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 말은 영어 ‘플루크(Fluke)’에서 나왔다. 이 말을 일본에서 ‘후루꾸(フロック)’라는 변형된 발음으로 사용한 뒤 우리나라 사람들이 따라하면서 속어로 자리잡았다. 미국 온라인 용어사전(Online Etymology Dictionary)에 따르면 플루크는 1857년 당구에서 ‘행운의 샷’으로 처음 썼지만 유래는 불분명하다고 설명한다. 일상용 구어로는 우연히 이루어진 일이나 결과라는 뜻으로 사용했다.
웹스터 영어사전(Webster Dictionary)에 의하면 ‘Fluke’ 어원은 넓고 평평하다는 의미의 고대 영어 ‘Floc’, 독일어 ‘Flach’에 기원을 두고 있다. 이 말이 고래 끝의 갈라진 조각이나 닻의 갈고리, 넙치 등의 의미로 쓰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고래가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모습을 연상해 ‘Fluke’를 요행이라는 뜻으로 속어처럼 쓴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도 있다.
미국야구 역사가 폴 딕슨의 ‘딕슨야구사전(The Dickson Baseball Dictionary)’은 ‘Fluke’를 가리켜 행운과 우연에 의해 이루어진 플레이나 점수라고 정의했다. ‘텍사스 히트’와 같이 타자가 의도하지 않는 샷으로 진루할 때 쓰는 말이라는 설명이 덧붙였다. 요행으로 이루어진 안타는 ‘차이니스 블루(Chinese Blow)’라고 말하기도 한다. 미국야구 초창기 베팅을 잘 하는 중국인들이 키가 작고 요행을 많이 바란다는 의미에서 이 말을 썼다고 한다. 파울 홈런볼을 의미하는 ‘차이니스 홈런(Chinese Home Run)’도 비슷한 의미에서 사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
플루크가 야구 용어로 처음 등장한 것은 메이저리그 초기인 1887년 11월21일 LA 타임즈보도에서 였다고 한다. 당시 이 신문은 ‘뉴욕팀이 상대팀 포수가 투수에게 공을 던지는 사이 3루주자가 홈을 훔친 것을 ’Fluke’에 의한 승리“라고 전했다고 ‘딕슨 야구사전’은 설명한다.
이후 메이저리그에서 무명선수나 백업멤버가 일시적 활약을 통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개인 기록이나 성적을 낼 때 이 말을 즐겨 썼다. ‘반짝 스타’도 같은 의미이다. 평균 성적에 비해 월등히 좋은 기록을 내거나 갑자기 빛을 발할 때 자주 등장하는 말이 됐다. 선수에게 플루크로 한 시즌 좋은 활약을 보이면 개인적으로는 전성기를 맞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전성기가 곧 플루크는 아니다. 실력은 결코 우연히 이루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에서 대표적인 플루크 스타로는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활약했던 1996년의 브래디 앤더슨을 꼽는다. 그는 당시 50홈런을 터뜨리며 배리 본즈와 경쟁하는 홈런 타자로 이름을 올렸으나 이듬해부터 급전직하, 내리막길을 걷다가 2002년 현역에서 은퇴한 뒤 방송국에서 해설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KBO리그서는 2007년 KIA 타이거즈 소속으로 타격왕에 올랐던 이현곤을 든다. 그는 그 해 .337 타율로 타격왕에 오른 뒤 이후 단 한번도 풀타임 시즌에서 3할대는 물론 2할8푼도 넘지 못하는 타자로 전락했다. 2007년 이현곤의 타격왕은 KBO 역사상 가장 미스터리한 일로 기록돼 있다. 팀으로 KBO리그에서 가장 극적인 플루크 시즌을 보였던 것은 2009년 시즌 KIA 타이거즈였다. KIA는 당시 7월까지만 해도 3위에 머물러있다가 슬슬 발동이 걸어 8월부터 엄청난 기세로 시즌 1위 자리에 올랐다. 최종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나지완의 끝내기 홈런으로 SK 와이번즈에 6-5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통산 10번쨰 우승을 차지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