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의 ‘맨발 투혼’은 아주 유명하다. 1998년 7월 7일 미국 위스콘신주에서 열린 제53회 US여자오픈 골프대회에서 박세리는 한국스포츠 사상 잊을 슈수 없는 명장면을 연출했다. 당시 박세리는 태국계 아마추어 선수 제니 슈시리폰과 18홀 연장 대결을 벌였다. 연장전도 역전과 재역전을 거듭하는 팽팽한 승부였다. 박세리는 연장 마지막 홀인 18번홀 티잉그라운드에 섰다. 슈시리폰이 먼저 티샷을 날렸다. 볼은 페어웨이 약간 오른쪽 안전한 지점에 떨어졌다. 하지만 박세리의 티샷은 왼쪽 페어웨이에 떨어지더니 크게 튀어 오른 후 물이 가득한 해저드 쪽으로 굴러 떨어졌다. 볼이 멈춘 곳은 내리막 급경사에다 물에서 20㎝밖에 떨어지지 않아 자칫 볼이 물에 빠질 수 있는 장소였다. 검정 반바지 차림의 박세리는 신발과 양말을 벗더니 성큼성큼 물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이어 갤러리들이 숨죽여 지켜보는 가운데 골프채를 차분하면서도 힘차게 휘둘렀고, 볼은 페어웨이에 안전하게 올라섰다. 갤러리들의 환호와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이어진 세 번째 샷은 홀컵 5m 지점에 자리 잡았다. 이를 지켜보던 추아시리폰은 흔들렸고, 그의 어프로치샷은 홀컵을 지나버렸다. 18홀로 승부를 가리지 못해 경기는 서든데스로 넘어갔고 박세리는 서든데스 두 번째 홀인 11번홀에서 5.5m 버디퍼팅을 성공시키며 우승을 거머쥐었다. 최고 권위의 US오픈 우승을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달성한 순간이었다.
지난 8일 경주에서 벌어진 박인비 인비테이셔널에서도 오지현이 비슷한 상황에서 박세리처럼 맨발 투혼을 보였다. 이날 14번홀(파5)에서 세 번 째 샷이 그린 사이드 해저드 부근 러프로 떨어진 볼을 오지현은 신발과 양말을 벗고 한 발은 물에 담근 채 어프로치 샷으로 그린 에지 근처에 떨어 뜨렸다. 박세리 때의 기억이 났는 지 모르겠지만 1벌타를 먹느니 차라리 그냥 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 직접 볼을 쳤으리라는 생각이다.
워터 해저드에서 볼을 칠 때 관련 규칙을 잘 적용해야 한다. 먼저 골퍼들이 주지해야 할 것은 볼이 워터 해저드에 들어갔더라도 칠 수 있는 상황이면 얼마든지 쳐도 된다. 볼이 약간 물에 잠겼을 뿐이거나 워터 해저드 지역 내지만 물에는 잠기지 않았을 경우 그냥 칠 수 있다. 박세리와 오지현처럼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조건이 있다. 절대 클럽헤드를 물이나 땅에 대지 말아야 한다. 위험 상태를 사전에 시험하려고 클럽헤드를 지면에 대면 2벌타를 각오해야 한다. 매치플레이에서는 홀을 잃는다. 샌드 벙커에서와 규칙 적용이 거의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대체로 볼이 물 속으로 빠지면 1타를 까먹고 빠진 자리 뒤나 워터 해저드 티 마크 뒤에서 친다. 괜히 물 가까운 풀이거나 살짝 물에 들어간 볼을 치려고 하다가 연이은 샷 미스로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탕 튀어 가면서 무리하게 볼을 치려다가 연속적으로 위험한 상황을 맞는 경우를 자주 목격하기도 했다. 골프 규칙을 잘만 이용하면 오히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게 워터 해저드 관련 사항이다. 예전에는 홀 좌우로 ‘OB’ 구역을 설정해 골퍼들에게 2타의 고통을 주던 국내 골프장들이 최근 대부분 OB 지역을 해저드로 바꾼 이유는 1타를 줄이는 효과를 주려고 한 것이다. 이는 골퍼들을 위한 배려라고 할 수 있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