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2008년), 박찬호(2010년), 강정호(2015-2019년) 등 스타 코리안 리거들이 거쳐가 한국팬들에게도 낯이 많이 익은 팀이다. 국내서 한글 표기를 ‘파이어리츠’로 하냐, ‘파이리츠’로냐 논쟁이 있었다. 국립국어원이 파이리츠라고 외래어 표기법을 지정했다.
MLB 역사에 따르면 피츠버그 파이리츠로 팀이름을 정한 것은 한 선수를 둘러싼 스카우트 쟁탈전 때문이었다고 한다. 때는 미국 야구 초창기인 1890년 무렵이었다. 내셔널리그가 출범한 지 얼마안됐던 시절이라 팀 해체, 창단이 수시로 일어났다.
피츠버그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전신인 피츠버그 앨러게니스는 경쟁리그인 플레이스 리그에서 뛰던 2루수 루이스 비어바우어라는 선수를 놓고 같은 펜실베이니아주 연고팀인 필라델피아 애슬레틱스와 스카우트 경쟁이 벌어졌다. 당시 피츠버그 네드 스켈론 감독은 플레이스 리그가 없어져 고향집으로 가 있던 비어바우어를 찾아가 계약서에 사인을 받아 소속 선수로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이를 뒤늦게 알아차린 필라델피아 애슬레틱스는 이 선수가 플레이스리그 전에 자기 팀에서 뛰었던 선수라며 계약 무효를 주장했다. 미국협회도 피츠버그의 행위를 ‘해적질’이라고 반대했다. 이에 대해 피츠버그측은 “이 선수는 독립리그인 플레이스 리그서 엄연한 자유계약 선수였다”고 주장했다. 양 팀은 중재자에 의해 합의를 하게 되면서 비어바우어는 피츠버그 선수가 됐다. 이런 인연으로 미국 야구팬들은 피츠버그를 ‘파이리츠’라고 부르며 조롱하는 분위기가 많았다. 피츠버그 앨러게니스는 1891년부터 팀명칭을 파이리츠로 바꾸었으며 1912년부터는 팀유니폼에 정식으로 사용하게 됐다.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의 철강공장으로 번창한 피츠버그는 제조업의 쇠퇴로 인해 지금은 ‘러스트 벨트(Rust Belt, 녹슨 지대)라는 말을 현재 듣고 있듯이 피츠버그 야구도 지난 100여년간 흥망성쇠의 길을 걸었다. 역대 월드시리즈에서 1909, 1925, 1960, 1971,1979년 각각 정상을 차지한 뒤 우승과 인연이 없다.
역대 가장 이름을 빛냈던 선수는 로베르토 클레멘테(1934-1972)였다. 우익수였던 그는 MLB 선수로는 이례적으로 미국 의회 명예 황금 훈장을 받았다. 야구 선수로 뿐 아니라 인품,사회 봉사 정신으로 MLB 선수의 귀감이 됐기 때문이다. 그는 위대한 야구인이었다. 통산 타율 0.317과 3,000 안타, 12회의 골드글러브 및 MVP 1회 수상 등 당대 최고의 선수였다. 당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모든 중남미 출신 선수들의 정신적 지주와도 같은 존재이다. 그는 미국령 푸에르토리코 출신이다. 1956년 7월25일 메이저리그에서 유일한 끝내기 인사이드 파크 만루홈런을 치기도 했다.
그는 선수 생활이 한창이던 1972년 연말,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니카라과에 구호물자를 전달해주기 위해 전세 비행기로 가다가 악천후 속에 비행기가 추락해 구호침과 함께 사망했다. 그의 나이 38세였다.
그의 등번호 21번은 영구 결번처리 됐다. 그의 사회 봉사 정신을 기리기 위해 지금까지도 매년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이 큰 선수에게 로베르토 클레멘테 상을 시상한다. 이 상은 현재 모든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타고 싶어하는 가장 명예로운 상이다
피츠버그 홈구장의 통로에는 그가 생전 좋아했던 말이 붙어 있다. “해적 유니폼을 입고 나갈 때 나는 세상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사람임을 느낀다(When I put on my uniform, I feel I am the proudest man on earth)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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