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원주민들에 대한 역사적인 잘못을 뒤늦게 깨달은 미국인들은 인디언 보호구역을 만들어 원주민들의 삶을 보호하는 정책을 펼쳤다. 오대호 중 하나인 이리호 연안에 위치한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는 인디언 보호구역 조차도 없어 인디언과는 아무런 연관성을 갖지 않았지만 프로야구 프랜차이즈팀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Cleveland Indians)라는 팀이 있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로고는 서양의 대표적 귀신 괴담인 ‘드라큘라(Dracula)’와 비슷하게 보이는 인디언 추장 모양의 ‘와후 추장Chief Wahoo)’이라고 불리는 명물이다. 흰 이를 번뜩이며 웃는 모양을 하고 있다.
미국 프로야구 4대 저주시리즈의 하나인 ‘와후 추장의 저주(Curse of Chief Wahoo)’는 이 로고에서 유래됐다. 와후 추장의 저주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팀의 마스코트인 와후 추장의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바꾸면서 1948년부터 우승하지 못한 징크스를 말한다. 클리블랜드는 1948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와후 추장을 친근한 캐릭터로 만들기 위해 1951년 캐릭터의 피부색을 노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바꾸었다. 추장 표정도 익살스럽게 손질을 했다. 하지만 바뀐 캐릭터는 인디언을 희화화했다며 오랫동안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켰다. 와후 추장의 노여움을 사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한다는 설이 만들어진 이유였다. 원래 와후 추장 디자인은 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클리블랜드는 2014년부터 클리블랜드의 첫 글자 ‘C’를 딴 로고를 사용하면서 와후 추장 캐릭터는 보조 로고로 사용한다. 2019시즌부터는 모든 유니폼과 모자에서 와후 추장을 사용하지 않는다. 코로나19 유행으로 60경기로 줄어든 올해 클리블랜드 선수들은 홈 경기에서 ‘인디언스’라고 적힌 홈 유니폼 대신 ‘클리블랜드’가 새겨진 원정 유니폼을 입고 출전했다. 최근 미국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인종 차별 반대 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퍼지면서 팀명 변경을 요구받고 있는데 구단측에서는 인디언스라는 별명을 없애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는 1890년대 활약한 인디언 출신의 루이스 소칼레식스라는 선수를 기리기 위해 1915년부터 바뀐 팀 이름이다. 그전까지는 러슬러스(Rustlers), 레이크쇼어스(Lake Shores), 블루버즈(Blue Birds), 브롱크스(Bronchos), 냅스(Naps) 등 여러 이름을 사용했다.
1914년 월드시리즈에서 보스턴 브레이브스(Braves)가 우승을 차지하면서 클리블랜드 언론들은 보스턴이 용감한 전사들의 이미지로 월드시리즈를 제패했던 것에 영감을 얻어 손도끼 하나로 맹렬하게 맞서 싸웠던 원주민의 용맹함을 상징하는 의미로 인디언스를 착안하게 됐다고 한다. 마침 오래 전 인디언 출신의 소칼레식스를 염두에 두면서 인디언스라는 별명은 더 설득력을 얻었다는 것이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는 1951년 와후 추장 로고를 바꾼 이후 1954년 월드시리즈에서 뉴욕 자이언츠에 4전전패를 당했다. 1995년 인디언스는 100승을 거두며 41년 만에 월드시리즈에 진출했지만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 투수로 평가받는 그렉 매덕스가 이끄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예전 보스턴 브레이브스)에게 2승4패로 패했다. 당시 브레이브스의 우승은 1991년부터 2005년까지 15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서 유일한 월드시리즈 우승이었다. 그만큼 인디언스가 오랫동안의 악운을 끊지 못했다는 반증이었다.
1989년 찰리 신, 웨슬리 스나입스가 출연한 영화 ‘메이저리그(Major League)는 1955년에서 1989년 사이에 불과 세 차례만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획득한 인디언스의 1954년 이후 부진한 성적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와후 추장의 저주를 소재로 코미디 영화였다. 살육전 끝에 아메리칸 원주민을 몰아냈지만 원주민의 용맹함을 이름으로 활용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는 미국 프로야구 4대 저주시리즈 중 아직 미완 상태인 와후 추장의 저주라는 미신으로 인해 1948년이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과는 인연이 없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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