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대회라는 의미의 월드시리즈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폴 클래식이라는 말은 오래 전만해도 아주 생소하게 들렸다. 클래식이라는 단어 때문이다. 처음 폴 클래식을 접한 이들은 막연히 가을 대회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물론 맞게 이해한 것이다. 하지만 클래식이라는 말의 정확한 의미와 기원을 알아보면 좀 더 깊은 이해를 가질 수 있다.
미국 스포츠는 여러 종목에서 클래식이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MLB 올스타전을 ‘미디섬머 (Midsummer) 클래식’이라고 부른다. 축구 월드컵에 비교되는 세계야구대회를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이라고 명명했다. 북미하키리그는 ‘윈터 클래식’이라고 하며, 주요 대학농구대회로 ‘찰스턴 클래식’이 있다. 프로골프서도 클래식이라는 이름을 선수권대회, 오픈 대회 등과 함께 사용한다. 스페인어 ‘엘 클라시코(El Clasico)’는 영어 ‘더 클래식’과 같은 뜻으로 전통적인 라이벌로 알려진 두 축구팀의 경기를 의미한다. 엘 클라시코의 대표적인 축구 경기는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클럽간의 라이벌전을 꼽을 수 있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따르면 클래식은 17세기 분류와 분할을 뜻하는 프랑스어 ‘Classique’와 라틴어 ‘Classicus’에서 기원한 것으로 설명한다. 이후 최고 등급을 뜻하는 의미가 됐다고 한다.
원래 클래식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문학으로, 한 때 인문학의 주요 과목이었다. 고대 세계의 철학, 문학, 역사, 예술에 관한 연구를 지칭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클래식은 예술, 문학 등에서 일반적인 용어로 사용하게 됐다.
한중일의 한자문화권에서는 클래식을 ‘고전(古典)’이라는 번역어로 불렀다. 고전의 사전 정의는 옛날의 법식이나 의식, 고대의 서적, 시대를 대표하는 것으로 후세 사람들의 모범이 될 만한 가치를 지닌 작품 등으로 설명하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을 검색해보면 조선시대부터 고전이라는 말을 즐겨 썼던 것으로 확인된다. 논어, 맹자 등은 ‘동양의 고전’이라 불리며 많은 이들이 널리 읽고 모범이 됐던 유교 경전이다.
클래식과 고전이라는 말은 서양이나 동양에서 돈으로 살 수 없는 최고의 가치를 갖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스포츠에서 클래식이라는 말을 쓴 것은 운동과 건강을 도모하며 공동체의 화합을 이끄는 스포츠의 참 가치를 구현하자는 뜻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
11월초부터 포스트 시즌에 들어갈 한국 프로야구는 통칭 가을야구라는 말로 대신한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로 이어지는 한국프로야구를 묶어 가을야구라고 부른다. 가을야구는 포스트 시즌을 의미하는 것이다. 미국 월드시리즈처럼 폴 클래식이라는 말을 쓰지 않은 것은 한국 야구가 그만큼 겸손하고 소박한 자세를 갖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1982년 출범한 한국 프로야구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했으며, MLB에 처음 진출한 박찬호에 이어 현재 류현진, 추신수, 김광현과 함께 한국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타자로 월드시리즈에서 최지만 등이 활약하는 등 세계야구의 강국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제 클래식의 의미를 곱씹어 봐도 될 것 같은 생각이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