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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 용어 산책 109] 왜 ‘샷 건(Shot Gun)’이라 말할까

 한 프로아마 골프대회에서 샷 건 출발에 앞서 참가자들이 준비를 하고 있다.
한 프로아마 골프대회에서 샷 건 출발에 앞서 참가자들이 준비를 하고 있다.
마치 ‘도떼기 시장’ 같이 골프 전동 카트 수십대가 빼곳하게 늘어서 태우고 갈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카트 앞에는 1번부터 18번까지 표시가 돼 있었다. 해당 홀로 가려는 골퍼들이 번호에 맞는 카트에 분승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카트는 18번부터 역순으로 4명이 채워지면 출발했다. 대회 주최자들은 티오프 타임을 다시 확인시켰다. 1번부터 18홀까지 전동카트로 골퍼들을 각각 이동하게 한 뒤 정해진 시간에 동시에 티오프를 한다는 설명이었다. 오래 전 한국농구연맹(KBL)이 주최한 프로농구 친선 골프대회에 참석했을 때의 경험이다. 이 때 했던 경기 방식은 ‘샷 건(Shot Gun)’이었다.
'샷 건'은 골프 대회 형식이 아니라 대회를 하는 경기 방식이다. 샷 건을 할 때, 모든 골퍼들은 동시에 경기를 시작한다. 네 명의 골퍼들이 한 팀씩 각각 다른 홀에서 티샷을 한다. 골프만이 하는 독특한 경기 방식이다. 샷 건이란 말은 원래 산탄총을 의미한다. 산탄총은 탄환이 흩어지도록 발사하는 총기를 말한다. 보통 총이란 정확히 목표물에 명중해야 하는 것이 본래 역할인데 산탄총은 날아가는 새와 같이 이동하는 표적을 손쉽게 맞추기 위해 여러 발의 작은 탄환을 넣어 한 발에 발사하도록 해 사냥의 효과를 높였다. 그래서 산탄총은 사냥용으로 많이 사용한다고 해서 ‘엽총(獵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클레이 사격장에선 보통 산탄총을 쓴다.

골프에서 각 홀 티잉 그라운드에서 일제히 시작하는 방식이 산탄총처럼 수많은 총알이 한꺼번에 발사되는 모양과 같다고 해서 샷 건이라는 말을 썼다고 한다. 2004년 12월호 미국 골프다이제스트에서 보도한 것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주 월라 왈라 컨트리클럽의 대표 프로 짐 러셀은 1956년 5월 한 대회에서 코스 각 홀에서 티오프 타임을 기다리는 골퍼들에게 경기 시작을 알리는 엽총을 실제로 공중에 발사했다.
샷 건 경기방식은 코스의 각 조를 미리 편성한다. 짜여진 조는 해당 출발 홀로 보낸 뒤 동시에 라운드를 시작하는 의미로 공중에 엽총을 쏴 소리로 알리면 각 조들은 일제히 홀에서 티샷을 날린다. 각 조는 라운드를 시작하는 곳부터 순서대로 코스를 돌면서 18홀 플레이를 한다. 예를 들어 11번홀에서 티샷을 한 조는 12-18번홀을 먼저 돈 뒤 1-10번홀을 거쳐 플레이를 마친다. 통상 1번홀부터 시작해 18번홀에서 마치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끝난다. 18개팀이 넘을 경우에는 일부 파4홀과 파5홀에 두 팀씩을 배정, 차례로 같은 홀에서 출발시키기도 한다. 먼저 팀을 출발시키고 다음 팀을 앞 팀이 세컨 샷을 마치면 출발시키는 식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골프장 측에서는 동시에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이 방식을 선호하는 편이다. 하지만 주중에만 허용한다.

샷 건 방식의 특징은 출발 시간을 미리 정할 수 있고, 하루 종일 홀을 비워두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 거의 동시에 시작하고 동시에 끝나 대회 운영하는데 아주 효율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샷건 방식은 시간 관리 장점으로 자선 대회, 기업과 각종 협회 모임에서 매우 인기가 있다. 거의 동시에 끝나 모든 사람들이 같이 식사를 하고 시상식 등 행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엘리트 선수들이 겨루는 프로나 아마추어 골프대회에서는 1번홀과 10번홀에서 3인 1조로 티오프 타임을 10분 간격으로 출발하는 경기방식을 취하고 있다. 샷 건 방식은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하는데 방해를 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보통 샷 건 출발을 알리는 신호는 코스 전체에 들릴만큼 큰 확성기나 사이렌 등을 사용하기도 했으나 요즘은 SNS 시스템을 이용해 정확한 표준시간을 알려 동시에 티샷이 이루어지도록 한다. 샷 건 방식에서 선수들은 카트를 타고 출발하지만, 라운드 내내 카트를 타는 것이 필수 사항은 아니다. 때로는 선수들이 캐디들과 함께 카트를 타고 나가 걸으면서 플레이를 하기도 한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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