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크는 주자가 루에 있을 때 투수가 규칙에 어긋나는 투구 동작을 하는 것이다. 미국이나 한국 프로야구 규정집에는 보크가 일어나는 상황을 열 가지 이상으로 정해놓다보니 적용하는데 적지않은 애를 먹는다.
보크라는 말 자체는 멈칫거리다, 주춤하다는 뜻을 갖고 있다. 야구서는 보크를 투수가 타자에게 공을 던지는 척하다가 아웃시키기 위해 주자쪽으로 공을 던지는 속임수를 말한다. 투수가 실제로는 투구 행위를 할 생각이 없으면서 페인팅 피칭을 하기 때문에 불법적인 동작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투수가 투구를 하려 한 것인지, 아니면 주자에게 던지려고 한 것인지 육안으로 판정하기가 애매한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미국 야구 초창기 시절 보크는 도루(Stolen Base)를 허용하고 난 뒤 규정을 보완하는 의미에서 만들어졌다. 1898년 메이저리그는 도루를 공식 허용했다. 득점 기회를 더 만들어보자는 취지였다. 이어 1899년 보크 규정을 추가했다. 투수들이 도루를 저지하기 위해 속임수를 쓰는 투구를 하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보크를 만들었다.
하지만 적용이 모호해 심판들간에도 의견이 갈리는 경우가 많다.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이 보크인가를 두고 확실하게 말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 보크를 규정하는 관계로 관점이 주관적인 경우가 적지 않다.
투수는 두 가지 동작으로 볼을 던진다. 와인드업(Windup)과 세트(Set)이다. 와인드업은 타자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서서 중심 발은 투수 플레이트 위나 앞 가장자리를 밟고, 다른 발은 투수 플레이트 옆이나 뒤쪽에 놓고 던지는 자세이다. 세트는 타자를 옆으로 보며 중심 발을 투스 플레이트 위나 앞 가장자리에 확실하게 붙이고 반대편 발은 플레이트 앞이나 뒤쪽을 밟고 서서 공을 쥔 두 손을 몸 앞에 대고 움직임을 딱 멈추는 동작이다. 이 자세에서 투구 동작을 할 수도 있고 팔을 뻗을 수도 있으나 일단 팔을 뻗으면 반드시 다시 완전 정지해야 한다. 투수는 투구 전과 투구 중에 일정한 동작을 이어나가야 한다. 주자가 한 명 이상 출루한 상태에서 이러한 규정을 위반할 경우 심판은 보크를 선언할 수 있다. 타자는 보크가 선언되더라도 베이스로 나가지는 못한다.
보크는 보통 이중 투구동작에 의해 발생하는 때가 많다. 투수 판에 선 투수가 투구 동작에 들어간 뒤 투구를 하지 않는 경우이다. 세트포지션에 들어가 사인을 받은 투수가 곧바로 투구하지 않고 불필요한 동작을 취할 때 보크가 선언된다. 주자를 견제하려 할 때도 보크가 자주 나타난다. 투수판에서 발을 완전히 떼지 않은 채로 볼을 던지는 시늉을 내면 투구 규정 위반이다. 하지만 심판이 이러한 상황을 판단하는 게 쉽지 않아 보크가 선언되면 대체로 시비가 일어나게 된다.
보크 사례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끝내기 보크이다. 2005년 7월15일 메이저리그 워싱턴 내셔널스와 밀워키 브루어스 경기에서 10회말 워싱턴 투수 마이크 스탠튼이 세계 최초로 끝내기 보크를 기록했다. 2014년 5월21일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경기에서 한번 더 끝내기 보크 선언이 나왔다. 한국프로야구서는 2019년 9월14일 두산 베어스와 SK 와어번스 경기 9회말 6-6 1사 1,3루 상황에서 두산 배영수가 플레이트에서 발을 먼저 빼지 않은 상태에서 1루에 견제구를 던지려고 하다가 마는 바람에 보크를 선언당했다. 한국프로야구 최초의 끝내기 보크였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