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야구 공식역사 자료집에 따르면 1857년 이전까지 야구 경기 이닝은 팀마다, 지역마다 서로 다른 규칙을 적용했다. 1857년 1월22일 16개 뉴욕지역 대표들이 모여 만든 ‘야구 규칙(The Laws of Base Ball)’이 확정되면서 9이닝 룰이 탄생했다. 원래 야구를 하는 사람들은 여러 모임에서 다양한 규칙을 운영했는데 네덜란드계의 뉴욕 사람들이 주축이 된 ‘니커보커스 클럽(Knickerbocker Club)’을 중심으로 규칙제정위원회를 만들어 규칙을 통일시켰던 것이다.
그 이전까지 많이 통용됐던 규칙은 21점제였다. 21점제 방법도 그렇게 나쁜 규칙은 아니었다. 한 팀이 먼저 21점을 내면 경기가 끝나는 방식이었다. 예를들어 한 팀이 6회초까지 21점을 냈다면 6회말까지 경기를 가져 그때까지 양팀이 낸 점수로 승패를 가렸다. 당시 투수들은 크리켓처럼 타자들이 볼을 맞추도록 던지는 역할만을 했다. 볼도 부드러운 재질로 이루어져 멀리 날아가지 않았다. 하지만 점차 투수들의 투구 기술이 발전하면서 21점을 득점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1856년 16회 12-12 동점까지 경기를 하다가 날이 어두워져 경기를 중단하는 일이 생겼다. 이때를 계기로 경기 방식을 바꾸자는 의견들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공식 역사학자 존 쏜은 “당시 투수들의 경기력이 향상되면서 21점을 얻는게 쉽지 않았다. 새로운 경기방식을 만들 필요성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1856년 니커보커클럽 회의에서 루이스 워즈워스(1825-1908)는 9명 9이닝제를 처음으로 주장했다고 한다. 원래 회원 중심으로 경기를 갖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던 클럽 운영방식을 바꿔 양팀 18명이 되지 않으면 비회원들을 참여시켜 경기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자며 이같은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는 것이다. 일부 회원은 14명, 7인제 경기로 치르자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으나 여러 번의 논의 끝에 9명 9이닝제로 결국 확정됐다. 이때부터 미국 야구는 9명 9이닝제를 공식적인 룰이 됐다.
미국인들은 야구 룰을 민주적이고 공정하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논의를 거쳐 룰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야구를 탄생시켰다는 자부심을 갖는 미국은 각국 대사관 홈페이지에도 “야구는 민주적이다(Baseball is democratic)”이라고 소개하고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9이닝 야구 룰도 시대적 변화에 따라 경기 시간이 너무 길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바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지난 해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은 국제대회 규정을 개편, 일부 대회에 7이닝제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WBSC에서 주관하는 대회는 앞으로 7이닝제로 경기를 갖는다는 내용이었다. 12세이하 월드컵은 원래대로 6이닝제, 프리미어12와 올림픽만 9이닝제로 하고 나머지 대회는 7이닝제를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따라서 18세,21세 이하 월드컵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은 새로운 이닝 방식으로 대회가 열린다.
WBSC의 결정으로 야구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다’, ‘야구는 9회까지 해야 제 맛이다’는 말이 역사 속의 말이 될 수도 있다. 시대가 변화하면 사람들의 생각도 바뀌고 언어적 표현도 달라지는 법이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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