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라는 말은 일본에서 건너왔다. 일본 야구 용어의 창시자로 알려진 메이지 시대 문학가 마사오카 시키(1867-1902)가 던지는 사람이라는 뜻인 ‘투자(投者)’라는 말을 처음으로 쓰면서 투수라는 용어가 개념화됐다고 한다. 한자어 투(投)는 손을 나타내는 재방변(扌=手)에 뭉둥이를 뜻하는 수(殳)가 합성된 말이다. 투는 본래 뭉둥이로 친다는 의미였는데 던진다는 의미로 전환됐다고 한다. 시키는 타격을 하도록 공을 던지는 역할을 하는 이를 투자라고 말했던 것이다. 이후 어떤 일을 능숙하게 하거나 버릇으로 자주 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인 ‘손 수(手)’자를 같은 의미의 ‘놈 자(者) 대신 써 투수라고 부르게 됐다. (본 코너 14 '‘선수(選手)’에 ‘손 수(手)’자가 들어간 까닭은' 참조)
조선왕조실록을 인터넷으로 검색해도 전혀 투수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투수라는 말은 일제 강점기에 들어왔던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막연하게 일본에서 건너온 용어라는 생각을 하고는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조선시대 이후라는 것을 조선왕조실록 검색을 통해 알게 된 것이다.
미국야구 초기에 투수는 원래 타자가 칠 수 있도록 공을 던지는 단순 역할을 하는 존재였다. 크리켓처럼 반발력이 적은 공을 쓰던 시절이라 투수는 힘들이지 않고 던지는 일만 했다. 미국 야구 공식 역사에 따르면 1884년 이전에는 오로지 언더핸드스로(Underhand Throw)만 던질 수 있었을 뿐 팔을 어깨 위로 치켜들어 던지는 오버핸드스로(Overhand Throw)는 일절 허용하지 않았다. 쉽게 말하면 맞춰잡는 야구만을 했을 뿐이었다.
반발력이 큰 딱딱한 공이 등장하고 투구 기술이 진화하면서 투수는 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가 됐다. 투수진이 강한 팀이 경기에서 승리하고, 우승을 차지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투수는 전문화, 세분화됐다. 선발투수와 여러 명의 구원투수가 서로 교대해 가면서 투수진을 운용하게 된 것이다.
투수 개인의 특성에 따라 투수진은 선발(Starting), 구원(Relief), 중간계투(Middle Relief), 셋업(Set Up), 마무리(Closer), 원 포인트(One Point) 구원, 패전 처리(Mob Up) 등으로 다양하게 운영한다. 투구하는 손에 따라 오른팔로 던지는 우완투수(右腕投手), 왼팔로 던지는 좌완투수(左腕投手) 등으로 나눈다.
투수는 투구하는 동작에 따라 유형을 분류하기도 한다. 오버핸드스로와 언더핸드스로 말고도 공 쥔 손을 귀와 어깨 중간 높이로 올려 비스듬한 각도로 던지는 스리쿼터, 공을 허리 높이에서 던지는 사이드핸드스로(Sidehand Throw) 등이 있다. 타자를 상대하는 방법에 따라서 투수 유형을 나누기도 한다. 정통파(Orthodox Style)는 오버핸드스로 스타일이면서도 상대를 가리지 않고 항상 정면 승부를 시도하는 투수를 말한다. 기교파(技巧派)는 구종과 투구 코스를 다양하게 배합하여 타자에게 좀처럼 잡히지 않게 기교 중심으로 운영하는 투수를 이른다.
투수는 장비를 거의 착용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모자, 글러브, 야구화등이 사용하는 장비다. 투수들은 분말 로진 봉지를 마운드에 보관할 수도 있다. 공을 잘 잡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손가락에 분말 가루 비슷한 것을 바르며 투구를 한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