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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 용어 산책 110] 벙커에서 ‘모래 접촉(Touching Sand)’을 하면 왜 안되나

 벙커샷은 모래에 접촉하지 않고 해야한다. 선수나 캐디 등이 모래를 클럽이나 손으로 만지면 2벌타가 주어진다. 사진은 세계랭킹 1위 고진영의 벙커샷 모습.
벙커샷은 모래에 접촉하지 않고 해야한다. 선수나 캐디 등이 모래를 클럽이나 손으로 만지면 2벌타가 주어진다. 사진은 세계랭킹 1위 고진영의 벙커샷 모습.
하두 이상해서 동영상을 직접 찾아봤다. 미국 ESPN 인터넷 기사에는 골프 채널에서 중계한 동영상이 있었다. 분명히 하얀 모자를 뒤로 쓴 캐디가 벙커 안으로 들어가 몸을 구부리고 손으로 모래를 여러 번 흩뜨리는 모습이 보였다. 벙커 샷 하는 선수의 모습은 없고 캐디만 벙커에 들어가 그런 엉뚱한 행동을 하는 장면이었다. 캐디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 지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지난 15일 골프 외신 기사는 충격적이었다. 캐디가 벙커 모래를 손으로 만지는 바람에 US 아마추어 골프 선수권대회 8강 진출에 실패한 사건이었다. US 아마추어 선수권대회라면 미국골프협회에서 주관하는 가장 권위있는 최고의 대회이다. 1895년에 창설된 US아마추어 선수권대회는 해마다 수천 명이 참가자들이 몰릴 정도로 최고 인기있는 대회로 역대 우승자 가운데는 바비 존스, 아놀드 파머, 잭 니클로스, 필 미컬슨, 타이거 우즈 등 쟁쟁한 선수들이 들어 있다. 예선을 거친 상위 64명이 매치플레이 토너먼트식으로 승부를 가리게 되는데 이번 대회 16강전에서 믿기 어려운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미국 오리건주 브랜던 듄스 골프 리조트에서 열린 대회 16강전에서 아르헨티나 출신의 세군도 올리바 핀투는 미국의 조지아 공대 학생 타일러 스트래파시에게 1홀 차로 졌다. 스트래파시는 마지막 18번홀에 들어가기까지 핀투와 올 스퀘어, 무승부를 기록했다. 문제는 18번 홀에서 핀투가 어프로치한 볼이 그린사이드 벙커에 빠지면서 일어났다. 공의 라이을 확인하고 벙커에 들어간 핀투는 샌드샷을 쳤다. 그러는 동안 캐디는 벙커에 발을 들여놓더니 몸을 숙이고 손으로 모래를 여러 번 쓰다듬었다. 핀투뿐 아니라 스트래파시와 그의 캐디, 그리고 TV 중계진까지 옆에서 이를 지켜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는 USGA의 규정 12.2b 조항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벙커의 모래를 만지는 것을 제한한다는 규정이다. 플레이어는 스트로크 정보를 얻기 위해 표면의 상태를 고르게 하거나 고의적으로 벙커의 모래를 자신의 손, 클럽, 다른 물체로 만질 수 없다는 것이다. 규정 10.3c는 플레이어가 캐디의 행동에 책임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골프장 인근에 사는 브란트 브루어라는 지역 캐디는 자신이 모래를 만졌다는 사실을 부인했지만 동영상은 분명히 그가 모래를 만지고 있는 것을 보여주었다. 규칙 위반으로 핀투는 그 홀을 내주었고, 8강행이 좌절됐다.
이후 핀투는 대회 담당자의 호출을 받고 상황을 통보받았을 때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핀투는 캐디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설명했냐는 질문에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그것은 정말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무슨 말을 하든 그것이 일어난 일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스트래파시는 캐디의 엉뚱한 행동 덕분에 8강에 오르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

사실 일반 아마추어 골퍼들도 벙커에서는 각별한 주의를 해야한다. 매치플레이에서는 이번 US아마추어 선수권대회처럼 그 홀에서 패배를 하지만 스트로크플레이로 벌어지는 일반 대회서는 벙커에서 모래를 건드리면 2벌타가 부여된다. 클럽이 벙커 모래 지면에 닿는다거나 백스윙 때 모래를 건드리거나 하면 2벌타가 주어진다. 예전에 라운드를 하다가 동반자 볼이 벙커에 떨어지면서 여러 번 모래를 건드리는 실수를 하는 것을 봤다. 첫 번째 볼이 벙커턱을 넘지 못하고 다시 굴러 내려와 움푹파인 발자국으로 굴러 들어갔다. 그는 들고 있던 샌드웨지로 모래를 툭 쳤다. 첫 번째 샷을 할 때 백스윙이 모래를 건드렸으며, 다시 클럽으로 모래를 쳐 사실상 4벌타 감이었다. 하지만 친선 라운드라 4벌타가 아닌 2벌타로 간주하고 트리플보기로 스코어카드에 적었던 기억이 있다.

벙커에서 의도했든, 의도를 하지 않았든 모래를 건드리는 것은 규칙 위반으로 간주하고 2벌타를 부여한다. 이유는 라이를 개선해 경기를 하는데 도움을 받고 다른 이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규칙을 고의로 위반하는 경우 2벌타로 응징하는 골프 규칙은 행위의 결과에 책임을 지는 서구문화의 합리적인 사유에서 나온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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