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식 야구용어를 많이 만든 메이지 유신 시대의 대표적인 문학가 마사오카 시키(1867-1902)가 원래 처음 썼던 말은 ‘확자(攫者)’였다. 움켜 잡는다는 의미인 ‘攫’과 사람을 의미하는 ‘者’를 붙여 사용했다. 확자가 포수로 바뀐 것은 그의 사후에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확자보다는 포수가 대중들이 좀 더 쓰기 편한 말이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시키는 손 수자가 들어가는 포지션을 자를 써서 표기했다. 투수를 ‘투자(投者)’라고 했다. 그가 만든 ‘타자(打者)’는 아직까지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문학적으로는 ‘캐처’를 ‘파수꾼’이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미국의 소설가 제롬 데이비드 샐리저(1919-2010)의 대표작 ‘The Catcher n the Rye’는 ‘호밀밭의 파수꾼’이라고 제목을 붙였다. 캐처를 파수꾼이라고 번역한 이유는 호밀밭에서 노는 아이들이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지켜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염두에 둔 때문으로 보인다.
야구에서 포수는 투수가 던지는 공을 잡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투수와의 호흡을 잘 맞춰야 한다. 투수와 포수를 한데 묶어 ‘배터리(Batter)’라고 부르는 것도 그만큼 둘 간 협력관계가 잘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 코너 18회 ‘투수와 포수를 총칭하는 말을 왜 ‘배터리’라고 할까‘ 참조)
원래 포수 역할은 미국 초창기 야구에서는 지금과 같은 모습이 아니었다. 보호 장비도 없었고 그냥 맨손으로 공을 받았다. 19세기 중반까지 야구경기는 오락용이었다. 아마추어들이 즐기는 운동이었다. 현재 크리켓처럼 투수가 던지는 부드러운 공을 맞춰 점수를 내는 방식으로 경기가 이루어졌다. 1860년대에는 한 게임에서 팀들이 50~60점 올리는 일이 흔했다고 한다. 이때 포수는 홈플레이트 뒤에서 멀찍이 떨어져 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고 타자가 치지 않는 공을 잡는 역할에 그쳤다 .
하지만 대중들의 인기를 끌고 야구가 프로종목으로 발전하면서 경기 방식이 변화했다. 언더핸드로 던지는 투구 동작이 오버핸드로 전환하며 투수들이 빠른 공을 던졌다. 스트라이크 아웃 규정이 생겨 포수들은 홈플레이트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갔다. 투수들이 다양한 구질의 공을 던지게 됨에 따라 포수들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투수들이 직구와 함께 커브볼, 너클볼 등 특화된 공을 개발한 뒤 포수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득점은 줄어들고, 도루와 번트가 많아졌다. 1901년 내셔널리그는 포수가 홈플레이트에서 10피트 이내에 서야한다는 규칙을 도입했다.
포수는 타자 가까이 앉게 돼 부상의 위험이 높아졌다. 경기 규칙이 바뀌고 포수들의 보호장비도 하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1870년대 후반까지 손가락 없는 장갑을 사용하며 손을 보호했는데 1877년 최초의 보호 마스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1880년대에 가슴 보호대가 등장했으며, 1888뇬 포수용 전문 매트가 선보였다. 1907년에는 정강이 보호구가 나왔다. 수비시 유일하게 수비 전체를 볼 수 있는 유일한 포지션인 포수는 수비수에서 가장 핵심적인 포지션이다. 감독으로부터 가장 먼저 사인을 받고 투수와 전체 수비진을 리드하는 등 경기 중 하는 일이 많아 가장 고된 자리라는 평가를 받는다. 강한 어깨와 체력이 좋아야 유능한 포수가 될 수 있다. ‘홈런왕’ 베이브 루스도 어깨 힘이 좋아 처음에는 포수로부터 출발했다고 한다.
역대 메이저리그에서 최고의 포수로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로 유명한 뉴욕 양키스 요기 베라(1925-2015)와 LA 다저스에서 박찬호와 배터리를 이룬 마이크 피아자 등을 꼽는다. KBO리그서는 이만수, 조범현, 박경완 등에 이어 올 시즌 NC 다이노스를 창단이후 첫 우승으로 이끈 양의지를 최고 포수로 평가한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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