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10월 캔자스시티 ‘광팬’ 이성우(당시 38세)씨는 월드시리즈가 열리는 미국으로 날아갔다. 이씨는 1990년대 중반 주한미군방송인 AFKN을 통해 캔자스시티 경기를 접한 뒤 팬이 됐다고 한다. 당시 1985년이후 29년만에 월드시리즈에 오른 캔자스시티는 기적을 꿈꾸고 있었다. 캔자스시티 현지 팬들은 SNS를 통해 이성우씨가 캔자스시티 팬이라는 사실을 알고 온라인에서 이씨의 월드시리즈 관람을 요청하는 청원을 했다. 구단측은 현지 팬들 사이에서 ‘로열스의 행운을 부르는 사나이’로 불린 그의 스토리가 팀 우승의 밑거름이 되기를 바라면서 왕복 항공료, 숙식비용을 모두 부담하며 초청했다.
캔자스시티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월드시리즈에서 7차전까지 가는 대접전 끝에 3승4패로 패해 우승을 하지 못했지만 미국과 한국 언론을 통해 만년 꼴찌팀의 이미지를 확실히 벗고 새로운 인식을 시키는 기회가 됐다. 캔자스시티는 다음 해인 2015년 이씨의 행운이 효험을 발휘한 듯 월드시리즈에서 뉴욕 메츠에 4승1패의 승리를 거두고 1985년 이후 30년만에 감격적인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캔자스시티 로열스는 미주리 주 캔자스시티가 연고도시이다. 미주리주에서 세인트루이스 다음가는 제2의 도시인 캔자스시티는 19세기부터 미국 제1의 우시장으로 성장헀다. 왕족들이라는 뜻의 로열스라는 팀 명칭을 사용하지 있지만 사실 왕족들과 관련이 전혀 없다. 로열스는 캔자스시티를 대표하는 우시장에서 유래된 말이라고 한다.
1969년 메이저리그 팀 창단이 결정되면서 구단은 1년 전 팀이름 공모를 한 결과, 1만7천여건의 이름을 접수했다. 이 가운데 한 교량기술자가 낸 로열스라는 이름을 팀이름으로 결정했다. 이 기술자는 “캔자스시티의 새 야구팀은 수십억 달러의 가축 수입을 올리는 캔자스시티가 미국의 대표적인 목축업및 사료 시장임을 알리기 위해 축산쇼 이름인 ‘아메리칸 로열스’의 이름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캔자스시티는 1899년부터 매년 미국 최대의 축산쇼인 ‘아메리칸 로열스’를 개최한다. 축산물쇼, 말쇼, 로데오, 바비규 챔피언 대회 등이 열린다. 축산쇼는 화려한 퍼레이드와 각종 대회를 개최하며 미국 전역을 통해 큰 명성을 날렸다. 구단주 어윙 카우프만이 반대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구단 이사회는 6대1 팀명칭을 결정했다고 한다.
로열스 팀 이름의 기원은 오랜 세월 동안 잊혀졌다. 팀 로고에 왕관이 그려지고 왕실 이미지를 의도하는 이미지로 대체됐기 때문이다. 지금 대부분의 메이저리그팬들은 이러한 역사를 알지 못하고 로열스가 왕족들과 관련한 이야기를 갖고 있는 팀으로 인식하고 있다.
캔자스시티 로열스는 캔자스시티 애슬레틱스(1955-1967)가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로 이적한 뒤 프랜차이즈에 공백이 생기면서 미주리주 출신의 스튜어트 시밍턴 상원의원의 제안으로 설립됐다.
캔자스시티는 아모스 오티스, 할 맥레이, 존 메이베리, 조지 브렛, 프랭크 화이트, 윌리 윌슨, 브렛 사버하겐 등 스타들이 주축이 돼 1976년부터 1985년까지 7차례 플레이오프에 출전해 월드시리즈 우승과 아메리칸리그 페넌트를 석권하며 단숨에 강자가 됐다. 하지만 1985년이후 장기 침체를 거듭했다. 로얄스는 28시즌 연속(1986~2013년) 포스트시즌에 출전할 자격을 얻지 못했다. 2014년 와일드카드 첫 출전권을 확보한 뒤 2014년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이어 로얄스는 2015년 첫 아메리칸리그 센트럴 디비전 타이틀을 따낸 데 이어 2015년 월드시리즈서 뉴욕 메츠를 꺾고 두 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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