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웨지’는 고대 영어 ‘Wecg’에서 기원된 말로 인도 유럽어 ‘Wogwhyo’에서 갈라져 나온 것이라고 한다. 이 말은 농업이 주였던 고대 시대에 땅을 갈아 쓰는 쟁기를 대신하는 삽모양의 쇠조각으로 이루어진 ‘보습(補習)’ 용구를 지칭하는 말에서 유래됐다는 것이다. 이 말이 지금과 같이 골프에서 특별한 클럽을 지칭하는 뜻으로 사용된 것은 1930년대부터였다. 그 이전에는 짧은 어프로치 샷을 위한 클럽은 오늘날 9번 아이언에 해당하는 ‘니블릭(Niblick)’으로 활용했다. 이 클럽은 납작하고 페이스가 각이 져 잔디에 떠 있는 볼은 치기가 쉬웠지만 모래 등에서는 사용하기가 어려운 단점을 갖고 있었다. 벙커샷에 쓰는 클럽은 ‘지거(Jigger)’라는 별도의 클럽이 필요했다. 이러한 클럽들은 어프로치 샷으로는 이상적이지 않았다.
‘웨지’라는 말을 가진 클럽이 등장한 것은 전설적 골퍼 진 사라젠(1902-1999)이 ‘샌드웨지(Sand Wedge)’를 선보이면서부터였다. 미국 프로골퍼 진 사라젠은 1920년대와 1930년대를 풍미한 최고의 선수로 모든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첫 번째 프로골퍼였다. 1922년 US오픈, 1922년, 1923년, 1933년 PGA 챔피언쉽, 1932년 브리티시오픈, 1935년 마스터스 등을 휩쓸며 프로골퍼 최초의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진 사라젠은 영화제작자이며 항공재벌인 자신의 친구 하워드 휴즈에게 비행기를 타는 법을 배우면서 받은 영감을 통해서 비밀병기를 고안하게 됐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 기체 앞부분이 위로 들리면서 꼬리 부분이 아래로 처진다는 것을 보고 9번 아이언의 백 에지를 프론트 에지보다 아래로 처지게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는 것이다. 새로운 비밀병기로 모래에서 볼을 쳐 올려보니 이전보다 훨씬 정교함 스윙이 가능해졌다고 한다. 자신이 고안한 샌드 웨지를 쓰면 모든 골퍼가 6타 정도는 줄일 수 있게 될 거라고 그는 주장했다고 알려졌다.
현재 웨지는 피칭(Pitching), 갭(Gap), 로브(Lob), 샌드 웨지 등 네 가지가 있다. 1990년대부터 인기를 얻기 시작한 갭 웨지는 52도의 로프트로 피칭 웨지와 샌드 웨지 사이의 차이를 메워주는 역할을 한다. 로브 웨지도 비슷한 시기에 등장했는데, 그린 가까이에 놓인 해저드를 넘길 때 볼을 높이 띄우기 위해 사용한다. 요즘 클럽 메이커들은 자신들이 만든 웨지에 갖가지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하지만 크게 보면 웨지는 이 4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웨지를 골라 사용하면 스코어를 줄이는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