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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202] 스트라이크 아웃을 왜 ‘삼진(三振)‘이라고 했을까

 역투하는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투수 양현종. 현역 투수 가운데 가장 많은 '스트라이크 아웃'을 기록하고 있다.
역투하는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투수 양현종. 현역 투수 가운데 가장 많은 '스트라이크 아웃'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 스트라이크 아웃은 삼진(三振)이라고 말한다. 스트라이크 아웃이라는 영어를 알면서도 대부분 삼진이라고 말한다. 오랫동안 입에 붙어 다녔기 때문이다. 스트라이크 아웃은 투수가 던진 스트라이크 3개를 타자가 치지 못해서 아웃을 당했다는 뜻이다. 삼진은 원래 일본에서 만든 조어이다.

삼진은 정교한 번역어 같지만 단어 자체는 영어 스트라이크 아웃의 원 뜻을 잘 살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삼진은 숫자 ‘3’을 뜻하는 섯 삼(三)자와 떨다, 진동하다는 의미의 진(振)이 합해진 말이다. 삼진을 풀이하면 세 번 휘둘렀다는 뜻이다. 타자 중심의 해석이다. 하지만 영어 스트라이크 아웃 원 뜻은 이보다 훨씬 넓다.

일본 야구는 삼진이라는 번역어의 선택적 제한성을 보완하기 위해 두 가지 삼진 용어를 보완했다. 타자가 헛스윙하는 삼진을 ‘가라부라(空振)’ 삼진이라 말한다. 영어로는 이를 그냥 ‘Struck Out’으로,스트라이크 아웃의 과거형으로 표현하면 된다. 또 타자가 꼼짝 못하고 그냥 보내는 스트라이크 아웃을 ‘미노가시(見逃)’ 삼진이라고 부른다. 이에 해당하는 영어로는 ‘Called Out’이다. 일본에서는 스트라이크 아웃을 삼진으로 번역하면서 견강부회식으로 여러 말을 갖다 붙인 셈이다.

하지만 스트라이크 아웃에는 이런 삼진 말고도 여러 상황이 더 있다. 투 스트라이크 이후에 번트한 타구가 파울이 된 경우를 스리 번트 파울이라고 하는데 이는 스트라이크 아웃으로 처리한다. 또 타자가 공을 치기 위해서 스윙을 하다가 중도에서 멈췄으나 스윙으로 판정된 경우로, 투 스트라이크 이후의 하프 스윙도 스트라이크 아웃이다.

또 스트라이크 아웃 낫 아웃(Not Out)도 있다. 투수가 두 번째 스트라이크 이후에 던진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으나 포수가 이 공을 잡지 못한 경우, 또는 잡기 전에 공이 그라운드에 닿은 경우에 발생한다. 이때 타자는 아직 아웃이 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1루까지 뛸 수 있으며, 포수는 놓친 공을 잡아 타자를 태그(Tag)하거나 타자가 1루에 도달하기 전에 1루수에게 공을 보내야 아웃으로 인정된다. 낫아웃은 타자의 스윙 여부와는 무관하다. 낫아웃은 노아웃이나 원아웃에서 1루에 주자가 없을 때 성립되고, 투아웃일 때는 주자 유무와 상관없이 성립된다. 1루에 주자가 있을 때 낫아웃이 성립되지 않는 이유는 포수가 고의로 공을 놓쳐 더블플레이 상황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스트라이크 아웃은 투수가 타자를 압도한다는 증표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큰 스윙으로 홈런을 많이 터뜨리는 장거리 타자들은 보통 스트라이크 아웃을 많이 당한다. 알렉스 로드리게스, 레지 잭슨, 짐 톰과 같은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의 홈런 타자들은 스트라이크 아웃이 많기로 악명이 높다. 한국과 일본 야구도 상황은 비슷하다. 홈런을 노리다가 자주 헛 방질을 하기 때문이다 .

야구 스코어 카드에서 스트라이크 아웃은 보통 ‘K’로 기록한다. 메이저리그에서 공식 약칭은 스트라이크 아웃의 약어인 ‘SO’를 사용하지만 팬들은 K라는 표식을 더 많이 붙여 쓰고 있다. K를 처음 쓴 것은 박스 스코어와 야구 스코어 카드의 원조로 널리 인정받고 있는 신문기자 헨리 채드윅(1824-1908)이었다고 한다. 채드윅은 'S'자가 'Sacrifice(희생)'에 사용되었기 때문에 'Struck'의 마지막 글자인 'K'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일부 사람은 19세기 투수 맷 킬로이의 성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킬로이는 오버핸드 피칭이 허용된 지 2년 만인 1886년 삼진 513개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의 기록은 투수의 마운드가 타자와 50피트(15m)밖에 떨어지지 않았던 시절에 나왔던 것이다. 1893년에 현재의 거리인 60피트 6인치로 이동하면서 현재까지 스트라이크 아웃 최고 기록은 놀란 라이언의 5,714개이다. 라이언은 1982년 스티브 칼튼을 스트라이크 아웃으로 잡으면서 통산 최고 기록을 세웠다. 한국프로야구서는 송진우가 1989년부터 2009년까지 뛰면서 2048개로 최고 기록을 작성했다. 현역 최고 기록은 양현종이 2007년부터 1600개로 세우며 이어 나가고 있다.
스트라이크 아웃 대신 삼진으로 부르는 것을 다른 말로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 이미 뿌리깊게 야구 용어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진의 기본적인 의미를 이해하고 사용하는 것이 올바른 용어 접근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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