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구와 마구는 시대와 환경에 따라 말의 의미와 용도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야구 용어이다. 일본야구에서 변화구와 마구는 사실 같은 의미였다. 변화구라는 말이 생기기 이전에는 마구라는 말을 썼다. 20세기 중반 변화구라는 말이 등장하기 이전까지 변화구를 대신했던 말은 마구였다. 직구가 아닌 볼을 묶어서 마구라 불렀다. 일본야구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야구를 수입한 초창기인 1890년대 마구라는 말을 처음 사용했다. 1896년 도쿄 외항 요코하마에서 일본 제일고등학교팀과 요코하마 외국인팀이 경기를 가졌는데 미국인 투수 어니스트 처치의 커브볼에 일본 타자 방망이가 무력하게 무너지자 제일고등학교 물리교사가 이 볼을 마구라고 지칭하는 수기를 썼다고 한다. 마구라는 말이 탄생한 유력한 설이다.
일본 야구 초창기에는 꺾인다는 의미의 커브(Curve) 볼, 떨어진다는 의미의 드롭(Drop) 볼, 가운데 손가락 둘을 구부려 던진다는 의미의 너클(Knuckle) 볼 등이 알려지면서 이를 총칭하는 말로 마구를 사용했다. 직구를 제외한 구질을 모두 마구라고 불렀던 것이다. 영어에서는 직구가 아닌 구종을 묶어 ‘브레이킹 볼’, 체인지업(Change Up)‘ 등으로 표현했다. 마구는 193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변화하는 공‘이라는 말로 대체됐으며, 1950년대에 변화구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사용됐다.
국내야구서 변화구는 실제 경기 용어로 많이 썼으며 마구는 허구성이 강한 야구 만화 등에서 즐겨 사용했다. 만화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황당한 볼을 마구라고 부르며 투수들의 ‘필살구’로 많이 등장시켰다. 2000년 인터넷 게임이 본격 등장하면서 CJ 인터넷 온라인 야구게임 ‘마구 마구’가 큰 인기를 모았다. 일본서는 아직도 특별히 뛰어난 구종이나 신종 변화구 등을 마구라고 부른다. 1980년대 유행한 ‘스프릿 핑거 패스트볼(Split Finger Fastball)’을 ‘현대의 마구’라고 지칭했다. 불규칙한 변화로 포수조차 잡기가 쉽지 않은 신형 너클볼을 마구라고 부르기도 한다.
변화구는 여러 구질을 통칭하는 용어이다. 조해연의 ‘우리말 야구용어 풀이’에서 설명한 변화구 종류에 따르면 변화구의 대명사격은 커브이다. 공에 브레이크가 걸려 휘면서 떨어지는 볼이다. 타자 가까이 떨어지면 인커브, 먼 코스로 떨어지면 아웃커브라고 말한다. 슬로(Slow) 커브는 의식적으로 스피드를 죽인 볼이다. 궤도는 커브와 비슷하지만 느려서 타자가 타이밍을 맞추기가 어렵다. 슬라이더(Slider)는 직구와 비슷한 스피드로 날아오다가 타자 가까이 와서 변화를 일으켜 스트라이크존 바깥쪽으로 미끄러지듯 휘어져 나간다. 포크볼(Forkball)은 포크로 음식물을 찍듯이 볼을 인지와 중지 사이에 끼워 던지는 것으로 타자 앞에서 거의 수직으로 떨어진다. 체인지업은 타자의 타이밍을 교묘히 뺏기 위한 투구법을 말한다. 커트볼(Cutball)은 스트라이크존에서 작지만 날카롭게 바깥으로 미끄러진다. 역회전 공이라는 의미의 스크루볼(Screwball, 일명 Shoot)은 역방향 회전이 걸려 타자 몸쪽으로 휘어 들어온다. 싱커(Sinker)는 홈플레이트 근방에서 밑으로 가라앉는 공으로 타자 쪽으로 휘는듯한 느낌을 준다. 너클볼은 가라앉는 방향이 일정하지 않아 치기 어려운 공으로 알려져 있다. 팜볼(Palmball)은 말 그대로 손바닥에 끼우고 밀어내듯이 던지는 볼로 회전의 거의 없고 타자 앞에서 제멋대로 변화를 일으킨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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