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비노의 저주’는 미신이다. 1918년부터 2004년까지 86년동안 미국프로야구(MLB) 보스턴 레드삭스가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을 하지 못한 데서 만들어진 이야기이다. 대부분의 야구팬들은 농담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일부 팬들은 심각하게 여긴다. 언론들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미신이지만 월드시리즈 때마다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면 이를 잘 버무려 전한다.
2020 월드시리즈도 결코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겨울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LA 다저스로 트레이드 된 외야수 무키 베츠가 지난 21일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영웅이 되자 ‘밤비노의 저주’에 이어 ‘무키의 저주’가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전하는 미국 언론이 있었다.
베츠는 이날 5회말 볼넷으로 걸어나간 뒤 2루와 3루를 연달아 훔치는데 성공했다. 3루도루는 1루주자 시거와 더블 스틸을 했다. 베츠는 맥스 먼시의 1루 땅볼 때 멋진 홈 슬라이딩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2-1로 박빙의 리드 상황에서 나온 결정적인 점수였다. 다저스는 이것을 기화로 타선이 폭발해 5회에만 4점을 뽑아 승부를 갈랐다. 베츠는 6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쐐기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월드시리즈에서 한 이닝에 볼넷 출루와 도루 2개를 더한 것은 베이브 루스가 1921년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기록한 이후 베츠가 처음이다. NBC스포츠 보스턴은 베츠의 활약을 두고 “이번엔 무키의 저주인가”라며 베이브 루스의 오랜 기록과 대비시켜 보도하기도 했다.
도대체 밤비노의 저주가 뭐길래 100년이상 계속되는 것일까. 이유는 워낙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미신은 1919년 시즌이 끝난 뒤 레드삭스가 스타 루스를 뉴욕 양키스에 12만5000달러에 팔면서 시작됐다. 당시 이 금액은 레드삭스 1년 총 연봉의 절반에 해당하는 큰 돈이었다. 그 이전까지 레드삭스는 창설된 월드시리즈 첫 우승을 포함해 15번의 월드시리즈 가운데 5번 우승을 차지한 가장 성공적인 팀이었다.
하지만 루스 매각 후 거의 1세기 동안 월드시리즈 타이틀이 없이 지내야 했다. 루스를 받은 양키스가 반대로 가장 성공적인 프로 스포츠 프랜차이즈 중 하나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 미신은 양키스와 레드삭스의 오랜 경쟁고도의 구심점이 된 이야기였다. 밤비노는 원래 이탈리아계인 루스의 애칭으로 아기를 뜻하는 말이었다.
밤비노의 저주 이야기는 2004년 월드시리즈에서 극적으로 끝난다. 레드삭스가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시리즈에서 앙숙 양키스에 3연패로 뒤지다가 마지막 7차전에서 승리해 4승3패로 극적으로 리그 우승을 차지한 뒤 월드시리즈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마저 제압하며 감격적인 타이틀을 안았다.
밤비노의 저주는 역사 도시 보스턴 시에서도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시내 번잡한 도로인 ‘스트로우 드라이브’ 위에 있는 롱펠로우 다리 커브길에 ‘Reverse The Curse(저주를 뒤집어라)’는 도로 표지판이 2004년 월드시리즈에서 레드삭스가 우승할 때까지 내걸렸다. 월드시리즈가 끝난 뒤 매세추세츠 주지사 미트 롬니가 레스삭스 우승을 축하하는 의미로 ‘Reversed Curse(저주를 뒤집었다)’라는 도로 표지판을 새로 달았다.
보스턴 야구팬들은 올해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시리즈 7차전을 앞두고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3연패후 3연승을 거두며 2004년 레드삭스에 이어 시리즈를 7차전까지 이어간 두 번째 팀이 되자 상대팀인 탬파베이 레이스의 승리를 기원하기도 했다. 어렵게 허문 밤비노의 저주 신화가 다시 살아나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일 것이다.
밤비노의 저주는 끝났지만 월드시리즈 때마다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아직 끝난 게 아닌 것 같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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