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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 용어 산책 142] ‘Stolen Base’를 왜 ‘도루(盜壘)’라고 말할까

텍사스 레인저스 추신수가 지난 1일 휴스턴 애스트로스 방문경기 1회 2루 도루에 성공하고 있다. [USA투데이 스포츠=연합뉴스]
텍사스 레인저스 추신수가 지난 1일 휴스턴 애스트로스 방문경기 1회 2루 도루에 성공하고 있다. [USA투데이 스포츠=연합뉴스]
초창기 미국 야구에서 ‘도루(Stolen Base)’의 의미는 지금과 달랐다. 19세기에 한동안 주자가 팀 동료의 안타로 한 베이스를 추가해서 더 나아가는 것을 도루라고 말했다. 예를들어 1루 주자가 1루에서 3루에 도달하면 도루로 간주했던 것이다. 1루에서 2루, 2루에서 3루, 3루에서 홈베이스로 한 단계 더 가는 것을 말하는 현재 방식과는 많이 차이가 있다. 공식적으로는 1870년까지는 도루라는 용어를 쓰지 않았지만 1863년이나 1865년 필라델피아 키스톤스에서 뛴 네드 쿠스베르트가 역사상 최초의 도루를 기록한 선수로 기록됐다고 미국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는 설명하고 있다.

도루 형태가 지금과 달랐던 이유는 야구 스타일의 차이 때문이었다. 1920년 홈런타자 베이브 루스가 홈런을 양산하기 이전만 해도 도루가 주 공격 수단이었다. 야구공 반발력이 지금보다 훨씬 나빴고, 구장에도 외야 펜스가 없던 시절, 타자로 진루에 성공한 주자들은 빨리 뛰어야 점수를 올릴 수 있었다. 홈런(Home Run)도 현재처럼 펜스를 넘기고 느긋하게(?) 베이스를 도는 형태가 아닌, 안타를 치고 필사적으로 베이스를 돌아 홈 베이스를 밟아 득점을 올린다는 의미였다. 홈으로 달린다는 뜻이 된 이유이다. (본코너 128회 '왜 ‘홈런(Homerun)’이라는 말에 '런'이 들어갔을까' 참조)

당시에는 당연히 도루가 많을 수 밖에 없었다. 아직까지 깨지지 않고 남아있는 1887년 휴 니콜이 세운 도루 138개의 메이저리그 통산 시즌 최고 기록이 나왔던 것도 이러한 시대적 환경에서 가능했다. 베이브 루스 이후 도루를 하는 선수들은 현저히 줄어 들었다. 메이저리그 역대 개인 통산 최고 타율 0.367을 기록한 타이 콥(1886-1961년)이 최고의 도루 실력을 보여주었던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1905년부터 선수 생활을 시작했던 타이 콥은 안타에 이은 도루로 최고의 명성을 올릴 수 있었다.

‘도루(盜壘)’는 영어 ‘Stolen Base’를 번역한 말이다. 도루는 훔친다는 뜻인 도(盜)와 흙으로 쌓은 성을 의미하는 ‘루(壘)’를 합친 것이다. 이 말은 영어의 원 뜻에 가깝게 번역된 듯하다. 한자어 ‘盜’는 침을 흘린다는 ‘연(沇)’과 그릇을 뜻하는 부수 ‘명(皿)’이 합성된 단어로 접시 속의 것을 보고 군침을 흘린다는 의미가 훔친다는 것으로 변화됐다고 옥편에서 설명한다. 원래 뜻이 변형돼 남의 것을 탐하는 도둑질의 의미로 일반적으로 사용됐다.

한국보다 먼저 야구를 받아들인 일본에서 도루라는 말을 사용한 것은 주자가 상대의 빈틈을 노려 한 단계 더 진루하는 모습이 마치 도둑이 물건을 훔치는 것과 비슷하다는 연상을 한 것이 아닐까 싶다. 사무라이, 무사도를 중시하는 일본에서 남에게 폐를 끼치는 행위를 죄악시 했는데, 도덕 교육적인 측면 등을 배려해 도루라는 야구 용어를 만들어 사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보통 도루는 감독이 ‘블루 라이트(Blue Light)’ 자율권을 준 선수가 아니고서는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주자들은 감독의 도루 사인이 떨어지면 재빠르게 뛰어야 한다. 도루를 감행하는 것은 대개 팀플레이와 연관이 깊다. 상대 투수 동작이 느리거나 득점을 올려 경기를 유리하게 끌어가야 한다는 판단 등을 섰을 때 도루 지시가 떨어진다. 야구 전문가들은 도루에 필요한 능력으로 스타트(Start), 스피드(Speed), 센스(Sence), 슬라이딩(Sliding) 등 ‘4S’를 꼽는다.

1898년부터 미국 야구에서 도루 규칙을 본격적으로 적용했는데 역대 메이저리그 역사상 전설적인 도루왕들이 이름을 남겼다. 메이저리그에선 1960년대 모리 윌스, 1970년대 루 브록, 1980년대 리키 헨더슨 등이 '대도(大盜)'로 명성을 날렸다. 메이저리그 역대 통산 도루 기록은 리키 핸더슨이 1979년부터 2003년까지 25년간 세운 1406개로 아직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서는 김일권, 이종범, 전준호, 정수근 등이 손꼽힌다. 한국 프로야구 시즌 최다 도루는 이종범이 1994년 세운 84개이며 통산 도루 최고기록은 전준호(1991-2009년)이 작성한 549개이다. 일본 프로야구 단일 시즌 도루 기록은 후쿠모토 유타카가 1972년 106개이다. 통산 최고 기록도 후쿠모토 유타카(1969-1988)가 세운 1065개이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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