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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 용어 산책 130] '러닝 홈런(Running Homerun)’이 아닌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Inside the park homerun)' 인 이유

시애틀 매리너스 시절 스즈키 이치로는 2007년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서 수비수들의 보이지 않는 실책이 겹쳐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사상 첫 장외홈런을 기록하며 MVP를 수상했다. 사진은 당시 이치로의 타구 모습.
시애틀 매리너스 시절 스즈키 이치로는 2007년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서 수비수들의 보이지 않는 실책이 겹쳐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사상 첫 장외홈런을 기록하며 MVP를 수상했다. 사진은 당시 이치로의 타구 모습.
‘러닝 홈런(Running Homerun)’은 잘못 사용한 대표적인 야구 관용어 가운데 하나였다. 뛰어서 만든 홈런이라는 의미로 일본에서 생긴 조어이다. 이 말은 1980년대까지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쉽게 바꾸지 못하고 많이 사용했다. 러닝홈런은 일단 단어 구성이 ‘역전앞(驛前앞)’과 같이 중복된 표현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 단어 안에 달린다는 의미의 ‘런’이 두 번 들어가 어법적으로 맞지 않다. 1800년대 미국에서 처음 사용된 홈런이라는 말은 원래 외야 펜스가 없던 시절 빨리 베이스를 돌아 홈플레이트를 밟고 득점을 올리는 타구를 의미했다. 이미 홈런이라는 어휘 안에 런이 들어갔던 이유였다. (본 코너 128회 ‘ 왜 ’홈런(Homerun)’이라는 말에 ‘런’이 들어갔을까‘ 참조)

러닝홈런의 정확한 영어 말은 ‘Inside the park homerun’이다. 야구장내 홈런이라는 말이다. 미국에서 야구장은 대개 ‘파크’라고 부른다. 보스턴 레드삭스 홈구장은 펜웨이 파크라고 말한다. 시카고 컵스의 홈구장은 리글리 필드라고 부르는 예외적인 경우는 있지만 대부분 야구장은 파크로 통한다. 야구장을 ‘코트(Court)’나 ‘스타디움(Stardium)’ 등으로 하지 않고 파크라고 말하는 것은 공원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 즐기는 곳이라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초창기 외야 펜스가 없던 시절, 홈런은 대부분 발빠른 타자들에게서 나왔다. 외야수를 넘기는 타구를 날리고 재빨리 베이스를 돌아 홈플레이트를 밟았다. 당시 야구공은 요즘보다 반발력이 적어 타구가 멀리 날아가지 않았다. 홈런은 당연히 적었고 대부분이 장내홈런이었다. 1920년대들어 반발력이 좋은 야구공이 선보이고 베이브 루스라는 희대의 홈런타자가 등장하면서 홈런이 본격적으로 양산됐다. 야구장 안에 외야 펜스까지 세워져 빨리 달리지 않고도 홈런을 치면 여유있게 홈으로 들어 올 수 있었다. 외야가 작아지면서 장내 홈런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장내홈런은 한 시즌에 몇 번밖에 없는 나오지 않는 희기한 것이었다.

장내 홈런을 기록하려면 상대팀 수비수에게 태그 아웃당하지 않고 4개의 베이스를 모두 밟아야 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수비수가 실책을 범할 경우 홈런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통계적으로 장내 홈런은 시즌 통합 홈런에서 일반 홈런과 같이 분류한다. 장내홈런은 발이 빠른 타자가 외야 깊숙이 타구를 날리고 볼이 펜스 등을 맞고 멀리 튕겨져 나갈 때 만들어진다. 야구장 마다 규격이 달라 운좋게 장내홈런이 되는 경우도 있다. 에러는 아니지만 외야수가 볼 방향을 잘못 판단하거나 다른 방법 등으로 잘못된 플레이를 했을 때 타자는 계속해서 달려 득점을 올릴 수도 있다. 장내홈런은 타자와 주자 3명이 동시에 아웃되는 ‘트리플 플레이(삼중살)’ 만큼이나 보기 드물다.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에서도 장내홈런이 10여차례 나온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최근은 2015년 캔자스 시티 로열스의 알시데스 에스코바가 1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뉴욕 메츠의 맷 하비의 초구를 상대로 장내홈런을 기록했다. 에스코바의 좌중간으로 날아간 타구를 쫓던 좌익수와 중견수가 겹쳤고, 떨어지는 타구가 요에니스 세스페데스의 다리에 맞고 튀어나간 사이 에스코바가 득점했다. 에스코바의 장내 홈런으로 기록됐다. 일본의 대표적인 타자 스즈키 이치로는 2007년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서 올스타전 사상 최초로 장내홈런을 기록하면서 MVP를 수상하기도 했다. 최희섭도 플로리다 말린스 시절 타구가 외야 중격수 펜스를 맞히고 깊숙한 곳으로 떨어져 장내홈런을 세운 바 있다.

한국프로야구서도 장내홈런은 여러 번 나왔다. 2010년 KIA 타이거즈 김다원, 2013년 NC 다이노스 노진혁, 2014년 LG 트윈스 채은성 등은 프로 데뷔 첫 홈런을 장내홈런으로 만드는 진기록을 수립했다.
현재는 한국야구위원회 공식 기록상에는 러닝홈런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장내 홈런으로 기록하고 있다 . 러닝홈런은 과거의 언어로 사라져 버렸으나 아직도 일부 팬들사이에서는 이 말을 쓰고 있기도 하다. 말의 습관이란 한번 굳어 버리면 바로 잡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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