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LA 다저스가 맞붙었다. 7차전까지 가는 명승부를 펼쳐 휴스턴이 우승을 차지했다. 몇 년 있다가 휴스턴의 사인훔치기 스캔들이 뒤늦게 터졌다. 카메라를 이용해 상대 사인을 훔친 후 쓰레기통 등을 이용해 타자에게 알려준 것이 드러났다. MLB의 조사 결과 휴스턴은 2017년과 2018시즌 동안 불법적으로 비디오 카메라 시스템을 이용해 상대팀들의 사인을 도용한 사실이 확인됐다. 휴스턴은 벌금 500만달러, 2020년과 2021년 1, 2차 드래프트 몰수처분을 받았고 제프 루노우 감독 등이 1년간 정직 처분을 받았다.
야구에서 사인 훔치기는 상대 팀 포수의 사인을 관찰하고 중계하는 것이다. 상대 팀 투수의 사인을 미리 파악해 다음에 어떤 투구가 나올지 알려주면 자기 팀 타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2루 주자가 관찰한 후 코치 등을 통해 타자에게 전달한다. 하지만 불법 사인 훔치기는 아주 지능적이다. 기계 또는 전자 기술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불법 사인 훔치기 규칙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엄격해졌고 계속해서 진화해왔다.
사인 훔치기는 19세기 초창기 야구때부터 행해졌다. 원래 사인 훔치기에 대해선 아무런 제재도 하지 않았다. 투수와 포수는 타자들을 속이기 위해 서로 사인을 주고 받고, 타자와 주자는 수비측에 발각되지 않게 자기들 작전에 대한 사인을 교환했다. 이러한 사인을 읽기 위한 염탐전도 당연히 막후에서 벌어질 수 밖에 없었다. 사인 훔치기서도 엄밀하게 제한하는 것은 있었다. 타자가 포수의 사인을 직접 보는 것을 절대 허용하지 않았다.
사인 훔치기 자체는 비도적적인 행위로 간주됐지만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 팀들은 여러 방법을 썼다. 예를 들어 전광판이 들어서기 전 점수판을 사람이 직접 조작할 당시에는 홈팀들이 상대팀의 사인을 훔쳐보기 위해 망원경 등을 동원하기도 했다고 한다. 방문팀들은 사인을 감시당한다는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했지만 묵인할 수 밖에 없었다. 자기들도 유사한 방법으로 대응을 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는 사인 훔치기에서 자주 말썽이 빚어지면서 일부 제재를 가했다. 미국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1961년 12월 MLB 동계회의에서 내셔널 리그에서 사인 훔치기를 위해 기계 장치의 사용을 금지하도록 했다. 인터넷 시대 이후인 2001년 경기 중에 사인 훔치기를 목적으로 하는 전자장비 사용을 금지하는 각서를 발표했다. 2019년 시즌 직전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는 불법적인 사인 훔치기를 줄이기 위해 팀의 카메라 위치와 재생 비디오 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한국 프로야구서는 2009년 SK와 KIA의 한국시리즈에서 사인 훔치기에 대한 공방전이 벌어졌다. 당시 김성근 SK 와이번스 감독과 조범현 KIA 타이거즈 감독 간에 시리즈 내내 설전과 책임 공방이 이어졌다. 시리즈 후 김성근 감독은 한 방송에 출연, “한국시리즈 내내 KIA가 사인을 훔쳤다. 최고의 무대인 한국시리즈가 지저분하게 될까봐 말을 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주장, 파문을 일으켰다고 언론들은 보도했다. 김 감독은 “시즌 내내 어느 팀이나 (사인 훔치기를) 한다. 얼마나 들키지 않고 세밀하게 하느냐의 문제”라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MLB 세인트루이스 감독시절인 1982년 월드시리즈를 제패하고 미국 야구 명예의 전당에 오른 화이트 허조그 감독은 다른 팀들이 사인을 훔치는 것에 대해 자주 불평하기도 했다. 밀워키 브루어스가 마스코트 ‘버니 브루어’를 이용해 사인 훔치기를 한 것으로 밝혀지자 "텍사스 저격수를 밖으로 내보내 투수의 커브볼이 올 때 등에다 총을 쏘아야 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