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리언 웹스터 사전에 따르면 와일드카드라는 말은 17,8세기부터 사용됐다. 야생에서 사는 동물 등은 길을 잃기 쉽기 때문에, 카드게임에서 어떤 특정한 가치에 고정되지 않은 카드를 뜻하는 단어로 사용되지 않았을까 싶다. 와일드카드가 문헌에 처음으로 등장한 것으로 20세기초이다. 1928년 ‘할데만 줄리우스’라는 월간지에서 카드 게임에서 ‘자유패’의 의미로 와일드카드라는 말을 사용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잡지 ‘라이프’지는 1941년 6월9일자에서 하이로우, 야구 등과 같은 와일드카드 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와일드카드는 1994년 232일간의 긴 파업 끝에 개막된 1995년 포스트시즌부터 시작되었다. 파업 후유증으로 페넌트레이스 경기수가 줄어든 1994년에 시행하려 했으나 불발됐다가 다음 해 시행했다. 와일드카드는 관중들의 흥미를 돋우기 위해 처음 도입한 것인데 예상외로 큰 호응을 얻으며 포스트 시즌 정규제도로 자리를 잡았다.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경기방식은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의 각 지구(동부·중부·서부) 1위 팀은 플레이오프로 직행하고, 각 리그 2위인 두 팀에게 플레이오프 출전자격이 주어지는데 이를 와일드카드라고 한다. 메이저리그 플레이오프는 내셔널리그의 5개팀(동부·중부·서부 지구의 1위 팀 3개팀과 와일드카드 2개팀)과 아메리칸리그의 5개팀이 토너먼트로 경기를 벌여 최종 챔피언을 가린다.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무관중으로 지난 7월부터 정규시즌을 치렀던 올해 메이저리그는 흥행을 위해 포스트시즌 진출팀을 예년 양대리그 10개팀에서 16개팀으로 크게 늘렸다 .메이저리그 32개팀 중 절반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도록 멍석을 깔아주었던 것이다. 이런 규정 덕분에 류현진의 토론토와 김광현의 세인트루이스가 와일드카드로 가을 야구 출전권을 따냈다.
와일드카드 장점은 비록 디비전 승자가 있더라도 2위(또는 3위) 팀에게 월드시리즈 우승 기회를 준다는 점이다. 와일드카드로 진출한 팀들이 포스트시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경우가 실제로 여러 번 있었다. 와일드카드로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팀들은 1997년 플로리다 말린스, 2002년 애너하임 앤절스, 2003년 플로리다 말린스, 2004년 보스턴 래드삭스, 2011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2014년 샌프란스시크 자이언츠, 2019년 워싱턴 내셔널스 등이다. 와일드카드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가 패한 팀은 2000년 뉴욕 메츠, 2002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2005년 휴스턴 애스트로스, 2006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2007년 콜로라도 로키스,2014년 캔다스시티 로열스 등이다.
일부서는 메이저리그 와일드카드제가 많은 경기를 치르는 정규시즌과 견주어 보면 특혜라며 비판을 하지만 팬들의 관심을 모으는데 적지않은 효과를 올리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프로스포츠에서 와일드카드를 처음으로 시행한 종목은 미식축구(NFL)이다. NFL은 리그가 팽창하며 각 컨퍼런스를 세 개의 지구로 나누고 세 지구의 우승팀과 지구 우승팀이 아닌 팀 중에서 가장 성적이 좋은 팀을 골라 컨퍼런스 우승을 가리는 4강제도를 운영했다. 지구가 3개여서 짝이 안 맞아 지구 우승팀이 아닌 팀 중 가장 성적이 좋은 한 팀에게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주고 와일드카드라고 불렀다.
축구, 테니스, 사격, 체조 등에서 출전자격을 따지 못했지만 특별히 출전이 허용된 선수나 팀에게 와일드카드를 부여하며, 올림픽서는 여러 종목에 걸쳐 와일드카드를 운용하고 있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