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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항저우 亞 게임 정식 종목…잠재력 인정 받은 e스포츠

항저우 아시안 게임 로고.
항저우 아시안 게임 로고.
e스포츠 업계에 기분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2022년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안 게임에서 e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는 뉴스다.

아시아 e스포츠 연맹(이하 AESF)은 "항저우 아시안 게임 조직위원회와 중국 올림픽위원회가 2022년 중국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 e스포츠를 정식 종목으로 포함시키겠다고 제안해왔다"라면서 제39차 아시아 올림픽 평의회(OCA;Olympic Council of Asia, 이하 OCA) 총회를 통해 의결됐다고 전했다.

e스포츠는 2018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에서 시범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2022년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정식 종목으로 승격될 것이라는 장밋빛 희망을 가졌다.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엄청나게 높았고 다른 종목에 비해 관중들이 경기장을 많이 찾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지상파 방송을 통해 실시간 중계가 시도됐으며 방송사가 준비한 인터넷 채널로 접속자가 몰려들며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2019년 4월 발표된 항저우 아시안 게임 정식 종목 1차 발표 목록에서 e스포츠가 제외되면서 업계는 충격을 받았다. 2018년 시범 종목으로 선정된 뒤 성과를 냈으니 2022년에는 정식 종목으로 승격됐어야 하지만 찬물이 끼얹어진 셈이다. 하지만 1년 뒤인 2020년 12월 OCA 총회를 통해 정식 종목으로 선정되면서 정식 스포츠화를 위한 한 걸음을 내딛는 발판을 마련했다.

종목 추가 선정 과정에서 OCA가 e스포츠를 정식 종목으로 선택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시대적인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 할 수 있다.

아시안 게임, 올림픽과 같은 메가 스포츠 이벤트는 나이 어린 시청자를 끌어 들여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대회 운영에 필요한 재정을 중계권 판매를 통해 마련하고 있기 때문에 젊은 세대를 유치해야 한다. 과거에는 대회를 유치하고 개최하는 것만으로도 흥행 성공을 담보할 수 있었지만 그런 시대는 끝났다.

나이 어린 세대에게 다종목 스포츠로 구성된 국가 대항전은 매력적으로 다가가지 못한다. 새로운 세대가 원하는 종목을 스포츠로 끌어 들여야만 콘텐츠로서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시대이며 e스포츠는 메가 스포츠 이벤트가 원하는 특징을 두루 갖추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행이라는 유례 없는 상황이 겹쳐지면서 e스포츠의 가치는 더욱 높아졌다.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극성을 부리면서 접촉을 최소화해야만 건강을 담보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스포츠는 대면한 상황에서 신체 활동을 통해 경쟁을 벌여야 하고 그러다 보면 신체 접촉이 자주 일어날 수밖에 없다. 비대면 시대에 대면과 접촉을 통해 경쟁해야 하는 스포츠의 전제는 흔들렸다. 2020년 열리기로 한 도쿄 올림픽이 전면 취소된 것이 그 사례다.

올해 예정된 대부분의 스포츠 행사가 열리지 않고 연기됐지만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e스포츠는 대부분의 대회를 소화했다.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선수들은 온라인상에서 대결을 펼치면서 우승자를 가렸고 국제 대회가 오프 라인으로 진행되면서도 한 건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기도 했다.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은 1개월 동안 대면 상태로 대회를 열었지만 감염자 없이 대회를 마무리했다.

e스포츠가 갖고 있는 잠재력이 코로나19 시대라는 특수 상황과 결합되면서 탄력을 받은 결과물이 항저우 아시안 게임 정식 종목 선정이라고 할 수 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의 스타크래프트2 종목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조성주(사진=중계 화면 캡처).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의 스타크래프트2 종목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조성주(사진=중계 화면 캡처).
남은 과제는 우리 나라가 이 기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에서 한국은 2개 종목에 참가했고 스타크래프트2 금메달, 리그 오브 레전드 은메달이라는 성과를 냈다. 나쁘지 않은 결과이지만 e스포츠 종주국이라는 타이틀에는 조금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2022년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어떤 게임이 e스포츠 종목으로 선정될지 알 수는 없지만 한국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종목들이 선정될 수 있는 것부터 영향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고 종목이 확정된 이후에는 전략적으로 선수들을 육성해 메달 사냥에 나서야 한다.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 e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기 때문에 금메달을 따는 선수는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군 복무로 인해 선수 생활이 짧아진다는 한계를 갖고 있는 e스포츠 선수들에게는 국가 대표로 출전해 국위를 선양하고 선수 생활을 길게 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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