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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239] 왜 ‘필드(Field)’를 야구장이라고 말할까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 홈구장인 리글리 필드.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 홈구장인 리글리 필드.
미국 야구에서 경기장을 ‘필드(Field)’라고 많이 부른다. 1914년 개장한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의 경기장 이름은 ‘리글리 필드(Wrigley)라고 말한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LA 다저스의 전신인 브루클린 다저스의 홈 구장 이름은 ’에베츠 필드(Ebbets Field)‘라고 불렀다. 나이 많은 미국 야구팬들은 필드라는 말을 들으면 야구장의 추억을 떠올리곤 한다. 야구 경기장을 공원을 뜻하는 ’파크(Park)’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원래 ‘필드’라는 말이 경기장 용어로 먼저 사용했다. 미국의 야구 작가 폴 딕슨의 ‘야구사전(The Dickson Baseball Dictionary)’에 따르면 파크라는 말은 1900년대들어 야구가 대중화하면서 한가로운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소풍의 장소라는 의미로 썼다. 1912년 완공된 보스턴 레드삭스의 ’팬웨이 파크(Fenway Park)‘가 대표적이다. 팬웨이 파크는 파크라는 이름이 붙은 가장 오래된 구장이기도 하다.

야구 경기장으로 필드라는 말을 처음 쓴 것은 야구 창시자인 미국의 알렉산더 카트라이트(1820-1892)가 첫 야구룰인 니커보커 규칙을 공표한 1845년부터였다. 니커보커 룰 10장에 “필드 밖으로 벗어난 공은 파울이다(A ball knocked out of the field....is foul)’라고 설명했다.

미국 온라인용어사전(Online Etymology Dictionary)에 의하면 전쟁터를 의미하는 ‘배틀필드(Battlefield)’에서 유래해 ‘필드’는 16세기 동사형으로 ‘싸우러 간다’는 의미로 쓰였다. 1823년 스포츠 크리켓에서 볼을 세우고 돌리는 뜻으로 사용했다. 현재 영어에서 ‘필딩(Fielding)’의 의미이다. 내외야수를 뜻하는 ‘인필더(Infielder), ’아웃필더(Outfielder)’도 필드에 사람을 뜻하는 ‘-er’을 붙여서 사용한 말이다.

땅볼을 잡은 야수가 1루에서 타자주자를 아웃시키는 대신, 앞의 주자를 아웃시키려고 다른 베이스에 송구하는 행위를 뜻하는 ‘야수선택(Fielder’s Choice)’은 필드의 관련 용어이기도 하다.

메이저리그 초창기인 20세기 초 시범경기를 한때 ‘필드 데이(Field Day)’라고 말했다. 시즌을 앞두고 선수들이 뛰어난 기술을 팬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했던 경기를 의미했다. 메이저리그 구단주들은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고 싶어하는 팬들과 경기를 갖기를 워하는 선수들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필드 데이를 적극적으로 개최하기도 했다.

야구에서 희망과 믿음의 은유용어로도 쓰인다. 1991년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꿈의 구장(Field Of Dreams)’은 옥수수 농장을 야구장으로 만들려는 야구를 좋아하는 청년의 꿈이 실현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 영화는 W.P 킨셀라의 ‘신발없는 조(Shoeless Joe)’를 영화화했던 것이다.

필드라는 말은 다른 스포츠 용어로 많이 쓰인다. 육상을 뜻하는 ‘트랙 앤 필드(Track and Field)’에서 ‘필드’는 트랙 안에서 벌어지는 달리기가 아닌 종목인 투포환, 넓이 뛰기, 높이 뛰기 등을 말한다. 축구에서는 선수들이 경기를 벌이는 경기장을 필드라고 말한다. 필드 하키는 경기종목 이름에 필드라는 말을 붙였다. 골프도 잔디 경기장이라는 의미로 필드라는 말을 쓴다. (본 코너 88회 ‘왜 ‘필드(Field)’라는 말을 쓸까‘ 참조)

필드의 어원을 따져보면 고대 영어 ‘Feld’, 독일어 ‘Feld’, 덴마크어 ‘Felt’로 이어진다. 모두 서양어의 뿌리인 인도유럽어 어근인 평평하다는 의미의 ‘Pele’에서 나온 말이다. ‘Pel’에는 우리말 발음 ‘벌(벌판 뜻)‘과 연결돼 동서양이 서로 통한다는 느낌이 든다.

한자어로 필드는 '들 야(野)'를 쓴다. 일본인들은 미국에서 수입된 야구 원어 'Baseball'을 '야구(野球)'라고 번역했다. 들에서 하는 경기라는 의미로 한자어로 표현했다. 메이지 시대인 19세기말 야구를 도입한 일본 지식인들은 별도의 한자어를 써서 영어로 된 용어를 번역해 사용했다. 베이스볼을 원어 그대로 번역하면 '루구(壘球)'이다 . 하지만 야구라는 말은 이 보다 좀 더 낭만적인 느낌을 준다. 누가 야구라는 말을 처음 만들어낸 지에 대해선 일본 야구 역사가들 사이에서도 아직 이견이 많다. 1894년 도쿄 제일고등학교 감독겸 선수로 있던 주마 카노에(中馬庚)가 ‘Ball In Field’를 ‘야구’로 번역하면서 가장 먼저 사용했다는 설과 일본 문학가 마사오카 시키(正岡子規)가 1888년 ‘니혼’ 신문에 쓴 ‘베이스볼’이라는 글 속에서 야구 술어를 번역하면서 처음 표현했다는 말도 있다. 야구라는 용어는 그의 필명 ‘마사오카 노보루’에서 ‘노보루’의 일본어 발음 ‘노(野)’와 ‘보루(ball의 일본식 발음)를 절묘하게 묶어 만들어졌다는 얘기이다. 마사오카가 번역한 타자, 주자, 직구, 사구 등은 오늘날까지 일본과 한국에서 쓰고 있다. (본 코너 3회 ‘‘야구(野球)’는 낭만적인 문학적 표현이다‘ 참조)

필드에는 야구 경기 종목의 특징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필드와 관련한 많은 파생용어가 생긴 것은 필드를 시작으로 야구 경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 아닌 가 싶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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