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중국 상하이 미디어 테크 스튜디오에서 열리는 롤드컵 2020 4강전 담원 게이밍과 G2 e스포츠의 대결에서 승리하는 팀은 결승전 티켓을 손이 넣는다.
2019년 LCK 승격 첫 해 롤드컵까지 진출했던 담원 게이밍은 8강에서 G2를 만나 1대3으로 패하면서 행보를 이어가지 못했다. 2020년 선수들을 보강하고 코칭 스태프를 개편하면서 탄력을 받기 시작한 담원은 LCK 정규 시즌 16승2패, 세트 득실 +29라는 훌륭한 기록을 세웠고 결승전에서도 3대0 완승을 거뒀다. 롤드컵에서도 그룹 스테이지 5승1패, 8강전 3대0 승리를 통해 왜 우승 후보로 꼽히는지 증명해왔다.
G2 e스포츠는 LCK 팀을 만나면 더욱 강해지는 면모를 보였다. 2019년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과정에서 SK텔레콤 T1을 4강에서 만나 3대2로 승리했고 롤드컵 8강에서 담원을 3대1로, 4강에서 SKT를 또 다시 잡아내면서 결승에 올라갔다. 2019년 첫 4강을 맛본 G2는 2020년에도 롤드컵 무대에 올라왔고 16강에서 1위 결정전에서 패하며 A조 2위에 랭크됐지만 8강에서 젠지 e스포츠를 맞아 3대0으로 완승을 거두면서 한국 킬러, 큰 경기에 더 강하다는 이미지를 만들었다.
결승 티켓을 놓고 일합을 벌이는 담원 게이밍과 G2 e스포츠를 포지션별로 분석했다.
◆톱 'Wunder' VS '너구리' : 나보다는 팀
G2 e스포츠의 톱 라이너 'Wunder' 마르틴 한센과 담원 게이밍의 톱 라이너 '너구리' 장하권은 이번 롤드컵에서 개인 능력을 과시하기보다는 팀을 위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장하권은 16강에서 다양한 챔피언을 선보이면서 초반 강공 위주라고 알려져 있는 담원의 팀 컬러를 바꾸는데 일조했다. 룰루를 들고 나와 동료들을 도와주는 플레이를 펼치기도 했고 누구도 쓰지 않았던 케넨으로 슈퍼 플레이를 펼치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8강에서 장하권은 팀플레이를 극대화할 수 있는 챔피언 가운데 하나인 오른을 택해 DRX를 3대0으로 물리치는 선두에 섰다. 1세트에서는 케넨으로 플레이하면서 라인전에 신경을 썼던 장하권은 2, 3세트에서 오른을 택하면서 잭스와 블라디미르를 상대로 안정감 있는 라인전과 교전 능력을 선보였다.
마르틴 한센도 장하권과 비슷한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많이 쓴 챔피언은 레넥톤이지만 1승2패로 저조했던 한센은 카밀과 쉔으로 플레이했을 때 각각 2승씩 가져갔다.
한센의 플레이 가운데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카밀을 기용했을 때다. 쉔이야 팀워크를 위해 가져가는 챔피언이지만 카밀은 스플릿 푸시도 좋은 챔피언이기에 운영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자주 기용한다. 한센의 카밀은 스플릿 푸시보다는 전투를 여는 이니시에이터 역할을 주로 해내고 있다. 카밀을 갈리오, 판테온, 트위스티드 페이트 등과 함께 쓰면서 카밀이 먼저 싸움을 열면 갈리오, 판테온, 트위스티드 페이트 등이 합류하면서 이득을 챙기는 방식이다.
견제를 많이 당하는 포지션이다 보니 두 선수 모두 KDA(킬과 어시스트를 더한 뒤 데스로 나눈 수치)가 좋지는 않으며 장하권이 4.18, 한센이 3.82를 기록하고 있다. G2가 16강과 8강에서 많은 킬을 내다 보니 한센의 경기당 평균 3.2킬을 기록하며 장하권의 2.67보다 높다.
◆정글 'Jankos' VS '캐니언' : 그레이브즈 싸움
여느 대회보다 정글러의 활약이 팀 성적과 직결되고 있는 이번 롤드컵에서 G2의 'Jankos' 마르킨 얀코프스키와 담원의 '캐니언' 김건부는 선봉장 역할을 충실해 해내고 있다.
김건부는 이번 대회에 참가한 정글러들 가운데 가장 높은 KDA를 기록하고 있다. 경기당 5.4킬 1.1데스 6.3 어시시트를 달성하면서 10.6이라는 높은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2위인 톱 e스포츠의 'Karsa' 헝하오슈안보다 무려 3.5나 높다.
김건부는 롤드컵에서 일곱 경기 연속 그레이브즈만 가져가면서 무려 6승1패의 성과를 올렸다. 니달리와 릴리아와 같은 AP 정글러가 대세를 이뤘던 이번 대회에서 김건부만큼 그레이브즈를 자주, 많이 사용한 전글러는 없었다.
담원은 김건부에게 화력을 맡기고 있다. 장하권이 팀플레이를 위해 탱커, 이니시에이터 등을 맡아주면서 자칫 부족해질 수 있는 화력을 김건부가 그레이브즈로 해내고 있다. 김건부 또한 정글러 가운데 경기당 킬 1위의 기록인 5.4킬을 만들어내면서 팀이 원하는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다. 김건부의 공격성과 팀 전략이 어우러진 결과를 보여주는 수치도 있다. 바로 솔로킬이다. 김건부는 이번 대회에서만 네 번의 솔로킬을 만들어내면서 정글러들 중에 공동 2위를 달리고 있다.
'유럽의 퍼스트 블러드 머신'이라고 불리는 'Jankos' 마르킨 얀코프스키는 이번 롤드컵에서는 퍼스트 블러드를 그리 많이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퍼스트 블러드 개입률에서 얀코프스키는 40%를 기록하면서 5위에 랭크되어 있다. 퍼스트 블러드 희생률에서는 무려 30%를 기록해, 좋지 않은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얀코프스키는 롤드컵에서 그레이브즈, 니달리, 릴리아를 세 번씩 사용했고 모두 2승1패를 기록했다. 특정 챔피언에 치중하지 않았지만 AP 챔피언 부류를 선호하는 패턴을 보였다. 4강전에서 얀코프스키가 비슷하게 풀어갈 수도 있지만 다른 챔피언을 사용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LEC 서머 포스트 시즌에서 세트를 네 번 연속 사용하기도 했고 세주아니, 카직스, 트런들, 심지어 판테온으로도 경기를 치렀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미드 'Caps' VS '쇼메이커' : 합류 속도가 승패 가른다
G2와 담원의 대결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포지션은 미드 라이너다. G2의 'Caps' 라스무스 빈테르와 담원의 '쇼메이커' 허수 모두 피지컬과 운영 능력, 챔피언 이해도와 활용도 등에서 S 등급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선수들이다.
두 선수 모두 이번 롤드컵에서 트위스티드 페이트와 사일러스를 쓰면서 재미를 봤다. 두 챔피언을 먼저 선보인 쪽은 허수였다. 16강 그룹 스테이지 첫 경기에서 징동 게이밍을 상대로 트위스티드 페이트로 펄펄 날면서 6킬 노데스 11어시스트를 기록했고 다음 경기인 로그와의 대결에서는 사일러스로 결정적인 어시스트를 만들어냈다. 허수는 16강 2라운드 로그전과 DRX와의 8강 2세트에서 트위스티드 페이트를 기용해 4킬 1데스 10어시스트, 2킬 1데스 8어시스트를 추가했다.
빈테르는 롤드컵 초반에는 제이스, 칼리오, 루시안 등을 두루 활용하다가 8강전 젠지 e스포츠와의 대결에서 트위스티드 페이트와 사일러스를 적극 기용했다. 1세트에서 젠지가 아지르를 가져가자 트위스티드 페이트를 활용해 맵을 넓게 쓰면서 승리했고 2, 3세트에서 젠지가 트위스티드 페이트를 가져가자 빈테르가 사일러스를 택하면서 상대 궁극기인 운명을 필요할 때마다 강탈하면서 먼저 움직여 이득을 챙겼다.
이번 롤드컵에서 미드 라이너들이 트위스티드 페이트, 갈리오 등 글로벌 궁극기를 보유한 챔피언을 적극 기용하고 있다. 이 챔피언들이 라인전에서는 조금 밀릴 수 있지만 6레벨 이후 궁극기를 활용해 다른 라인에 개입해서 변수를 만들 수 있기 때문. 허수와 빈테르 모두 트위스티드 페이트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사일러스로 받아치는 능력도 좋기 때문에 4강전에서는 금지될 확률이 높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허수는 신드라, 빈테르는 에코 등 잘 다루는 챔피언들이 많기 때문에 여전히 승부를 판가름할 맞대결로 꼽힌다.
◆원딜 'Perkz' VS '고스트 : 진을 내놓아라
G2의 원거리 딜러 'Perkz' 루카 페르코비치는 하나의 챔피언에 마음이 가면 계속 플레이하는 성향을 갖고 있다. LEC 서머 포스트 시즌 초반에 세나에 눈이 가자 네 경기 연속 세나로 플레이한 페르코비치는 중후반에는 애쉬를 계속 선택했다. 상대가 가져가거나 금지하지 않을 경우 연달아가져가려는 성향을 보였다.
이번 롤드컵에서도 페르코비치는 애쉬를 최우선 챔피언으로 삼았다. 쑤닝 게이밍이 애쉬를 가져가자 이즈리얼로 대응했지만 그 뒤로 다른 팀이 견제하지 않자 애쉬를 계속 썼다. 애쉬 이후 페르코비치의 시선은 진에게 닿아 있다. 젠지 e스포츠와의 8강전에서 페르코비치는 1세트부터 3세트까지 진을 택했다. '룰러' 박재혁이 칼리스타, 애쉬, 이즈리얼로 챔피언을 바꿔가면서 라인전에서 우위를 점하려 했지만 페르코비치는 우직하게 진을 택했고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담원 게이밍의 원거리 딜러 '고스트' 장용준은 페르코비치의 스타일과는 많이 다르다. 같은 챔피언을 연달아 사용하기 보다는 상황에 맞게 돌려 쓰는 스타일이다.
장용준 또한 이번 롤드컵에서 가장 많이 기용한 챔피언은 진이다. 징동 게이밍과의 첫 경기와 PSG 탈론과의 2라운드 첫 경기, DRX와의 8강전 첫 경기 등 중요한 경기의 시작을 진과 함께 했다. 퍼포먼스도 나쁘지 않았다. 1번 이상 죽은 경기가 없었고 총 15킬 2데스 22어시스트로 18.5의 KDA를 기록했다.
장용준의 세컨드 카드는 세나다. LCK 서머에서 10번 사용해 8승2패의 성적을 거뒀고 6월 27일 이후에는 7연승을 달으며 롤드컵에서도 두 번 사용해 모두 승리하면서 공식전 9연승을 이어가고 있다.
페르코비치와 장용준 모두 진을 잘 다루기 때문에 금지 목록에 오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만약 풀어준 뒤에 잡아내는 패턴을 만들어내고 성공시킨다면 한 쪽으로 경기가 기울 수도 있다.
◆서포터 'Mikyx' VS '베릴' : 운영형과 공격형의 대결
G2의 서포터 'Mikyx' 미하엘 메흘레와 담원의 서포터 '베릴' 조건희는 탈지역형 스타일을 갖고 있다. 한국의 서포터들이 탐 켄치를 잘 다루기 때문에 '코리안 탐 켄치는 다르다'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메흘레 또한 탐 켄치 장인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플레이를 펼친다. 이번 롤드컵에서도 탐 켄치를 세 번 꺼내든 메흘레는 세 번 모두 승리했고 매 경기 10개 이상의 어시스트를 만들어내면서 G2의 승리에 기여했다.
메흘레의 두 번째 카드는 라칸이다. 16강 마치 e스포츠와의 대결과 8강 젠지전 3세트에 시용해 모두 승리한 바 있는 메흘레의 라칸은 젠지전에서 무려 18개의 어시스트를 만들어내면서 플레이 메이커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조건희는 판테온 서포터의 창시자라고 해도 무방하다. 서머 시즌 초반 마오카이, 오공 등을 선보이던 조건희는 판테온을 꺼내면서 신기원을 만들어냈다. 원거리 딜러를 보좌하면서 라인전에 집중한 뒤 6레벨 이후에 돌아다녀야 한다는 기존 서포터 문법을 파괴한 조건희는 판테온으로 틈만 나면 돌아다니고 공수겸장의 스킬을 활용해 킬을 챙기면서 성장하는 패턴을 만들어냈다.
롤드컵에서 조건희가 자주 선보이는 챔피언은 레오나다. 징동 게이밍, 로그, DRX를 상대로 한 번씩 사용해 모두 승리한 조건희의 레오나는 능동적으로 공격을 감행하기에 다른 챔피언들보다 킬이 많긴 하지만 담원의 공격성을 보여주는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하다.
한국 선수들만큼이나 탐 켄치와 라칸을 잘 다루는 메흘레와 외국 선수들만큼이나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는 조건희의 대결도 관심 있게 지켜볼 요소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그래픽 자료=QWER.GG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