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이 경기에 졌을 때 당연히 블론세이브가 기록된다. 하지만 일단 점수를 내주고 다시 재역전을 했을 때도 승리와 함께 블론세이브가 추가된다.
미국 야구 역사가 폴 딕슨의 ‘야구사전(The Dickson Baseball Dictionary)’에 따르면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블론세이브는 1960년대 세이브와 함께 만들어졌다. 세이브는 미국야구 기자 제롬 홀츠먼(1926-2008)가 처음 고안했다. 1960년 당시 투수기록은 평균자책점(방어율)과 승패 기록 두 가지뿐이었다. 이것을 통해서는 구원투수의 효과를 알 수 없었다. 시카고 컵스를 취재하던 시카고 지역 신문 기자였던 그는 1959년 세이브라는 통계룰을 생각해냈다. 그는 경기에서 이기는 상황에서 들어간 투수가 동점을 내줄 수 있는 위기를 극복하고 경기를 승리를 이끌었을 때, 구한다는 의미의 세이브가 주어져야 한다는 기사를 주간지 스포팅 뉴스지에 썼다. (본 코너 217 ‘‘세이브(Save)’는 어떻게 나왔을까‘ 참조)
블론세이브는 세이브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자연스럽게 등장했다. 하지만 세이브는 공식 기록으로 인정된 반면 블론세이브는 비공식기록으로만 참고를 했을 뿐이었다. 블론세이브는 1988년부터 공식 기록으로 반영됐다. 1976년 매년 MLB 각 리그에서 활약한 최고의 구원투수에게 시상하는 ‘롤레이즈 구원상(Rolaids Relief Man Award)’를 정하는 평가기준으로 채택됐다.
롤레이즈는 이 시상제도를 후원하는 미국 제약회사 이름이다. 구원투수를 의미하는 ‘Relief’와 롤레이즈가 판매하는 약과 공통점이 있다는 아이디어에서 착안해 상을 만들게 됐다고 한다. 롤레이즈는 주로 위산과다로 오는 속쓰림을 덜어주는 제산제(制酸劑)를 생산, 판매한다. 롤레이즈는 고통을 제거해주는 자사의 약을 홍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상에 회사 이름을 붙여 스폰서를 하게됐던 것이다.
롤레이즈 상은 최다 세이브 순위외에 다른 변수를 더하여 최고의 구원투수를 선정하자는 의도에서 만들어졌다. 순위 계산은 터프세이브(Tough Save, 동점 주자 이상이 출루한 위기 상황에 등판해 세이브를 따내는 것) + 4점, 세이브 +3점, 구원승 +2점, 구원패 –2점, 블론세이브 –2점으로 산정했다.
KBO리그에서는 1982년 출범한 이후 블론세이브를 공식 기록으로 인정하지 않다가 2011년부터 KBO 공식 홈페이지에 투수 기록에 처음 올렸다. 실제로는 2006년부터 공식 기록으로 인정해 집계했다.
구원투수는 등판이 많을수록 세이브와 블론세이브 역시 늘어날 수 밖에 없다. MLB 시즌 최다 블론세이브 기록은 14개이다. MLB 명예의 전당에 오른 역대 두 번째 구원투수인 롤리 핑거스와 브루스 수터를 포함해 론 데이비스, 밥 스탠리 등 4명이다.
KBO에서 블론세이브를 정식 기록으로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부터 2016년까지 KBO 시즌 최다 블론세이브는 13개를 기록한 2007년 우규민(당시 LA 트윈스)이다. 당시 우규민은 30세이브를 기록, 오승환(삼성 라이온즈)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블론세이브는 투수들에게는 치욕적인 기록이다. 자신뿐 아니라 팀에게도 적지않은 손실을 주기 때문이다. 시즌이 끝난 뒤 연봉 계약에서도 블론세이브는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