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넓디 넓은 골프장에서 볼을 잃어버릴 장소는 곳곳에 널려 있다. 깊은 숲 속, 큰 나무 위, 긴 러프 자락 등에 볼이 떨어지면 쉽게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로스트볼이라는 말이 골퍼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통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로스트볼은 골프에서 두 가지 뜻이 있다. 순수하게 흠집이나 줄 표시가 있는 공으로, 가격이 저렴해 연습용 공으로 사용하거나 초보자가 사용한다. 골프장 인근이나 워터 해저드 속에 빠진 공을 수거해 판매하는 것으로 물과 햇볕에 노출돼 탄성이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골프 규칙 용어로 로스트볼은 정상적인 플레이 도중 공이 없어진 경우를 말한다. 경기자와 동반자, 캐디 등이 볼을 찾기 시작해 3분이내에 발견하지 못했거나 자기 공을 확인하지 못할 때, 경기자가 교체된 공을 스트로크했을 때, 원래의 공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장소보다 홀에 더 가까운 지점에서 잠정구를 플레이할 때 로스트볼로 간주한다. 로스트볼 규정을 만든 것은 골프장이나 골프 대회에서 볼을 찾는데 시간적으로 지체하면 운영에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볼을 찾는데 3분이내라는 시간 제한을 둔 이유이다. 2019년 이전에는 5분으로 했다가 3분으로 줄여 앞당겼다. 빠른 플레이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로스트볼 규정은 ‘잠정구(Provisional Ball)와 연관성이 깊다. (본고 50회차 ’‘잠정구(Provisional ball)’에서 ‘잠정’은 어떻게 만들어진 말일까‘ 참조) 만약 티샷이 로스트볼이라는 판단이 설 경우 잠정구라고 말한 뒤 다음 샷을 해야 한다. 만약 로스트볼을 찾을 경우에는 그대로 플레이를 하면 되지만 찾지 못할 경우 잠정구 볼을 사용해야한다. 로스트볼 처리가 되면 1벌타가 부과된다. 만약 잠정구를 치지 않고 로스트볼을 찾으러 갔다가 못 찾으면 다시 최초 위치로 돌아와 다시 샷을 해야한다.
지난 17일 PGA 투어 통산 3승을 노렸던 김시우의 우승이 로스트볼과 함께 사라졌다. 윈덤 챔피언십 3라운드 합계 18언더파로 2위에 2타 앞선 가운데 최종 라운드를 펼친 김시우는 6번 홀(파4 427야드)에서 드라이브 샷이 우측으로 빗나가며 로스트볼이 됐다. 5번홀에서 아깝게 버디 퍼팅을 놓친 김시우는 페어웨이가 좁은 6번홀에서 3번 우드 정도를 잡아야 했지만 거리 욕심(?)을 내 드라이버를 잡는 바람에 샷이 ‘난초’를 그리며 깊은 숲 속으로 날아가 버린 것이다. 이 홀에서 더블보기를 기록하는 바람에 합계 18언더파로 우승자 짐 허만(21언더파), 2위 빌리 호셀(20언더파)에 이어 공동 3위로 밀려났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로스트볼 상황에서 ‘오소(誤所) 플레이’에 주의해야 한다. 로스트볼이 발생하는 장소에는 보통 많은 다른 볼들이 있을 수 있다. 자신이 친 공이 아닌 것을 칠 경우, 로스트 볼 1벌타에 남의 볼을 쳐 2벌타가 추가돼 3벌타를 부과받게 된다. 만약 오소플레이를 한 것을 감춘 게 드러날 경우 공식 대회에서는 실격 처리가 될 수도 있다.
골프에서 로스트볼 규정을 둔 것은 벌타를 부과하기 보다는 잘못된 결과를 되돌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삶에서도 방향을 잃고 가다가 다시 정상으로 수정하는 일이 왕왕 생기는 법이니까 말이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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