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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81] ‘염소의 저주(Curse of the Billy Goat)’는 ‘4자(字)’와 어떤 연관이 있는가

 2016년 월드시리즈서 시카고 컵스는 우승을 차지하면서 108년만에 '염소의 저주'를 깼다. 사진은 시카고 컵스 선수들이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뒤 환호하는 모습.
2016년 월드시리즈서 시카고 컵스는 우승을 차지하면서 108년만에 '염소의 저주'를 깼다. 사진은 시카고 컵스 선수들이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뒤 환호하는 모습.


모든 게 사람들이 딱 믿기 좋은 미신이다. 생식력이 좋아 신을 위한 제의적 희생물로 바치는 염소, '신화의 왕국' 그리스 출신, 극동의 한자문화권에서 죽을 ‘사(死)’와 음이 같다고 해서 기피하는 숫자인 4. 세 가지가 공교롭게도 잘 맞아떨어지는 마법의 이야기이다. 이른바 ‘염소의 저주Curse of the Billy Goat)’‘이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시카고 컵스가 1945년 월드시리즈 경기에 염소와 함께 입장하려 했던 관객의 입장을 거부한 이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한 징크스를 말한다. 시카코컵스는 1908년 월드시리즈 이후 108년간 우승을 차지하지 못하다가, 2016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면서 108년 만에 '염소의 저주'를 깬 바 있다.

미국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 올라있는 염소의 저주의 자세한 전말을 알아본다. 당시 시카고 컵스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의 월드시리즈 4차전 경기에서 컵스의 팬인 그리스 출신의 선술집 주인 윌리엄 빌리 시아니스는 머피라는 이름의 염소를 끌고 컵스의 홈구장인 리글리필드에 입장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동물인 염소는 악취가 나 다른 관중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입장을 거부당했다. 염소 입장권까지 구입했던 그는 “다시는 이곳에서 월드시리즈가 열리지 않을 것”이라며 저주를 퍼붓고 떠났다. 시카고 컵스가 다시는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을 하지 못한다는 저주의 예언을 했던 것이다. 컵스는 4차전에서 패해 2승2패를 된 뒤 결국 7차전까지 갔다가 타이거스에게 우승을 내주었다.

컵스는 이후 이상하게도 내셔널리그 챔피언전 등 중요 고비에서 좌절하고 말았다. 1969년 시즌 말 홈경기 중 검은 고양이가 컵스 더그아웃 앞에서 뛰어다니는 불길한 징조가 나타나더니 플레이오프 경쟁에서 탈락했다. 또 2003년 내셔널리그챔피언시리즈 6차전에서 3승2패로 리드하던 컵스는 8회 원 아웃 상황에서 좌익수 모이스 알루가 상대 타자의 파울공을 잡으려다가 악성 팬 스티브 배트맨이 관중석에서 아웃되는 것을 막았다. 3-0으로 앞서던 컵스는 이후 8점을 허용하며 8-3으로 패해 3승3패가 됐다. 컵스는 결국 7차전에서 우승을 내주고 1945년이후 처음으로 내셔널리그 우승 기회가 물거품됐다.

컵스는 염소의 저주를 없애기 위해 여러 시도를 했다. 저주 괴담의 주인공 윌리엄 시아니스는 1970년 사망하기 전에 스스로 저주를 없애기 위한 노력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1984년 홈 개막전 때 염소의 저주를 낳았던 주인공의 조카 샘 시아니스와 머피에게서 나온 자식 염소를 개막전에 초대하기도 했다. 샘 시아니스는 “저주가 풀렸다”고 말했다. 이러한 노력이 주효했는 지 1984년과 1989년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2008년 플레이오프 시작 때는 그리스 정교회 제임스 그라니아스 신부를 홈구장에 초대, 컵스의 덕아웃에 악귀를 쫓는 의식으로 성수를 뿌리기도 했다.

컵스는 2016년 11월 3일 클리블랜드와의 월드시리즈 최종 7차전에서 연장 10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8-7로 승리하며 시리즈 전적 4승 3패로 우승을 차지하며 108년 만에 염소의 저주를 깼다.

올 월드시리즈 LA 다저스와 탬파베이 레이스의 4차전서도 묘한 승부가 펼쳐졌다. 우세할 것으로 평가됐던 LA 다저스는 25일 9회 다 잡았던 승부를 내주고 말았다. 탬파베이는 6-7로 패색이 짙었던 9회말 2사 후 동점 적시타와 다저스의 실책을 묶어 2점을 보태며 8-7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둬 시리즈 전적을 2승2패로 맞췄다. 4차전이라는 숫자가 마력을 발휘한 것 같기도 한 경기였다.

월드시리즈와 같은 큰 경기의 승부는 예측을 하기가 어렵다. 서로 이기기만을 바라지만 승부는 냉혹하다. 이긴 자가 있으면 패한 자가 있다. 서로 최선을 다하지만 승리의 여신이 어느 쪽에 손을 들어줄 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그래서 사람들은 미신을 불러들이며 불확실한 승부의 추가 어디로 갈지 주목하는 것 같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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