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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65] 왜 ‘커미셔너(Commissioner)’라고 말할까

올해부터 메이저리그 MVP 상패에서 인종차별로 유명했던 케네소 마운팀 랜디스 전 MLB 커미셔너 이름이 사라진다. 사진은 2019년 4월 무키 베츠에게 2018 아메리칸리그 MVP상을 전달하는 알렉스 코라 전 감독 모습.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올해부터 메이저리그 MVP 상패에서 인종차별로 유명했던 케네소 마운팀 랜디스 전 MLB 커미셔너 이름이 사라진다. 사진은 2019년 4월 무키 베츠에게 2018 아메리칸리그 MVP상을 전달하는 알렉스 코라 전 감독 모습. [AP=연합뉴스 자료사진]
한때 전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 대통령을 지낸 조시 부시도 가기를 원했던 자리였다. 그만큼 막강한 권한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프로야구(MLB) 커미셔너(Commissioner)라는 직책이다. 일반적으로 커미셔너는 프로야구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사람으로 인식한다.

MLB 커미셔너는 심판을 고용하고 마케팅, 텔레비전 계약을 협상하는 최고 경영자이다. 커미셔너는 MLB 구단주들의 투표로 선출되며 현 MLB 커미셔너는 2015년 1월 취임한 롭 맨프레드이다.

미국 야구계의 거목인 레너드 코페트의 ‘야구란 무엇인가’를 보면 커미셔너에게 ‘황제’라는 이미지가 생긴 것은 1920년대 첫 커미셔너에 선출된 연방판사출신 케네소 마운틴 랜디스(1866-1944) 때문이었다고 설명한다. 그의 이미지가 후임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이어져 그렇게 됐다는 것이다 .랜디스는 타계할 때까지 종신제로 커미셔너를 맡으며 절대군주로 군림했다. 그는 자기를 커미셔너로 임명할 때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문서로 보장해달라고 주장했으며 재임기간 중 실제로 막강한 힘을 과시했다. 일부 구단주들은 그를 야구계를 구원해 줄 ‘구세주’가 강림했다고 말할 정도였다고 코페트는 자신의 책에서 주장했다.

초대 커미셔너로 1920년부터 1944년까지 무려 24년간 메이저리그를 이끌었던 랜디스는 MLB의 성장을 이끈 주역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독한 인종차별주의자로 악명이 높다. 그의 재임 기간, 당대의 뛰어난 흑인 선수들은 단 한 명도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지 못했다. 메이저리그는 랜디스 사후 2년 반이 지난 1947년에서야 재키 로빈슨이 최초로 유색 인종의 장벽을 깼다.

최근 미국 사회에서 거세진 인종차별 반대 움직임과 결합해 랜디스의 인종차별 전력은 새롭게 조명을 받았다.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가 투표를 해 89%의 찬성률로 MVP 상패에서 랜디스의 이름을 지우기로 결정했다고 AP통신이 3일(한국시간) 보도했다. MLB 양대 리그 최우수선수(MVP) 상패에 새겨져 있던 케네소 마운틴 랜디스(1866-1944) 초대 커미셔너의 이름이 올해부터 사라지게됐다. 랜디스는 1931년 BBWAA에 MVP 선정과 시상 권한을 넘겨줬다. 1944년 월드시리즈 도중, BBWAA는 "랜디스와 기자들과의 관계를 기념하기 위해서"라며 MVP 상패에 랜디스의 이름과 얼굴을 넣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MVP 상패에는 '케네소 마운틴 랜디스 기념 야구상(Kenesaw Mountain Landis Memorial Baseball Award)'이라는 문구가 그의 초상을 중심으로 원형으로 크게 적혀있었다. 지난해까지 75년간 이어져 온 랜디스의 이름은 올해 11월 13일 발표되는 양대 리그 MVP 상패에서부터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

프로야구 뿐 아니라 NFL, NBA, PGA, LPGA 등 프로 스포츠 수장들을 의미하는 커미셔너라는 말은 메이저리그에서 먼저 나왔다. 내셔너리그와 아메리칸리그가 서로 결합해 만든 1903년 국가협약을 통해 만든 국가위원회(National Commission)가 출범했다. 국가위원회는 양대 리그 회장과 위원회 위원장 등 3명으로 구성된 프로야구 최고 의결기관으로 분쟁 조정 등 주요 업무를 처리했다. 1920년 MLB 구단주들은 전 해 월드시리즈에서 선수들이 도박과 관련한 승부조작사건이 터지자 야구팬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오랜 연방 법관 생활을 한 야구팬 랜디스를 초대 커미셔너로 추대했다. 위원회를 총괄하는 대표라는 의미로 커미셔너라는 말이 이때부터 사용됐다. 원래 커미셔너라는 직책은 정부로부터 임명받은 위원·장관·판무관(辦務官)을 뜻하는 말이었다.

한국 프로야구의 경우 커미셔너를 총재라고 부른다. 한국 프로야구를 총괄하는 기구인 한국야구위원회(KBO)를 대표하고 프로야구 행정을 이끄는 최고 책임자이다. 메이저리그 커미셔너처럼 KBO 총재는 구단주들의 투표로 선출한다. 현재는 국무총리와 서울대 총장을 지낸 정운찬 총재가 2018년부터 맡고 있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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