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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 용어 산책 129] ‘Walk-Off Homerun’를 왜 ‘끝내기 홈런’이라고 할까

지난 8월 1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KBO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연장 10회말 1사 LG 김현수가 끝내기 홈런을 치고 홈을 밟으며 동료선수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8월 1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KBO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연장 10회말 1사 LG 김현수가 끝내기 홈런을 치고 홈을 밟으며 동료선수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영어나 일본식 한자어를 많이 쓰는 야구 용어 가운데 순 우리 말로 멋지게 쓰는 표현이 있다. ‘끝내기’라는 말이다. 국어 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끝내기는 ‘어떤 일의 끝을 맺는 일’이다. 야구에서는 마지막에 승부를 결정짓는 것을 말한다. 끝내기의 영어식 표현은 ‘Walk Off’이다. 워크 오프는 걸어서 나간다는 ‘퇴장’을 의미한다. 9회 말이나 연장전에서 홈팀이 리드를 잡으면 더 이상 경기를 할 필요가 없다. 원정팀이 더 이상 공격 기회가 없기 때문에 홈팀이 승리하고 선수들은 바로 퇴장한다. 특히 워크오프는 홈팀 선수들을 위해 만들어진 말이다. 원정팀은 어떠한 경우에도 먼저 퇴장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스포츠백과사전에서 워크 오프의 기원은 오래 전 투수 데니스 에커슬리가 멀리 날아간 홈런을 워크오프 홈런(Walk-Off Homerun)’이라고 말한 데서 비롯됐다고 설명한다. 에커슬리가 끝내기 홈런을 허용하고 환호하는 상대 팀 관중 사이에서 고개를 숙이고 터벅터벅 내려온 상황을 워크오프라고 표현한 것이 유래라고 한다. 최초로 에커슬리가 언급한 워크오프는 투수가 마운드에서 비참하게 내려오는 것을 묘사한 부정적 어원이었지만 이후 의미가 확장돼 이기는 경기를 기념하는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워크오프 홈런이라는 영어 표현을 아는 야구팬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이보다 끝내기 홈런이라는 우리식 표현에 더 익숙하다. 끝내기 홈런은 용어 표현을 그대로 직역하면 ‘퇴장 홈런’에 가까운 워크오프 홈런보다 훨씬 적절하고 상황을 잘 묘사한 것이라는 생각이다. 영어보다 우리 말 표현이 확실하게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고 본다. 타자가 장쾌한 홈런을 때리고 경기를 끝내는 것을 보면 극적이다. 감동적인 연극을 보는 것처럼 감격적이고 인상적이다. 상대 팀과의 점수가 동점이거나 뒤지고 있을 때, 타자가 친 홈런이 결승 타점을 기록하며 역전시키고 경기를 끝낸다. 승리를 확인한 홈팀은 화려한 불꽃놀이를 펼치며 관중들은 찌릿한 승리의 환호를 맛본다.
끝내기 홈런은 워크오프 홈런의 일본어 번역인 ‘사요나라 호므란(サヨナラホームラン)’이라는 말을 한국식으로 번역한 것이 아닌가 싶다. ‘안녕히 가세요’라는 인사말인 ‘사요나라’보다는 ‘끝내기’라는 말이 더 잘 만들어진 표현이라는 느낌이다. 끝내기 홈런이라는 말을 언제부터 국내에서 사용하게 됐는 지는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일제 강점기시절 일본식 표현을 쓰다가 해방 이후 본격적으로 쓰지 않았을까 추정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과거 ‘굿바이 홈런’이라고도 말했다.

끝내기 홈런은 중요 경기에서 나오면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 한국프로야구의 공식전 첫 경기인 1982년 시즌 개막전 삼성-MBC전에서 끝내기 만루 홈런으로 경기가 마무리된 것은 너무나 유명하다. MBC 이종도는 삼성 투수 이선희에게 결정적인 한 방으로 쐐기를 박았던 것이다. 이종도의 끝내기 만루홈런으로 한국프로야구는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는 평가도 있다. 그만큼 의미가 큰 끝내기 홈런이었다. 인터넷 백과사전 나무위키에 따르면 미국 메이저리그에선 끝내기 홈런으로 월드시리즈를 제패한 일이 있었다. 1960년 월드시리즈 피츠버그 파이리츠 내야수 빌 매저로스키는 7차전 9회 말 선두타자로 나서 끝내기 홈런을 때려내며 팀의 우승을 안겨주었다. 세계 유일의 리그 우승을 확정짓는 대타 역전 만루 홈런도 나왔다. 2001년 9월 26일, 오사카 킨테츠 버팔로즈의 키타가와 히로토시가 오릭스 블루웨이브와의 경기에서 9회 말 5 - 2로 밀린 노아웃 만루 상황 때 마무리 투수 오쿠보 마사노부를 상대로 뽑아냈다. 그리고 이 해가 킨테츠의 마지막 우승이었다.

끝내기 홈런을 보면서 야구의 묘미를 느끼는 이들이 많다. 애절하게 기다리다 끝내 한 방 터지는 끝내기 홈런을 맛본 야구팬들은 그 기억을 오랫동안 잊지 못하며 간직한다. 이 맛이 그리워 팬들은 야구장을 찾는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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