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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 용어 산책 134] 벤치 사인 받지않는 말 없는 신호를 왜 ‘그린 라이트(Green Light)’라고 말할까

 탬파베이 레이스 최지만(오른쪽)이 지난 달 3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양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의 경기에서 2점 홈런을 날린 뒤 얀디 디아즈와 기뻐하고 있다. 그린 라이트를 감독으로부터 받았는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최지만은 최고의 투수 게릿 콜을 상대로 이날 2점홈런 포함 2안타를 기록했다. [뉴욕 AP=연합뉴스]
탬파베이 레이스 최지만(오른쪽)이 지난 달 3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양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의 경기에서 2점 홈런을 날린 뒤 얀디 디아즈와 기뻐하고 있다. 그린 라이트를 감독으로부터 받았는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최지만은 최고의 투수 게릿 콜을 상대로 이날 2점홈런 포함 2안타를 기록했다. [뉴욕 AP=연합뉴스]
‘그린 라이트(Green Light)’는 우리 말로 ‘청신호’라는 뜻이다. 교통신호에서 통행해도 좋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앞 일이 잘 될 것 같은 조짐을 비유해서 쓰는 말이기도 하다. 예를들어 ‘순조로운 출발은 목표 달성의 청신호이다’는 말처럼 순조롭게 일이 잘 돌아갈 때 쓴다.

야구에서 그린 라이트는 공격적인 의미로 쓰인다. 적극적으로 플레이를 하라며 선수에게 코칭스테프가 전권을 주는 것을 말한다. 무엇을 해도 좋다는 의미이다. ‘그린 라이트를 줬다’고 말하면 그 선수는 모든 것을 믿고 맡게도 되는 선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타자들은 보통 볼 카운트 쓰리 볼에서 스트라이크가 들어오더라도 한 번 더 기다린다. 왜냐하면 볼넷을 얻을 확률이 안타를 칠 확률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독 등으로부터 그린 라이트를 받은 타자는 자기가 좋아하는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면 볼을 과감하게 스윙을 한다. 만약 이럴 경우 타자가 안타를 치지 못하더라도 코칭스태프에게 별다른 주의를 받지 않는다. 사전에 어떤 상황에든 원하는 대로 플레이를 해도 좋다는 묵인을 받았기 때문이다. 주루 상황에서도 그린 라이트를 받은 선수들은 원할 때 과감한 플레이를 한다.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언제든 벤치의 사전 사인을 받지 않고도 도루를 시도한다.

농구에서도 그린 라이트를 받고 자유분방하게 활동하는 선수를 볼 수 있다. 공격제한시간에 상관없이 언제, 어떠한 상황에서도 마음대로 슈팅을 쏠 수 있도록 사전에 코칭스태프들이 지정한 선수들이 있다. 탁월한 슈팅감각을 갖고있는 슈터들에게 이런 자격을 주는 경우가 많다.

미국 야구 명예의 전당에 오른 그린 라이트와 관련한 유명한 역사적 사례가 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2차 세계대전 직후 프로야구를 전쟁 중에도 계속 해도 좋다고 허가를 한 특별 서신인 ‘그린 라이트 편지’가 명예의 전당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육필로 직접 쓴 이 편지는 1942년 1월 15일 작성됐다. 편지는 당시 미국 프로야구 랜디스 커미셔너가 1941년 12월 일본이 진주만 기습공격을 한 뒤 미국 본토가 전쟁에 휩싸인 상황에서 프로야구를 계속해도 되겠느냐는 편지를 전날 보낸 것에 대한 답장이었다. 편지에서 루스벨트 대통령은 “야구는 2시간이나 2시간 반이상 아주 적은 비용으로 큰 레크리에이션을 제공한다. 야구를 계속하는 것이 나라를 위해서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실업자가 줄어들고 모든 사람들이 전보다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즐거운 휴식거리를 준다”며 공식적인 입장이 아닌 개인적인 관점에서 야구가 전쟁 중에도 계속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조 디마지오, 테드 윌리엄스 등 수백 명의 야구 스타들이 전쟁 중 군대에 입대했으나 미국 프로야구는 군복무 의무가 없는 다른 선수들로 계속 경기를 가질 수 있었다.

메리업 웹스터 영어사전에 따르면 2차 세계대전 직전인 1937년부터 미국 언론 등에서 그린 라이트라는 용어가 ‘어떤 일을 하도록 허락한다’는 의미로 자주 쓰였다고 전한다. 그 이전 미국 소설가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의 대표 소설 ‘위대한 개츠비’(1925년)에 성공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주인공의 열망을 그린 라이트로 비유하기도 했다.

미국 야구 중계를 보면 캐스터들이 그린 라이트를 설명하는 장면들을 이따금 볼 수 있다. “ 저 타자는 지금 주루코치로부터 그린라이트를 받아 쓰리 볼에서도 우전 안타를 치고 나갔습니다”고 말한다. 국내서도 야구 해설가 허구연씨 등이 그린 라이트를 간간히 언급하기도 했다.

한국 프로야구서는 1990년대 쌍방울 김인식 감독이 4번 타자 김기태에게 그린 라이트와 같은 면죄부를 주었던 것이 기억이 난다. 홈런타자 김기태는 볼카운트가 아무리 유리하더라도 볼넷을 기다리지 않고 과감하게 스윙을 해 홈런을 터뜨리곤 했다.

보통 선수들은 코칭스태프의 사인 지시에 따라 행동을 한다. 선수의 판단대로 행동하는 것은 금기로 여긴다. 하지만 그린 라이트를 받은 선수는 독자적으로 자신이 원하는대로 플레이를 한다. 그린 라이트는 야구팬들이 선수들의 움직임을 복합적으로 파악해 야구의 묘미를 느끼게 해주는 특별한 볼거리라는 생각이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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