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프트는 원래 ‘징병제(徵兵制)’를 뜻하는 군사용어이다. 국가 방위를 위해 의무적으로 해야하는 병역을 말한다. 징병제의 역사는 매우 오래됐다. 전 국민 징병제는 1790년 프랑스혁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징병제는 크고 강력한 군대의 기반이 돼 왔다. 우리나라는 현재 국민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미국도 1973년 월남전때까지 국민 징병제를 적용했다.
미국 웹스터 영어사전에 따르면 드래프트의 어원은 끈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중세 영어 ‘Draught’에서 유래했다. 징병제와 선수 선발과 같은 말로 쓰이게 된 이유이다. 영어로 생맥주를 ‘Draft Beer’라고 말하는데, 이 때 드래프트는 생맥주가 담긴 통을 의미한다. 통에서 따른 맥주라는 말이다.
위키피디아 영어 인터넷 백과사전을 보면 프로 스포츠에서 드래프트를 처음 적용한 종목은 미식축구라고 설명하고 있다. 1935년 미식축구리그의 조셉 카 회장은 팀간 급여차이를 억제하고 경쟁자들의 우위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드래프트를 NFL 초안에 반영했다.이후 드래프트는 1947년 미국프로농구, 1963년 내셔널하키리그, 1965년 메이저리그에 의해 채택됐다.
미국야구는 19세기 이후 드래프트제를 시도하기는 했으나 본격적으로 적용한 것은 메이저리그가 처음이다. 1965년 이전까지는 자유계약제로 운영됐다. 당시 뉴욕 양키스 등 부자 구단은 많은 돈을 써 유망주들을 독점해 팀간 전력 불균형을 낳았다. 미식축구와 같은 드래프트 시스템을 사회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을 했던 메이저리그는 보너스 룰이라는 제도를 도입해 일정 금액을 받은 선수는 마이너리그를 거치지 않고 바로 빅리그로 올리기도 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1964년 윈터미팅에서 드래프트 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를 통해 1965년 드래프트제를 도입하게됐다. 자체 2군 육성 프로그램인 ‘팜시스템’을 창안해 성공적으로 운영했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반대 입장을 고수하기도 했다.
현재 메이저리그는 매년 드래프트를 2번 개최한다. 6월 드래프트는 미국, 캐나다 등 선수들만을 상대로 실시한다. 미국 이외의 다른 곳에서 온 선수들은 자유계약으로 계약할 수 있다. 드래프트 자격 선수는 고졸자와 대학에 진학해 3년 또는 21세가 된 4년차 선수들이다. 드래프트는 최대 40라운드까지 진행된다. 드래프트된 선수들은 메이저 리그의 로스터를 통과하기 전에 보통 마이너 리그에서 몇 년을 보낸다. 12월엔 좀 더 간단한 드래프트를 시행한다. 마이너리그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는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다. 이때 드래프트로 뽑힌 선수는 메이저리그 명단에 올려야 한다. 메이저리그 규정에 마이너리그 시스템에서 드래프트로 뽑힌 선수는 마이너리그에 둘 수 없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프로야구는 매년 신인 드래프트를 실시한다. 10라운드까지 진행하며 지명 순서는 전년도 성적의 역순으로 이루어진다. 올해 드래프트는 지난 9월21일 고졸 예정자 856명, 대졸 예정자 269명, 해외 아마 및 프로 출신 등 기타 선수 8명 등 총 1,133명이 참가, 구단별로 라운드별 1명씩 100여명이 지명됐다.
본래 프로팀들의 과당 경쟁을 막고 상생의 생태계를 위해 만들어진 드래프트는 이제 전 세계 대부분의 프로스포츠에서 적용하는 보편적인 제도로 자리잡았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