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대초 영화 ‘반지의 제왕’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었다. 영국 작가 톨킨(1892-1973)의 판타지 소설로 1955년 출간된 이래 전 세계에 10억 이상이 읽은 스테디 셀러를 영화화한 것이었다. 내용은 중간계라는 상상 공간을 무대로 해 난쟁이들보다 더 작은 가상의 호빗 종족의 모험담이다. 선(善)을 제압하는 '절대 반지'를 되찾아 어둠의 세계를 부활시키려는 줄거리로 마왕 샤우론에 맞서 호빗 종족의 청년 프로도가 마법사 간달프, 전사 아라곤, 요정 레골라스 등과 합세해 싸우는 내용이다. 뉴질랜드 출신의 피터 잭슨 감독은 반지의 제왕 3부작을 모두 뉴질랜드에서 찍었다. 영화가 전세계적으로 크게 히트하자 뉴질랜드는 관광명소로 급부상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리그가 중단되거나 연기되는 등 미국 프로스포츠가 파행을 거듭하면서도 10월들어 종목별 최종 결승전이 벌어지면서 우승 반지를 받는 ‘반지의 제왕’들이 속속 탄생한다. ‘킹’ 르브론 제임스가 이끄는 LA 레이커스는 지난 12일 프로농구(NBA) 챔피언 결정전에서 마이애미 히트를 4승2패로 물리치고 10년만에 정상에 복귀했다. 레이커스 선수들은 NBA 챔피언십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며 우승 반지를 끼게됐다. 미국 프로야구(MLB) 월드시리즈서는 LA 다저스와 탬파베이 레이스가 막판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최종 승리한 팀 선수들은 우승컵과 함께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받는다.
그동안 스포츠팬들은 프로종목에서 우승한 선수들이 반지를 끼고 좋아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많이 봤을 것이다. MLB나 NBA 등 프로종목 등에서는 우승한 팀에게는 트로피가 주어진다. 하지만 트로피는 단 한 개만 팀에게 수여되기 때문에 챔피언팀 선수들과 스태프들이 우승을 기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반지를 지급한다. 일종의 개인상인 셈이다.
월드시리즈 반지는 매년 우승팀에서 의뢰해 다음 시즌 초반 자격이 있는 선수와 스태프에게 수여한다. 반지는 세계적인 귀금속 장식품을 만드는 티파니 등 여러 회사에서 만든다. 보통 반지는 골프공만한 사이즈로 일반 반지보다 좀 크다. 최초의 월드시리즈 반지는 1922년 뉴욕 자이언츠가 월드시리즈 우승 후 주어졌다. 그 이전에는 우승팀 선수들에게 핀이나 시계 등과 같은 기념품을 수여헀다. 뉴욕 양키스는 1923년 기념시계를 주었지만 1927년 처음으로 선수들에게 반지를 선물했다. 1932년이후부터 모든 월드시리즈 우승팀은 선수들에게 반지를 주었다. 반지는 하나의 다이아몬드만을 넣은 단순한 것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정교해지고 화려해졌다 .2003년 월드시리즈에서 200개가 넘는 다이아몬드가 들어있는 반지가 등장하기도 했다.
월드시리즈 반지는 스포츠 기념품으로서 부가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 1950년대 뉴욕 양키스 감독이었던 케이시 스텐겔의 월드시리즈 반지는 18만 달러에 팔렸다. 1986년 월드시리즈서 우승했던 뉴욕 메츠의 레니 다이크스트라의 반지는 그가 파산 절차를 신청하면서 56,000달러 이상에 팔렸다. 경매에서 다른 반지들이 한 개당 1만 달러 정도에 팔렸던 것에 비해 비싼 가격을 받았다. 일부 선수들은 월드시리즈 반지를 전당포에 맡겨 돈으로 교환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팬들에게 주어진 월드시리즈 복제반지는 300달러에 팔린다고 한다.
MLB 전설적인 포수 뉴욕 양키스 출신 요기 베라는 생전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가 점점 커진다. 마치 무기 같다. 이제는 제대로 낄 수도 없을 정도다”며 우승의 의미를 기념하는 것보다는 크기만 커지는 것을 꼬집었다. 미국프로스포츠의 영향으로 한국 프로야구와 프로농구 등에서도 우승 반지를 수여하는 의식을 시즌 개막전에 많이 갖는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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