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구에서 어시스트는 다른 의미로 쓰인다. 득점과는 관계없는 수비 통계용어이다. 수비수끼리 공격수를 아웃시키기 위해 서로 도와주는 플레이를 말한다. 우리 말로는 도움이라고 한다. 영어 뜻 그대로이다. 한때 일본식 한자어를 써서 ‘보살(補殺)’이라고 말했다. 아웃시키는 것을 도와준다는 의미였다.
수 많은 야구기록 가운데 어시스트는 별로 주목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의미를 정확히 알면 재미있는 기록이 어시스트이다. 수비수끼리 서로 도우며 이루어지는 팀웍플레이라는 게 중요하다. 야구는 수비팀이 직접 공을 컨트롤 해 공격수를 잡는 대표적인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보살, 척살 등 일본식 야구용어는 한글로 바꾸기 이전까지 수십년동안 사용했었다. 원래 일본 야구 초창기 시절인 1890년대 미국에서 야구를 수입했을 때,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등을 치르며 부국강병정책의 영향으로 야구용어를 번역하면서 군사용어를 많이 활용했다. 보살, 척살, 협살(挾殺,Run Down), 병살(倂殺, Double Play) 등 ‘살(殺)’자가 들어가는 야구용어들이 생겨났다.
아웃을 잡는데 여러 수비수가 관련되어 있으면 그 수만큼 어시스트가 기록된다. 협살이 길어져 여러 선수가 관련되면 수비수 모두 어시스트로 기록을 받는다. 하지만 풋아웃은 아웃을 잡은 선수 한 명에게만 주어진다. 외야 플라이 등은 어시스트로 기록하지 않고 풋아웃으로 기록한다. 직접 잡아 아웃으로 처리했기 때문이다.
풋아웃을 잡을 수 있었는데 공을 놓치더라도 정상적으로 아웃을 잡기 위해 공을 던진 동료 수비수는 어시스트로 인정된다. 놓친 수비수는 실책을 부과받는다. 투수도 어시스트를 받을 수 있다. 투수 앞 땅볼을 처리해 다른 수비수에게 정상적으로 던져 아웃을 잡으면 어시스트가 인정된다. 포수가 도루 상황에서 송구해 주자가 아웃이 되면 포수에게 어시스트가 주어진다. 만약 타이밍상 아웃인데 공을 받는 야수가 실수로 주자가 아웃이 되지 않을 경우 야수에게는 실책이 부과되지만 포수에게는 어시스트를 기록할 수도 있다.
외야수에게 어시스트는 중요한 기록이다. 외야수의 뛰어난 수비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상대 공격수가 외야에 공을 쳤을 때 전진 수비를 하는 외야수에게 종종 이런 경우가 일어난다. 외야수는 재빨리 공을 잡아 베이스를 커버하고 있는 다른 수비수에게 정확히 공을 던져 아웃을 잡을 수 있다. 내야수보다 어시스트를 잡을 기회가 적은 외야수에게 어시스트는 훨씬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움직임도 빠르고 송구능력이 뛰어난 외야수라야 어시스트 기록을 잡을 수 있다. 지난 2016년 4월20일 뉴욕 양키스 애런 힉스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에서 좌익수에서 공을 잡아 포수에게 던져 홈으로 뛰어들던 주자를 아웃처리했다. 이 때 기록한 송구 속도는 공식적인 공 속도 거리측정이 시작된 이후 가장 빠른 시속 169.8km였던 것으로 발표됐다.
KBO리그서도 우익수 이진영이 SK와이번즈와 LG 트윈스 등에서 강력한 어깨를 바탕으로 절묘한 송구를 날려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