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먼이 트럼프 대통령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미국 뉴저지 트럼프내셔널 베드민스터 골프장 소속 프로로 일할 때였다. 허먼은 트럼프와 자주 골프를 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대통령 취임식에 그를 부를 정도로 가깝게 지냈다. 허먼은 윈덤 챔피언십 포함 3차례 우승을 했는데, 그때마다 대회 직전 트럼프 대통령과 라운드를 했다. 2016년 휴스턴 오픈과 2019년 바바솔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할 때도 수 주전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를 쳤다. 이번 윈덤 챔피언십을 앞두고 3주전 트럼프 대통령과 베드민서터 골프장에서 같이 라운드를 했다. 허먼의 우승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 기운이 함께 하는 것 같다는게 미국 언론의 반응이었다.
미국 언론은 골프와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보인다. 골프가 대통령들에게 단순한 취미를 넘어 정치적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대통령들은 ‘세계 대통령’이라는 엄청난 부담을 덜기 위해 골프를 많이 쳤다. 대통령이 골프를 치는 습관과 방법 등에 따라 정치적 성향, 성장 배경, 개인적 스타일 등을 잘 알 수 있다.
지난 2003년 미국 뉴욕타임스 탐사보도 전문기자 돈 반 나타 주니어는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의 골프를 관찰한 얘기를 ‘백악관에서 그린까지(영어 원명 First Off the Tee)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그는 책에서 백인관의 주인이 된 빌 클린턴 대통령과 함께 한 라운드에서부터 조지 부시 대통령 부자간의 라운드 등 최근 미국 대통령들의 골프스타일과 면모까지 생생히 기록했다. 이 책은 미국 대통령들의 골프 실력을 들여다볼 수 있는 즐거운 경험을 주면서 미국 정치사를 색다른 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해준다.
1900년대 이후 미국 역사에서 21명의 대통령 중 18명이 골프를 쳤다. 골프를 치지 않은 대통령은 트루먼, 카터, 후버 등 3명이다. 1950년 한국 전쟁 전후 대통령을 역임한 트루먼은 중산층 유권자들이 골프를 부자들의 전유물로 여기기 때문에 골프가 위험한 정치적 올가미가 될 수 있다면서 멀리했다고 한다. 대신 그는 포커를 즐겼다는 것이다.
역대 미국 대통령과 가장 많은 라운드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미국 최고의 코미디언 밥 호프(1903-2003)는 생전에 “대통령과 골프를 친다는 것은 엄청난 의미가 있다. 대통령이 샌드 트랩에서 보이는 행동은 긴급한 국정사안에 그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를 여실히 드러내주는 바로미터와 같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절대 권력자인 미국 대통령이 골프에서 어떻게 행동하는 가가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었다.
역대 골프를 친 미국 대통령 가운데 빌 클린턴과 린든 B 존슨은 멀리건을 많이 한 대통령으로 알려져 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멀리건을 많이 써 ‘빌리건’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클린턴 대통령은 “내가 첫 티에서 두 세 번 샷을 한 이유는 야외 연습장에서 연습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너스레를 자주 떨기도 했다. 이달 초 올 PGA 챔피언십이 열린 샌프란스시코 하딩 파크 골프장 이름을 낳게 한 워런 하딩 대통령은 미국 역대 최악의 대통령이라는 악평을 들었지만 가장 골프를 사랑한 대통령으로 불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중 평균 4.2일마다 골프 라운드를 즐겨 지난 3년동안 273번의 라운드를 가진 것으로 알려질 정도로 ‘골프광’이다.
한국은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노무현, 이명박 등이 골프를 즐긴 대통령이었다. 한국 대통령은 역대로 자신들의 골프 실력을 국민에게 알려지는 것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었다. 아마도 대통령령이 일은 안하고 골프만 친다는 느낌을 주기 싫었기 때문일 것이다. 김영삼 대통령은 자신의 형편없는 골프 실력이 드러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해 대통령 재임시 "골프를 치지 않겠다"고 선언해 공직자들의 골프 금지로 이어지기도 했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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