥 해밀턴이 1975년 미국 에반스빌 해밀턴 골프클럽에서 59세 때 59타를 때렸다. 미국 PGA 투어에서는 2002년 챔피언스 투어에서 월터 모건이 61세의 나이로 AT&T 캐나다 시니어오픈에서 60타를 기록, 공식적으로 최연소 에이지 슈터 기록을 보유한 것으로 기록됐다. PGA 투어에서는 샘 스니드가 1979년 쿼드 시티 오픈에서 67세 때 67타를 쳤다. 그는 그 다음날에도 66타를 신기록을 경신했다. 최고령 에이지 슈터는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 빅토리아 출신의 103세 아서 톰슨이었다. 톰슨은 1972년 이 기록을 세웠다.
나이와 가장 많은 타수 차이를 기록한 이는 존 파월이었다. 2017년 86세의 나이에 남캘리포니아 PGA 시니어 토너먼트 최종 라운드에서 64타를 기록했다. 무려 나이보다 22타를 더 적게 친 것이다. 파월은 2007년 93세 때 72타를 기록했던 에드 얼바스티가 세운 21타차 기록을 1타 더 낮췄다. PGA 투어서는 메이저 대회 우승자 겸 명예의 전당 밥 찰스가 역대 최고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찰스는 76세였던 2012년 유럽 시니어투어 오픈에서 10타 뒤진 66타를 기록했다. 이전에, 이 기록은 제리 바버가 보유하고 있었는데 1994년에 챔피언스 투어 크로거 시니어 클래식에서 나이보다 9타 낮은 69타를 쐈다.
골퍼들은 나이가 들면서 점수가 나빠진다는 것을 안다. 프로 투어 선수들은 40대가 되면서 정규 PGA 투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타이거 우즈는 44살인 지난 해 마스터스 대회와 일본 조조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20~30대 젊은 선수들과 경쟁하는데 힘들어 한다. 50세 이상으로 출전 자격을 제한하는 시니어 투어가 만들어 진 이유이기도 하다.
국내서도 야구 선수 출신인 1941년생의 유백만씨가 60대에 60타, 70대에 70타를 자주 기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50대에 뒤늦게 골프를 시작한 유백만씨는 야구 선수로서의 경력과 철저한 몸관리로 에이지 슈터로서 명성을 날렸다고 한다. 또 골프 라운드가 많은 일부 재벌 기업 오너들이 70대 이후 에이지 슈터를 작성했다고 알려져 있다.
에이지 슈터는 한번 해보면 다시 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일반 골퍼들이 이루기 힘든 멀고 험한 길이기도 하다. 나이를 먹으면서 몸과 마음이 약해지는게 평범한 삶의 모습이니까 말이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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