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세이브의 전형은 대개 어프로치샷이 그린사이드 벙커에 빠졌으나 이 벙커 샷을 홀에 붙여 1퍼트로 파를 잡는 것이다. 이같은 유형의 파를 잡는 것을 ‘샌드세이브(Sand save)라고도 명명한다. 언듯보면 파세이브와 샌드세이브는 같은 의미의 말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 프로골프(PGA)에선 샌드세이브는 파세이브와 나눠 프로들의 숏게임 능력을 평가한다. 샌드세이브율과 파세이브율이 그것이다. 샌드세이브율은 그린사이드 벙커에서 파나 버디, 이글 등을 잡는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파세이브율보다 좀 더 프로들의 기량을 평가하는데 중요하다. 파를 넘어서는 기록들은 샌드세이브율에 반영하지 않는 것은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파4에서 3번째 샷이 그린사이드벙커에 들어가 2타만에 홀아웃해서 보기를 하거나, OB나 해저드에 빠진 뒤 4번째 샷이 그린사이드벙커에 들어가 2타만에 홀아웃해서 더블보기를 했다면 프로들에게 이런 스코어는 아마추어들과는 달리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미 PGA투어에서는 샌드세이브율 부문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집계하고 있는 것이다. 보통 PGA 톱 프로들은 샌드세이브율이 65% 정도 안팎으로 나오고 있는데 현재는 버드 콜리(30)가 67%로 제이슨 데이(66.67%)를 앞서 이 부분 1위를 달리고 있다.
프로들의 라운드를 보다보면 정말 멋진 파세이브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지난 달 24일 미 PGA투어에서 활동하고 있는 배상문(34)이 PGA 투어 역사상 최고의 파세이브를 기록했다. 미국 미네소타주 블레인의 TPC트윈시티스(파71)에서 열린 피지에이 투어 3M오픈 1라운드 18번 홀(파5)에서 기적 같은 파 세이브에 성공한 것이다. 케빈 코스트너가 주연배우로 나오는 최고의 골프 영화 ‘팁 겁(Tin Cup)’에서 주인공 맥어보이가 US오픈 마지막 72번째 홀에서 파세이브면 동타, 버디면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을 맞아 5개의 볼을 호수에 빠뜨린 뒤 3번 우드샷으로 홀인을 한 것보다 더 멋진 장면을 연출했다.
배상문의 티샷한 볼은 워터 해저드에 들어가 벌타를 받았고, 이어 세 번째 샷마저 물에 빠졌다. 다시 벌타를 받아 다섯번째 샷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5온이면 잘해야 보기이고, 더블보기도 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무려 250야드를 남기고 시도한 다섯번째 샷이 그린 위에 올라가더니 거짓말처럼 홀 안으로 사라졌다. 파를 잡은 것이다. PGA 투어는 ‘샷링크’로 선수들의 샷 거리를 측정한 이후 가장 먼 거리에서 파를 잡아내며 홀아웃한 기록이라고 평가했다. ‘PGA닷컴’은 골프 역사상 가장 위대한 파 세이브라고 보도했다. PGA닷컴은 “2003년 샷링크 시대부터 이렇게 먼 거리에서 홀아웃 한 선수는 없었다. 이전 최장 거리 홀 아웃은 2011년 RBC헤리티지 오픈 1라운드 4번홀에서 스티븐 보우디치가 기록한 176야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두 차례 PGA 투어 우승을 차지한 바 있는 배상문은 이날 4오버파 75타를 적어내고 2라운드 합계 4오버파 146타로 컷오프를 통과하지 못했다.
구력이 제법 되는 아마추어 골퍼들은 배상문 정도로 멋진 파세이브는 아니지만 종종 자신만의 최고의 파세이브 하나 쯤은 기억으로 갖고 있을 것이다. 사실 주말골퍼들의 실력은 파세이브 능력에 따라 천차만별이라고 보면 된다. 거리가 안나가는 ‘짤순이 골퍼“들은 파세이브로 스코어를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2학년 1반(2온 1퍼트), ’3학년 1반(3온 1퍼트)‘, ’4학년 1반(4온1퍼트)‘ 등으로 어프로치샷의 정확성을 갖고 점수를 내는 모습을 주말 골퍼들 사이에서 많이 볼 수 있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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