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한국의 LoL 종목은 전세계로부터 큰 기대를 받고 있고 실제로 성장하는 시장으로 꼽히고 있다. 중국, 북미, 유럽 등 메이저 지역 가운데 가장 마지막으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탄탄한 리그 구성을 갖추겠다고 발표했고 2021년부터는 선정 완료된 10개 게임단이 리그에 들어간다. 프랜차이즈 도입 직전에 열린 2020년 월드 챔피언십에서 한국은 담원 게이밍이 중국, 유럽의 강호들을 연달아 무너뜨리면서 한국의 리그인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는 세계 최강이라는 칭호를 되찾았다.
담원 게이밍뿐만 아니라 LCK 소속팀 전체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과정에서 긍정적인 신호들이 포착되고 있다. 예전 같았다면 과거의 영광은 과거일 뿐이라 여겼을 법한 게임단들이 중장기적인 비전을 그리면서 과거의 영광이든, 유산이든, 과오든 안고 가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인 팀은 아프리카 프릭스다. 지난 시즌까지 주전 정글러로 활동했던 '스피릿' 이다윤을 아카데미 코치로 전환시키면서 후진 양성을 맡긴 아프리카는 온라인 은퇴식을 통해 이다윤에 대한 예우를 해줬다. 아프리카 팀이 생기기 전인 2013년 MVP 블루 소속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고 2014년 월드 챔피언십 4강까지 올라갔던 이다윤은 중국과 유럽을 거쳐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아프리카 프릭스에 입단, 주전과 후보를 오갔지만 최근까지 경쟁력을 보여줬고 2018년에는 팀의 첫 월드 챔피언십 진출을 이끌기도 했다.
아프리카는 이다윤이 팀에 지대한 공헌을 했음을 인정하면서 은퇴식을 개최했고 프리콘 현장에서 서수길, 정찬용 대표 등이 함께하며 선수 생활을 마치지만 지도자로서 새로운 '헤리티지'를 만들기 위한 첫 걸음을 내딛는 이다윤에게 힘을 실어줬다. 사실 LoL 선수들이 은퇴식을 갖는 일은 많지 않았다. 리그의 역사가 짧고 초창기에 해당 선수가 여러 팀을 거쳤다는 이유로 팀들은 선수들의 은퇴식 등을 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2020년 초 kt 롤스터가 '스코어' 고동빈의 공식 은퇴식을 진행했고 그 뒤로 팀들의 인식이 변해가기 시작했다.
다른 방식으로 역사와 전통을 만들어가고 싶어하는 팀들의 니즈도 드러났다. 한화생명e스포츠는 한솥밥을 먹었을 때 최고의 성과를 냈던 구성원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DRX 소속으로 월드 챔피언십에 출전했던 '데프트' 김혁규와 '쵸비' 정지훈을 싹쓸이하며 팬들을 놀라게 했던 한화생명은 중국에서 활동할 때 큰 성과를 냈던 손대영 감독과 '하트' 이관형 코치, '비브라' 김현식 전력 분석가를 한 자리에 모으면서 새로운 '헤리티지'를 만들어나갈 발판을 만들었다.
월드 챔피언십 우승팀인 담원 게이밍 또한 코칭 스태프에 힘을 실었다. 2020년 롤드컵을 제패한 이재민 감독과 양대인 코치가 빠져 나간 자리를 롤드컵 3회 우승을 합작했던 '꼬마' 김정균 감독, '푸만두' 이정현 코치로 메우면서 헤리티지를 이어갈 교두보를 형성했다.
2021 시즌 새롭게 시작하는 LCK 프랜차이즈를 위해 팀들이 자기만의 색깔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환영할 일이다. 과도하게 과거와 손을 잡으려는 모습이 부담스런 팀도 있지만 그 팀의 역사를 받아들이고 팬들과 함께 새로운 길을 걷겠다는 모습에는 박수를 보낸다.
햇수로도 10년을 채우는 LCK는 단순히 실력만 최고인 리그를 넘어서야 한다. 프랜차이즈의 모범 사례를 만들어내야 하며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리그로 거듭나야 한다. 한두 번의 은퇴식, 사령탑 혹은 선수 영입의 방향성으로 인해 헤리티지가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듯이 LCK 팀들이 지금 정한 방향을 우직하게 밀고 나간다면 '미라클', '왕조', '신바람', '명가'라는 헤리티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