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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 용어 산책 114] ‘언플레이어블 볼(Unplayable Ball)’은 왜 번역어가 없는 것일까

세계여자골프 랭킹 1위 고진영이 LPGA대회에서 티샷이 숲속 나무 밑으로 들어가 '언플레이어블 볼'을 선언한 뒤 아이언샷을 하고 있다.
세계여자골프 랭킹 1위 고진영이 LPGA대회에서 티샷이 숲속 나무 밑으로 들어가 '언플레이어블 볼'을 선언한 뒤 아이언샷을 하고 있다.
골프 용어 중에는 적당한 번역어를 찾기가 어려워 영어 원어를 그대로 쓰는 경우가 많다. 점수의 기본적 단위인 파, 보기 등이 그렇고, 드라이버 등 클럽 이름도 그렇다. 하기야 종목 자체가 영어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경기 용어 가운데서는 ‘로스트볼(Lost Ball)’을 ‘분실구’, ‘프로비저널볼(Provisional Ball)을 ’잠정구’라는 번역어로 말하기도 한다. (본고 113회 ‘왜 ‘로스트볼(Lost Ball)’이라 말할까‘, 본고 50회 ’’‘잠정구(Provisional ball)’에서 ‘잠정’은 어떻게 만들어진 말일까‘ 참조) 두 단어는 골퍼들이 로스트볼, 잠정구라고 많이 말한다. ’언플레이어블 볼(Unplayable Ball)’은 두 말과 같이 유사한 상황에 따라 처리를 할 수 있지만 마땅한 번역어가 없었는 지 그냥 영어 원어를 사용한다. 아마도 ‘경기를 할 수 없는 공’이라는 의미의 간단한 번역어를 찾기가 어려웠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공이 큰 나무 밑이나 깊은 수풀 속으로 들어가 도저히 정상적인 플레이를 할 수 없는 상황일 때, “어, 이거 경기를 할 수 없는 공이야”하고 말하기는 꽤 불편할 것이다. 그냥 ‘언플레이어블 볼’이라고 영어 두 단어로 된 말을 하는 것이 더 간편해 굳어졌을 것으로 본다.

언플레이어블 볼이란 볼이 떨어진 지점이나 놓여있는 상태가 플레이하기에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경우 플레이어가 선언하는 것이다. 언플레이어블 볼은 플레이어 자신만이 워터 해저드를 제외한 코스 어디서나 선언할 수 있다. 깊은 숲속으로 들어간 로스트볼을 3분이내에 어렵게 찾았지만 볼을 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 탈출하는 데 2타 이상 까먹을 것으로 생각되는 경우에는 언제든지 언플레이어블 볼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언플레이어블 볼을 선언하면 1벌타를 먹고 세 가지 처리 방법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첫째 원위치로 돌아가 다시 치는 것이다. 둘째 볼이 있는 곳에서부터 홀과 가깝지 않은 지점으로 두 클럽 이내로 드롭하는 것이다. 세 째는 홀과 볼을 잇는 직선을 그어 볼 위치보다 뒤로 원하는 만큼 거리에 제한없이 드롭하는 것이다. 만약 처리방법이 잘못되면 로스트볼 때와 마찬가지로 2벌타를 부과받는다.

언플레이어블 볼 상황을 예로 들어 본다. A씨의 티샷이 오른쪽 숲 속으로 날아갔다. 볼은 찾았으나 큰 나무 뿌리 옆에 놓여 한 번에 탈출이 불가능하다. 언플레이어블 볼을 선언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깊은 숲 속이라 ‘두 클럽 이내 드롭’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행히 다른 홀 페어웨이가 가까운 근처에 보였다. 홀과 직선 거리로 이어 볼 보다 뒤쪽으로 옆집 페어웨이로 이동해 드롭할 수 있었다. 여기서 홀을 직접 공략하면 언플레이어블 볼을 선언하고 1벌타를 먹고도 ‘파’ 또는 ‘보기’를 무난히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샌드벙커로 들어간 볼이 깊이 박혀있을 때도 언플레이어블 볼 선언이 가능하다. 볼을 칠 수는 있지만 자칫하면 깊게 모래에 박힐 수 있다고 생각될 때 1벌타를 받고 ‘두 클럽 이내 드롭’을 해 좋은 라이에서 볼을 치면 된다.

아마 골퍼들은 언플레이어블 볼 선언을 처리하는 방법 중 원 위치로 돌아가 다시 치는 방법을 선택할 경우 난감해 할 수 있다. 대개 뒤팀이 티잉 그라운드에서 기다리고 있어 원 위치로 돌아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최초 친 볼을 찾지 않고 그냥 놔두고 다른 볼로 치면 자동적으로 최초 볼은 분실구 처리가 된다. 언플레이어블 볼의 최초 위치 선택방법은 분실구 때처럼 1벌타후 스트로크하는 방법이 같기 때문에 골퍼들은 어느 쪽을 선택하든 상관이 없는 것이다. 만약에 ‘잠정구’ 선언을 했으면 그에 따른 처리 방법대로 하면 된다.

언플레이어블 볼, 로스트볼, 잠정구는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잘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개념을 잘 이해하고 필드에 나설 필요가 있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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